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중국전을 앞두고도, 북한전을 앞두고도 다음 경기에 대한 세부적인 준비와 보완법을 묻자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은 말을 멈추고 어색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다 웃었다. 

북한과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2차전 경기에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것인지 묻자 “아… 하하”라고 입을 열다 “있을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다음 경기 선발 구성과 전략을 확답으로 노출해 상대 팀 감독이 대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성남일화 감독 시절은 물론 올림픽 대표 팀과 U-20 대표 팀을 이끌던 당시 신태용 감독은 자신의 전략적 구상을 자신있게 언론에 이야기하곤 했다. 상대를 분석해서 대응한 점도 짚었다. 해외 팀의 경우 굳이 한국 언론까지 체크하며 대비에 나선 팀이 없었기도 하다. 

최근 상황은 다르다. 현지 언론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는 것도 일반적. 더구나 중국은 한국 언론 동향을 세밀하게 살피는 편이고, 북한은 언어가 같아 번역 없이 파악이 가능하다. 신 감독은 중국전을 앞두고 어떤 훈련에 중점을 뒀는지 묻자 취재진에 양해를 구했다.

“그 부분은 노코멘트 하겠다. 그건 내일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상대가 우리 이웃 동네에 있다. 말 한마디가 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다. 이제 정보전이다. 그런 부분 살짝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 답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북한과 경기를 하루 앞두고도 마찬가지. 중국전에 드러난 아쉬움을 다음 경기에 어떻게 반영할지 묻자 “내가 항상 (취재진에) 모든 걸 오픈하고 많은 얘기를 하는데 (지금은) 시합 전이고, 북한이 우리 말을 다 알고 우리 미디어 보면 알 수 있다. 얘기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못하겠다”고 일축했다.

대표 팀의 훈련을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은 전체 90분 중 15분. 전술적 대비와 관계 없는 몸 풀기만 볼 수 있다. 대표 팀이 교통 상황으로 인해 늦게 훈련장에 도착했고, 신 감독이 선수들이 웜업을 하는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시간이 늘어졌다. 신 감독이 훈련에 합류하고서 10분 가까이 더 훈련을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사진 기자와 영상 기자들에게 장면을 담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만큼 더 취재를 하고 있는 신 감독이 기자들을 향해 웃으며 외쳤다. “언제까지 볼거야? 시간지나지 않았어?” 신 감독이 본격적으로 전술 훈련을 지시하고, 실행하려던 참에 여전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 것이 신경 쓰였던 것. 단 하나의 정보라도 새어 나갈까 신중을 기한 신 감독이다. 단 하나의 힌트라도 실제 경기에서 상대에게 대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북한 대표 팀은 예른 안데르센 감독 체제로 연중 평일에 하루 2회씩 꾸준히 훈련해 클럽 팀 수준의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안데르센 감독 역시 상대 팀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분석하는 지도자다. 일본과 첫 경기에도 일본의 플레이 특성은 물론, 새로 선발된 J리그 선수들까지 파악하고 경기했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첫 경기에서 비긴 신 감독에게 북한전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 심적 부담이 더 크고, 상대가 더 오랜 시간 훈련하며 준비한 점도 걱정이 될 수 있다. 한국 대표 팀은 11월 27일부터 조기 훈련을 했으나 동아시안컵 시작 이후에는 회복에 중점을 둬왔기 때문에 경기 전날의 전술 훈련 밀도와 비중이 어느 때보다 크다. 

취재를 허락 받은 시간이 몇 분 더 남아있었지만 “훈련을 할 수 없다”고 읍소하는 신 감독의 말에 취재진은 빠르게 훈련장에서 철수 했다. 신 감독이 치밀한 밀집 수비와 전투적인 압박으로 개최국 일본에 앞서는 경기력을 보였던 북한을 깰 비책을 찾았을까? 신 감독의 말대로 12일 오후 4시 30분 킥오프하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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