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환.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삼성 투수 윤성환은 지난 2년 간 기록 중 꼴찌를 한 분야가 있다. 2년 동안 규정이닝을 채운 16명의 투수 중 피장타율이 4할4푼9리로 가장 높다.

지난 2년은 삼성이 대구-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홈 구장으로 쓴 기간이다. 라이온즈 파크는 8각형 설계 탓에 외야가 직선으로 뻗어 있다.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다. 이런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피장타율이 높다는 건 분명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윤성환은 꾸준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013년 이후 5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최근 7년간 중엔 6년 동안 10승 이상을 수확했다. 여전히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땅볼/뜬공 비율이다. 윤성환은 땅/뜬 비가 0.86인 전형적인 플라이형 투수다.

특히 좋았을 때 플라이볼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윤성환이 6이닝 3자책점 이하로 퀄리티 스타트를 했을 때 플라이볼 비율은 37.26%나 된다. 반면 좋지 않았을 땐 23.34%로 플라이볼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플라이볼이 많이 나올수록 윤성환은 좋은 컨디션이었다는 뜻이 된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라이온즈 파크와 궁합이 안 맞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윤성환은 그 줄타기를 절묘하게 잘 해내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경기서 플라이볼 타구(안타+범타 포함)가 많다는 건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갔을 때 결과가 좋았음을 뜻한다.

윤성환은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커브 모두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플라이볼 유도가 많았다.

패스트볼은 무려 41.51%나 플라이볼로 연결됐고 슬라이더나 커브 역시 좋았을 땐 플라이볼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자신의 장기인 플라이볼 타구 유도는 해내지만 공이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것은 최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뜻이 된다. 실제 윤성환의 피홈런은 최근 3년간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일단 제구력이 되는 투수이기 때문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좋았을 때 스트라이크 콜을 많이 받아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경기의 스트라이크 콜은 20.21%로 나빴던 경기의 16.78%를 훌쩍 앞선다.

모든 구종을 타자의 바깥쪽으로 잘 제구할 수 있었음을 뜻한다. 좋은 제구로 스트라이크 콜을 많이 유도해낸 것이 좋은 볼 카운트로 이어지고 코너의 몰린 타자의 힘 빠진 방망이가 잡을 수 있는 플라이볼을 유도해냈다고 볼 수 있다. 윤성환의 삼진은 지난해 85개에서 올 시즌 130개로 크게 늘었다.

또한 상대가 공격을 하더라도 배트 중심을 피하며 멀리 뻗어나가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물론 안 좋았을 때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21.14%로 높아지는 것은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배트에 많이 걸리면 멀리 날아갈 확률 또한 갖고 있는 것이 윤성환이다. 때문에 최대한 제구에 신경을 쓰고 특히 바깥쪽 공략을 잘 해야 한다.

윤성환의 슬라이더를 보면 그의 비결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다.

윤성환의 슬라이더는 좋았을 때 수직 변화량이 21.01cm로 안 좋았을 때 보다 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옆으로는 더 많이 휘었다. -5.06cm로 2cm 가량 더 왼쪽으로 달아나는 궤적을 그렸다. 모두 바깥쪽 공략이 수월해 질 수 있는 공략법이라 할 수 있다.

타고투저 현상이 도드라지며 큰 것을 맞지 않는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윤성환은 시대에 역행하면서도 제 몫은 해내고 있는 몇 안되는 투수 중 한 명이다. 좋은 결과가 났을 때 오히려 플라이볼이 더 많이 나오는 절묘한 줄타기. 윤성환이 언제까지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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