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경 ⓒ PPAP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은 국내 V리그와 일본 리그, 그리고 여자 배구 세계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도한 2012년에는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MVP를 거머쥐었고 터키 리그 MVP(2014~2015) 터키 컵 MVP(2015)까지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터키 리그는 물론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리우데자네루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아쉽게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며 4위에 그쳤다. 그러나 김연경은 올림픽 MVP로 선정됐다. 우승 팀인 브라질과 준우승 팀 미국의 에이스들도 김연경의 눈부신 활약을 넘지 못했다.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특히 지난 2016~2017 시즌에서 당시 김연경의 소속 팀인 페네르바체는 엑자시바시와 터키 컵과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 팀의 에이스는 티아나 보스코비치(20, 세르비아, 엑자시바시)다. 현재 유럽은 물론 세계 최고 공격수를 노리는 그는 지난해 세르비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딸 때 맹활약했다.

보스코비치는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세르비아를 정상으로 이끌며 MVP를 거머쥐었다. 또한 CEV가 선정한 '올해의 유럽 선수'로 선정됐다.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은 보스코비치와 자존심 대결에서 웃었다. 터키 컵 준결승에서 김연경이 맹활약한 페네르바체는 엑자시바시를 꺾고 우승했다. 리그 준결승에서도 두 팀은 다시 만났다. 

보스코비치를 앞세운 엑자시바시는 준결승 두 번째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며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김연경과 미들 블로커 에다 에르뎀(터키)의 믿기지 않은 활약으로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지난여름 김연경은 6년간 뛰었던 페네르바체를 떠나 중국 상하이를 선택했다. 그는 4개국(한국, 일본, 터키, 중국) 리그 우승이라는 기록에 도전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우승 국가다. 세계 최고의 선수 인프라를 갖춘 중국은 올해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지켰다.

▲ 김연경(오른쪽)과 주팅 ⓒ 스포티비뉴스

중국 리그는 터키 리그와 비교해 세계적인 선수가 없다. 중국 국가 대표 팀의 기둥인 주팅(23)은 현재 터키 바키프방크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풍부한 선수층에서 발굴된 중국 프로 선수들의 기량은 만만치 않다. 김연경의 맹활약에 힘입은 상하이는 올 시즌 8연승 행진을 달리며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하이의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상하이는 9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중국 여자 배구 프로 리그 조별 예선 B조 경기에서 톈진에 세트스코어 2-3(23-25 25-21 16-25 30-28 14-16)으로 졌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팀 동료 양지에(23)와 똑같은 24점을 올리며 선전했다. 반면 톈진은 192cm의 장신 왼손잡이 공격수 리잉잉(17, 톈진)이 두 팀 최다인 45점을 기록했다. 현재 중국 청소년 국가 대표 에이스인 리잉잉은 상하이 연승 제동에 일등공신이 됐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인 리잉잉은 위치를 가리지 않고 스파이크했다. 어떤 위치에서도 위력적인 스파이크를 했고 상황에 따라 연타도 때렸다. 여기에 세트 막판 대범하게 볼을 때리는 배짱도 갖췄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도장깨기'를 해온 김연경은 중국 리그에서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났다.

지난 시즌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과 바키프방크의 주팅과 대결에 큰 관심이 쏠렸다. 당시 김연경은 "주팅 선수와의 경쟁은 신경쓰지 않는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있고 언제 저녁 식사도 하기로 했다"며 상대를 존중했다. 경기에서 특정 선수에 신경을 쓰면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할 수 없다. 많은 리그와 국제 대회를 경험한 김연경은 경기에 들어서면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그러나 뛰어난 상대 편 에이스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중국 리그는 선수들의 기량이 고른 편이지만 터키 리그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지 않다. 주팅도 없는 중국 리그에서 김연경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에 패배를 안겨준 이는 톈진 소속의 17살 소녀 리잉잉이었다.

▲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리잉잉 ⓒ FIVB 제공

김연경은 아직 어깨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오른쪽 어깨에 테이핑을 하고 뛰었다. 4세트 막판 김연경과 리잉잉은 '해결사 경쟁'을 펼쳤다. 28-28에서 김연경은 공격과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경기를 마지막 5세트로 이어갔다.

5세트 막판, 상하이는 아쉬운 범실로 무릎을 꿇었다. 상하이는 올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텐진과 경기에서 상하이는 약점인 세터 문제와 수비 불안이 드러났다.

이제 겨우 17살인 리잉잉은 공격력을 뛰어나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에게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난 몇 년간 수비와 리시브 그리고 공격에서 김연경 만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없었다. 미국 대표 팀의 살림꾼인 조던 라르손도 김연경이 활약한 업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리잉잉이 지금보다 성장해 시니어 대표 팀에 합류할 경우 중국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팀이 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층을 가진 중국은 탄탄한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있다.

김연경은 "중국의 배구 인프라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상하이에서 배구를 하는 학생 가운데 잘하는 유망주들은 대표로 뽑아 시니어까지 육성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톈진에서 배구 아카데미를 크게 열었다. 그곳은 규모도 크고 시설도 매우 좋더라. 협회와 정부에서 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FIVB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힘은 리잉잉 같은 유망주를 키워내는 시스템에서 나온다. 김연경은 일본과 터키 그리고 중국에서 배구 환경과 시스템을 경험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기량을 유지하는 노하우도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