▲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시티의 시즌 첫 패배가 브레이크가 될까? 이번 패배는 상승세를 꺾는 '돌부리'가 아니라, 입엔 조금 쓰지만 몸에는 좋은 '보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맨체스터시티는 7일(한국 시간) 우크라이나 카르키프 OSK메탈리스트스타디온에서 벌어진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조 6차전에서 샤흐타르 도네츠크에 1-2로 패배했다.

2017-18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맛본 패배다. 맨시티는 지난 4월 아스널과 FA컵 4강전에서 패배한 뒤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어느새 프리미어리그에선 13연승을 달리면서,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을 눈앞에 뒀다. 더할 나위 없는 상승세 속에서, 그리고 이번 시즌 우승 경쟁에 중요한 고비가 될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 맞은 패배다.

◆ 힘을 빼고 치른 경기, 주전은 힘을 채웠다

"아프다. 경기에서 지는 것이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몇 번이나 우리가 항상 이길 순 없다고 말해왔다. 앞으로도 여러 번 패배할 것이고 오늘이 그 첫 번째다. 우리는 경기에서 패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이기러 왔으나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승리하려고 노력했다. 경기력에 만족한다. 우리는 잘 쉰 뒤 복귀해 (맨유전을) 준비하겠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샤흐타르전 뒤 인터뷰)

오히려 보약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샤흐타르전은 사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맨시티는 이미 F조 1위를 확정했다. 경기 출전이 적은 선수들과 유망주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애초에 힘을 빼고 치른 경기였다. 

맨시티가 뛰어난 결과를 내고 있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맨시티가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대다수 팀들이 수비적 경기 운영을 들고 나왔다.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허더즈필드(2-1 승), 14라운드 사우샘프턴(2-1 승), 15라운드 웨스트햄(2-1 승)전까지 모두 쉽지 않은 경기였다. 

빡빡한 일정 속에 주전들의 체력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포백의 주전들은 모두 휴식을 취했다. 중원의 핵심 다비드 실바는 웨스트햄전 직후 몸 상태에 이상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고 샤흐타르전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맨유전 출전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출전한다면 1경기 휴식으로 분명 체력적 여유를 얻을 것이다. 케빈 더 브라위너는 샤흐타르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며 체력을 비축했다. 맨체스터 더비에 대비하기 위해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경기였다.

물론 패배를 바라고 경기를 치르진 않았지만, 완전한 전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신적 충격도 크지 않을 것이다.

▲ 맨시티가 상승세를 이을까.

◆ 패배 부담 덜고, 정신력 다지는 계기

"사람들은 승리할 때 여러 가지를 말하지만, 이제 그것들을 잊을 수 있다.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점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실수를 저질렀고 앞으로 개선할 것이다. 축구는 나쁜 상황에서 어떻게 회복하고, 좋은 상황에선 그 상태를 유지하는가의 문제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샤흐타르전 뒤 인터뷰)

무패 행진 속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언제나 팀이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만 따르다보면 언젠가 시즌 운영에 무리가 생긴다. 심리적으로 무패 행진이 깨진 것이 나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패배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것을 높이 샀다.

샤흐타르전 경기 내용에서도 전반전 내내 공격의 날카로움이 떨어져 되려 역습 찬스만 줬다. 중원에 배치된 야야 투레의 활동량이 부족해 1차 저지선 임무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맨시티가 이번 시즌 내내 유지하는 공격적인 전술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다시 한번 발견하는 기회기도 했다.

또한 정신 무장도 새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리버풀(5-0 승), 첼시(1-0 승), 아스널(3-1 승) 등 우승 경쟁 팀들을 모두 꺾었다. 맨유 역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확신은 칼이 돼 돌아올 터다. 상대적으로 약팀인 샤흐타르전 패배로 경기력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승리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맨시티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선두며, UCL에서 조 1위로 16강에 올라 조 추첨을 기다리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대로 패할 필요가 있었던 맨시티가 중요 경기를 앞두고 좋은 보약을 먹었다. 체력도 보충하고 정신무장도 새롭게 한 맨시티가 맨유마저 잡고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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