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축구 중계는 '라이브'가 생명이다. 생방송을 사수하면 '스포일러' 걱정이 없다. 스포티비뉴스는 경기를 미리 보면서 약간의 '스포'를 뿌려 볼 생각이다. 한국과 북한의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남자부 2차전을 도쿄 현장에서 생생한 정보로 전망한다.

*경기 정보: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남자부 한국 vs 북한, 2017년 12월 12일 오후 4시 30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도쿄)

◆ 1st Match: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 못 챙긴 남북 ‘동병상련’

신태용 감독은 중국과 1차전에서 2-2로 비긴 뒤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선수들이 완벽하게 해줬다”고 했다. 전반 9분 웨이스하오에게 선제 실점을 했으나 전반 12분과 전반 19분 김신욱과 이재성이 연이어 동점 골과 역전 골을 넣었다. 그 뒤로도 전반전 내내 김신욱의 힘, 이재성의 침투, 이명주의 패스가 좋은 콤비네이션을 이루며 여러 차례 좋은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중국은 후반전에 스리백으로 전환해 측면 중심 역습을 펼쳤고, 후반 31분 리쉐펑의 크로스 패스를 위다바오가 헤더로 마무리해 동점 골을 넣었다. 신 감독은 “축구는 70분 동안 하는 게 아니”라며 마지막 15분에 내준 통한의 골, 더 크게 달아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결정력을 아쉬웠다. 조금만 집중력을 더 하면 되는 신 감독은 밝은 표정으로 북한전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의 예른 안데르센 감독은 일본에 0-1로 졌으나 일본 취재진의 박수를 받았다. 북한은 경기 내내 일본 공격을 틀어막고 공격 기회를 더 많이 창출했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후반 추가 시간 4분에 순산 집중력을 잃어 결승 골을 허용하고 졌다. 안데르센 감독은 “우리가 더 좋은 경기를 했는데 불운했다”고 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 팀 감독도 “운이 우리 편이었다”며 수긍했다. 

북한도 최소한 승점 1점은 가져갈 수 있는 경기를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내용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아쉬운 마음이다. 한국도 북한도 2차전에는 결과를 꼭 가져오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안데르센 감독은 대회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우리는 우승후보가 가장 거리가 먼 팀”이라고 했으나 일본전을 치른 뒤 “이번 대회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 신태용 축구 돌려치기에 최적화된 플레이로 중국전 1골 1도움을 올린 이재성 ⓒ게티이미지코리아


◆ TACTICS: ‘돌려치기’ 논스톱 패스+배후 침투 vs ‘카운터 어택’ 내려서기+습격하기

양 팀 모두 1차전 경기 내용에 만족하고 있다. 기본적인 경기 전략과 틀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부족했던 부분만 보완하면 되는 상황. 

한국의 경우 선발 선수 구성에 변화가 예상된다. 신태용 감독은 11일 가진 훈련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확답을 하지 않았으나 이근호의 선발 출전 가능성을 묻는 말에 변화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란히 1골 1도움을 올린 김신욱과 이재성이 그대로 출전할 가능성이 있고, 두 선수 사이에서 좋은 패스를 뿌린 이명주, 신 감독이 더 자신있는 플레이를 주문한 주세종까지 이번 경기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변화가 예상되는 포지션은 측면이다. 베테랑 염기훈의 자리에 이근호가 측면 공격수로 출격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재성이 왼쪽, 이근호가 오른쪽으로 갈 수 있다. 울산 소집 훈련 당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윤일록은 아직 쾌차하지 못한 모습. 김민우의 깜짝 전진 배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레프트백 김진수와 라이트백 최철순의 선발 출전 여부도 확신할 수 없다. 김진수는 중국전에 경고를 한 장 받았고, 최철순은 중국전 후반 13분 가장 먼저 교체된 한국 선수였다. 김민우가 레프트백, 고요한이 라이트백 자리에 나설 수 있다. 골문도 중국저에 기회를 받은 김진현 대신 조현우가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골키퍼 포지션도 주전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 중국전에 높이와 발 밑 모두 좋았던 김신욱 ⓒ게티이미지코리아


북한의 경우 주전 선수를 중심으로 조직력을 다지고 있고, 중국과 마지막 경기보다 한국과 2차전이 더 중요하다. 1차전 선발 선수들이 변화 없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기본 전형은 4-2-3-1. 리명국이 골문을 지키고 심현진, 장국철, 리영철, 강국철이 포백 라인을 이룬다.

