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찰스 올리베이라, 제레미 스티븐스, 최두호, 그리고 아르템 로보프까지.

페더급 4위 컵 스완슨(34, 미국)에게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쓴맛을 본 선수들이다. 마치 장판파의 장비처럼 스완슨은 페더급 톱5 벽을 오랫동안 지켰다.

페더급 정상을 노리는 또 다른 무패 신예가 스완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12승 무패로 페더급 6위에 올라 있던 브라이언 오르테가(26, 미국)다.

이번 결과는 달랐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레스노 세이브 마트 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23 메인이벤트에서 오르테가는 스완슨을 2라운드 3분 22초에 길로틴 초크로 꺾었다.

스완슨은 '킬러'로 불린다. 기회를 포착하면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여 경기를 끝낸다. 

오르테가는 다른 의미의 '킬러'다. 통산 12승 가운데 6승을 서브미션으로 따냈다. 주짓수 검은 띠로 창의적인 서브미션 기술을 구사한다.

주먹을 앞세워 전진하던 스완슨을 맞아 오르테가는 최대한 공격을 아끼고 신중하게 기회를 노렸다.

그러다가 1라운드 막판 스완슨을 클린치하고 아나콘다 초크로 이어 갔다. 첫 서브미션 기술이 완벽하게 들어갔다. 스완슨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닥에서 아등바등 댔다. 1라운드 종료 공이 스완슨을 구했다.

오르테가의 두 번째 서브미션 기술은 아예 경기를 끝냈다. 오르테가는 니킥으로 스완슨을 굽힌 뒤 목을 잡았다. 왼팔로 목을 건 채 다리로 펜스를 밀었다. 두 다리를 스완슨이 빠져나갈 수 없게 감쌌다. 스완슨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탭을 쳤다.

오르테가는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스완슨을 졸랐다. 오르테가의 진가가 드러난 한판이었다. 

오르테가는 대어를 잡고 14전 13승 13승 1무효 쌓았다. UFC에선 5연승으로 현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12승), 전 챔피언이자 현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7승)에 이어 페더급 최다 연승 3위를 달렸다.

스완슨은 4연승이 깨졌다. 2015년 4월 할로웨이전 이후 2년 8개월 만에 패배를 안았다.

오르테가를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노렸던 스완슨은 또 먼 길을 돌아가게 됐다.

물리고 찔리고 베니테즈 수난시대

악! 1라운드 중반 가브리엘 베니테즈(29, 멕시코)의 비명 소리가 옥타곤을 울렸다. 느린 화면으로 보니 제이슨 나이트(25, 미국)에게 손가락을 물렸다. 마크 스미스 심판이 나이트에게 1점 감점을 줬다. 2라운드 또 경기가 멈췄다. 나이트가 또 반칙을 저질렀다. 이번엔 손가락으로 베니테즈의 눈을 찔렀다.

손과 눈을 다친 베니테즈는 "난 괜찮다"고 씩씩하게 털어 냈다.

베니테즈는 나이트와 난타전을 섞을 생각이 없었다. 앞손 잽과 함께 로킥 헤드킥으로 치고 빠지면서 나이트가 타격 거리를 못 잡게 했다. 나이트는 사우스포, 오소독스로 스탠스를 계속 바꿔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3라운드가 끝났을 때 가브리엘이 유효타 95-34로 크게 앞섰다.

베니테즈는 3-0 판정승을 따냈다. 1라운드 1점 감점까지 겹쳐 30-26, 30-26, 29-27로 일방적인 판정이 내려졌다.

지난 3경기에서 1승 2패에 그쳤던 베니테즈는 페더급 15위 나이트를 잡아 랭킹 진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개인으로선 종합격투기 20번째 승리(6패)를 쌓았다.

"랭커의 맛을 보여 주겠다"고 호기롭게 나섰던 나이트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4연승으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지난 7월 리카르도 라마스전 이후 2연패에 빠졌다. 랭킹 제외가 확실시된다. 통산 20승 4패.

행운의 승리

밴텀급 7위 말론 모라에스(29, 브라질)와 8위 알저메인 스털링(28, 미국)이 만났다. 밴텀급 톱5 진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었다. 원래 스털링은 라니 야히아와 경기할 예정이었는데 그가 부상으로 빠져 상대가 모라에스로 바뀌었다.

경기는 1라운드 1분 7초 만에 끝났다. 스털링이 태클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말론 모라에스가 미들 킥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스털링의 머리과 모라에스의 무릎이 강하게 충돌했다. 스털링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교통 사고'였다. 모라에스는 "스털링이 빨리 괜찮아졌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모라에스는 옥타곤 2연승을 달렸다. 통산 20승 1무 5패. 지난 6월 데뷔하고 7개월 동안 무려 3경기에 뛰었다. 아우구스 멘데스, 헤난 바라오를 꺾고 상승 가도를 밟아 가던 스털링은 뜻밖의 암초에 걸렸다. 14승 3패가 됐다.

