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현일 NBA 전문기자] 선수와 기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숫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금물이다. 상반된 일화를 통해 기록을 대하는 몇몇 선수들의 가치관을 전한다.

▲ 제임스 하든

#Scene 1
12월 10일(이하 한국 시간) 열린 휴스턴 로키츠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경기. 종료 직전, 끌려가던 포틀랜드는 반칙 작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선수는 제임스 하든. 올 시즌 평균 87.1%의 자유투 성공률을 기록하던 하든은 48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50점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하든에겐 팀 승리가 우선이었다. 상대 반칙을 기다리는 대신 앞으로 달려나가는 크리스 폴에게 볼을 건넸다. 50점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자칫 트랩 수비에 볼을 빼앗길 수도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하든에겐 더 중요한 사안이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초점을 맞추는 하든이 왜 휴스턴의 진짜 리더인지 보여주는 장면 아닐까. 

하든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시절에도 자신보다 팀을 위하는 선수였다. 구단에서는 주전 출전을 권했지만 하든은 "벤치 멤버로 뛰면서 팀이 필요한 역할을 해내겠다"며 식스맨으로 뛰었다. 최고의 식스맨에서 MVP 후보로 거듭난 지금도 하든은 개인 기록에 별 관심이 없다. 11일 현재, 하든이 이끄는 휴스턴은 9연승을 달리면서 승률 1위를 질주 중이다. 

#Scene 2
2003년 3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유타 재즈 경기에서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히는 일이 일어났다. 캐벌리어스의 에이스였던 리키 데이비스의 탐욕이 제대로 드러났기 때문. 트리플-더블까지 리바운드 1개가 부족했던 데이비스는 고의로 슛을 놓친 뒤 리바운드를 잡으려 했다. 

문제는 상대 편이 아닌, 자기 팀 골대에 슛을 던졌다는 점. 유타의 드숀 스티븐슨은 이 황당한 장면을 지켜보지 않았다. 데이비스가 자기 골대로 돌진하는 즉시 반칙을 범했다. 제리 슬로언 재즈 감독도 어이 없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122-95로 유타를 손쉽게 물리쳤지만 데이비스의 이 행동으로 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2004년 4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밥 수라가 주인공. 수라는 3경기 연속 트리플-더블 기록을 노리기 위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었다. 하지만 '제작된' 리바운드 한 개가 취소되면서 결국 대기록은 실패로 돌아갔다. 

자베일 맥기 역시 워싱턴 위저즈 소속으로 뛰었던 2011년 3월, 틀플-더블을 위해 미친 듯 슛을 던졌다. 12리바운드, 12블록슛을 기록하면서 트리플-더블에 2점이 모자랐던 맥기는 팀이 19점 차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말도 안 되는 슛들을 계속 시도했다. 

트리오, 데이비스-수라-맥기의 기록에 대한 집념. 소소한 재미라 느끼기엔 씁쓸함이 너무 컸다. 

무위로 돌아간 리키의 억지 트리플-더블 http://youtu.be/XDtGHHnA9ms
자베일 맥기의 미친 집념 https://www.youtube.com/watch?v=tZ8lEzYSzd0

▲ 저말 크로포드

#Scene 3
저말 크로포드(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슛 거리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선수로 통한다. 쿼터 종료 직전, 하프라인 슛을 던지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팀을 위한 마음이 누구보다 큰 크로포드다. 야투 성공률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러 버저가 울린 후 슛을 던지거나 동료에게 슛을 미루는 일부 선수와는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제가 처음 NBA에 데뷔했을 때 지인들, 일부 가족들이 말했어요. '그런 슛 쏘면 야투 성공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플레이는 이기적이라 생각해요. 전 야투 성공률 따위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크로포드의 말이다. 

실제로 크로포드는 2000-01시즌에 데뷔한 이후 하프라인 뒤에서 총 71개의 3점을 던졌다. 현역 가운데 압도적인 1위. 3점과 하프라인 사이에서 던진 야투 개수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

"이런 슛들은 관중들을 흥분시킵니다. 경기 분위기, 템포도 바꿀 수 있죠. 제겐 3점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위험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일부 슛들의 효율, 성공률이 늘 좋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슛들을 통해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크로포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야투 관리를 위해 슛을 던지지 않거나 동료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NBA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감독을 겪고 7개 팀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훌륭한 베테랑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조현일 농구 해설위원(ch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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