허리의 중심은 리영직. 북한의 기성용 내지 북한의 야야 투레. 그 옆에 리은철이 선다. 리은철이 앞으로 나가 전방 압박 라인을 구성하고, 리영직은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을 하며 4-1-4-1이 되기도 한다. 골문에 버스를 세운다고 표현되는 두 줄 수비를 펴고, 그 사이에 수비적 리베로를 두는 형태가 된다. 

원톱 김유성 뒤에 박명성, 박성철, 정일관이 선다. 정일관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고 박명성도 중원 지역에서 많이 뛰며 공격을 지원한다. 수비 상황에서 박성철이 김유성의 전방 압박을 지원한다. 전술적으로 견고하고 단단하다. 수비 조직 그물과 역습 공격 속도가 빠르다. 북한은 공을 내주면 빠르게 자기 진영으로 내려온다. 역습으로 나갈 때도 빠르게 뛰쳐나간다. 공수 전환 속도가 대단히 빠른데, 후반 중반까지도 체력을 유지한다.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의 강한 체력 비결로 대표 팀이 연중 러닝 훈련과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팀으로 뛰고, 영리하게 뛰고, 많이 뛰는 북한의 유일한 아쉬움은 공격 패스의 창조성과 타이밍. 이 점만 보완되면 북한은 매우 무서운 팀이 될 것이다.

▲ 신태용 감독이 주목한 전투적인 북한 원톱 김유성 ⓒ게티이미지코리아


◆ KEY PLAYER: ‘진격의 거인’ 김신욱 vs ‘무한 질주’ 김유성

두 팀 모두 공격 최전선에 있는 선수들의 존재감이 크다. 197cm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중국전에서 절묘한 백힐 패스, 터닝 슈팅, 발리 슈팅, 원터치 패스 등 발로 하는 플레이도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방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2선에 내려와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2선 선수들의 전방 침투를 유도했다. 힘과 높이를 통해 롱볼을 확보하는 능력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중국 수비는 전반전에 김신욱의 패턴을 알고도 막지 못했다. 

후반전에 중국이 스리백으로 전환하면서 고립되는 면이 있었으나, 전반전에 보여준 가능성은 기대를 걸만하다. 김신욱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부상 중인 와중에도 출전해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북한의 두 줄 수비를 힘과 높이로 깨고 섬세한 발 밑 플레이로 공략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북한과 일본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원톱 김유성을 꼽았다. 신 감독은 “스트라이커를 보는 23번 선수가 상당히 빠르고 저돌적으로 돌파한다. 그 모습을 인상 깊게 잘 봤다”고 했다. 신 감독의 말대로 빨랐고, 전방 압박을 쉴새 없이 했다. 공을 잡았을 때 패스 타이밍과 침투 동선도 좋았다. 마무리 슈팅이 조금 아쉬웠으나 크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김유성은 2014년 AFC U-19 챔피언십 준우승 멤버다. 일본전에 앞서 지난 11월 2019년 AFC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말레이시아와 연속 경기에 4골을 몰아쳤다. 말레이시아 원정에서만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지난 9월 5일 레바논과 홈 경기에서도 득점했고, 6월 카타르와 친선전, 홍콩과 아시안컵 예썬전 등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해왔다. 4.25 축구단 소속 김유성은 AFC컵에서도 7골을 기록 중이다. 득점 감각이 없지 않다. 일본전에는 경고만 한 장 받았으나 한국전에는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글=도쿄(알본),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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