아 떠오른다…하빕의 기억

대럴 호처(30, 미국)는 지난 4월 17일 옥타곤 데뷔전에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2라운드 TKO로 졌다. 그의 레슬링 실력을 감당하지 못했다. 비슷한 체격을 가진 누르마고메도프에게 경기 내내 메쳐지고 또 메쳐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레슬링을 수련했던 전적이 무색했다.

호처는 스콧 홀츠맨(34, 미국)의 레슬링도 이겨 내지 못했다. 1라운드부터 연달아 테이크다운을 허용했다. 2라운드에선 거의 내내 깔려 있었다. 3라운드도 마찬가지.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세컨드가 야속할 정도였다.

호처는 지난해 5월 오토바이 사고를 크게 당했다. 긴 회복 끝에 지난 6월 돌아왔다. 에빈 포웰을 꺾고 옥타곤 데뷔전 승리를 맛봤다. 이날 홀츠먼에게 덜미를 잡혀 연승엔 실패했다. 13승 3패가 됐다.

UFC에 데뷔하고 5경기에서 승패를 반복했던 호처는 옥타곤에서 첫 연승을 만들었다. 통산 전적을 11승 2패, 옥타곤 전적을 4승 2패로 쌓았다.

미들급 또 괴물 등장

에릭 앤더스(30, 미국)는 원래 풋볼을 했다.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2년 동안 쿼터백으로 뛰었던 엘리트 체육인이다. 그의 체격 조건과 운동 능력은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향하면서 더 빛났다. 9번 싸워 모두 이겼다. KO 승리가 6회인데 모두 1라운드에 끝냈다. 지난 7월 하파엘 나탈은 앤더스의 왼손 펀치 한 방에 쓰러진 뒤 은퇴했다.

앤더스는 묵직한 왼손을 장전하고 우직하게 돌진했다. 마치 상대 진영을 향해 전진하는 풋볼 선수 같았다. 상대 마르틴 페레즈(27, 브라질)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앤더스가 서서, 엎드려서 돌팔매질을 하다가 3라운드 15분이 흘러갔다.

페레즈가 워낙 방어에 급급하다 보니 앤더스로선 피니시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저지 3명 모두 앤더스의 손을 들었다. (30-25, 30-26, 29-28) 한 명이 5점 차, 다른 한 명이 4점 차를 채점했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어찌 됐건 앤더스는 10승 무패이자 UFC 2연승을 이어 갔다.

존 필립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왔던 페레즈는 무패 행진이 10번째 경기에서 깨졌다. 9승 1패가 됐다.

UFC 미들급은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조르주 생피에르가 타이틀을 반납하면서 로버트 휘태커가 '잠정' 딱지를 뗐다. 내년 2월 루크 락홀드와 1차 방어전을 치른다. 브라질 출신의 신성 파울로 코스타가 조니 헨드릭스를 꺾고 미들급 랭킹 15위에 진입했다. 앤더슨도 UFC 두 번째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미들급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오는 2월 브라질 대회에서 료토 마치다와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골든 보이' 화려한 데뷔

'골든 보이' 베티노 로페즈(23, 미국)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데이나 화이트 콘텐더 시리즈(DTWS)에서 발굴한 유망주. 유라이아 페이버, 코디 가브란트, 그리고 지금은 나갔지만 TJ 딜라쇼까지 UFC 밴텀급 챔피언 3명을 배출한 팀 알파메일 소속이다. 가브란트의 스파링 파트너이기도 하다.

키 177.8cm로 밴텀급에선 큰 신장과 긴 리치를 활용한 변칙적인 타격가다. 발차기, 니킥을 특히 잘 쓴다. 미국 격투기 매체 블러디 엘보는 "같은 알파메일 소속인 안드레 필리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로페즈는 알버트 모랄레스(26, 미국)을 저돌적으로 압박했다. 헤드킥 백스핀킥을 시작부터 적중하더니 곧이어 플라잉 니 두 방으로 모랄레스를 다운을 빼앗았다.

로페즈는 1라운드에서 힘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2라운드와 3라운드엔 몸놀림이 굼떠졌다. 그러나 주도권은 잃지 않았다. 모랄레스가 카운터를 시도할 때면 발차기로 저지했다.

3-0(30-27, 29-28, 29-28) 판정승. 9전 9승 무패 행진을 이어 갔다. 다만 체력 관리는 과제로 남았다.

모랄레스는 '전사'라는 별명 대로 싸웠지만 저지들이 외면했다. 그러자 판정에 격하게 항의했다. 타격 횟수에서 107-79로 앞섰고 유효타가 78-78로 똑같았기 때문에 일리는 있었다.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7경기 만에 첫 패다. 지난 7월 브렛 존스전 이후 2연패. 통산 7승 1무 3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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