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현진(왼쪽)의 공격력을 주의해야 한다.
2017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겨냥하는 한국 축구 대표 팀에 가장 중요한 시험 무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대회 전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SPOTV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은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관전평과 제언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명지대 신문선축구연구소가 제공합니다.<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신문선 SPOTV 특별 해설위원]  지난 9일 중국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 축구 대표 팀은 동아시안컵 2차전에서 북한을 만난다. 그동안 북한의 전력은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지난 9일 치른 일본과 1차전 경기 데이터를 토대로 전력을 분석한다.

북한은 일본전에서 많이 뛰며 몸을 사리지 않고 투지가 넘치는 '전투력 높은' 축구를 구사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며, 상황에 따라 4-1-4-1 형태로 변화했다.
▲ ⓒ김종래 디자이너

◆ 공격의 키워드 '효율'

북한의 공격은 기본적으로 최전방 공격수 김유성(23번)을 노리고 수비 뒤 공간으로 패스하면서 진행된다. 패스는 중앙뿐 아니라 좌우측면에서 얼리크로스 형태나 수비와 수비 사이로 낮고 빠른 스루패스를 시도한다. 수비 뒤 공간으로 패스한 뒤에는 한두 명의 공격수가 함께 가담해, 원터치패스로 빠르게 슈팅 기회를 만든다. 일본전에서 드러난 북한 공격의 키워드는 '효율'이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전력이 강하다고 평가됐기 때문에 북한은 점유보다 빠른 연결을 통해 공격을 펼쳤다. 점유율(34%), 패스 수(279회), 패스 성공률(70%)이 일본(점유율 66%, 패스 580회, 패스 성공률 84%)에 데이터상으로 밀렸지만, 북한이 전혀 밀리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고 느껴진 것은 그만큼 북한의 공격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기 내내 32개의 공격을 시도해 18.75%(6회 성공)의 공격 효율성을 보였다.공격 시도를 슈팅으로 마무리한 비율이 40.62%(13회0나 되었다. 또한 슈팅 정확도가 50%(6히)나 되고, 40%의 크로스 성공률(15회 시도, 6회 성공)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경기 내내 볼을 점유하며 경기를 주도한 일본보다 적은 공격 기회에서도 더 많은 슈팅을 만들어내며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특히 북한의 북한의 프리킥 세트피스는 위협적이었다. 총 4회의 프리킥을 페널티에어리어 쪽으로 붙여 공격을 시도했는데 한 차례를 제외하면, 세컨드볼을 머리 또는 발로 마무리하면서 일본 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은 이러한 북한 공격을 맞아 수비 뒤 공간에 한 번에 연결되는 패스에 대한 대비와 함께 프리킥 세트피스에 대한 조직적인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 프리킥 찬스를 내주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 ⓒ김종래 디자이너

◆ '투지와 조직력' 북한 수비

일본전 북한 수비는 조직적이며 투지가 넘쳤다. 경기 초반과 막판은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수비 땐 4-5-1 또는 5-4-1로 전환해 간격을 일정하개 유지해, 이른바 '두 줄 수비' 형태를 보였다. 측면에서 공격수를 압박할 때는 2~3명이 조직적으로 압박했다. 전반적으로 수비 조직력이 잘 다져진 상태였다.

일본은 높은 점유율(66%)을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으나 북한의 조직적인 수비에 막혔다. 일본은 48회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슈팅 8개와 8.33%(4회 성공)의 공격 효율성을 기록했다.

북한이 중앙에 밀집된 형태의 수비를 했기 때문에, 일본은 양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자주 시도했다. 크로스는 27.27%(33회 시도, 9회 성공)의 성공률만 기록했을 뿐이고, 7개의 코너킥도 유효하지 못했다. 물론 후반전 추가 시간 터진 득점이 크로스에서 시작됐지만, 일본은 북한에 비해 공격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북한의 수비가 견고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의 조직적인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2대1 패스 등 부분 전술을 활용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일본전과 같은 경기 형태를 보일 경우, 양쪽 측면에서 공격 시도가 용이할 것이기 때문에 크로스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 중국전에서 대표팀은 19.23%(26회 시도, 5회 성공)의 크로스 성공률을 기록했는데, 북한전에서는 정확한 크로스를 준비해야 한다. 이후 세컨드볼에 대한 대비 또한 철저히 해야 한다.

후반 13분 리영철(18번)이 기록한 헛발질 등 경기 중 잔실수가 많은 것은 한국이 공략해야 할 약점이다. 조직적인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수비 실수를 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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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플레이어① - 북한 '전투 축구'의 선봉, 정일관(11번)-김유성(23번)

스위스 FC루체른 소속의 정일관은 왼쪽 공격수로 주로 활약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가 장점이다. 일본전에서 기록한 3개 슈팅 모두 페널티박스에 침투해 기록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모두 유효슈팅으로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였따.

김유성은 원톱 스트라이커로 볼 관리 능력이 좋다. 슈팅보다는 공격에 가담한 동료에게 연결해 기회를 창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일본전에서 2회 기회 창출(팀내 1위)을 기록해 북한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국은 김유성에게 패스가 연결될 때, 김유성에게 패스를 받기 위해 침투하는 공격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침투와 슈팅 능력이 좋은 정일관을 경계해야 한다. 다만 김유성의 패스를 받을 공격수들의 공격 가담 속도가 느려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한국 수비에게 실마리가 될 수 있다.

▲ 김진수는 왼쪽 측면에서 심현진을 상대한다. 측면이 북한전의 핵심이 될 수 있다.

◆ 키플레이어② - 위협적인 수비수 심현진(2번)

심현진은 오른쪽 수비수로 전반적으로 수비에 무게를 두는 선수다. 심현진은 일본전에서 모두 41회 볼 터치를 기록했는데,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공격 진영에서 39.02%(16회)를 기록했다. 왼쪽 수비수인 강국철(6번)의 공격 진영 볼터치가 42.86%(12회)인 것을 고려하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한다. 하지만 공격에 가담했을 땐 위협적이다. 그는 돌파 2회를 시도(북한 전체 돌파 시도 3회)하여 모두 성공했고, 무엇보다 기회 창출도 2회로 팀내 1위를 기록했다.

왼쪽 수비수인 김진수가 심현진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수는 중국전에서 공격 진영에서 볼 터치 62.12%(41회)를 기록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김진수가 공격 시 심현진의 수비를 이겨내고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전개를 이끌어야 하는 동시에, 김진수의 공격 가담으로 생긴 수비적 약점을 조직적으로 커버해야 한다. 심현진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에 대비하고, 그때 공간을 빠르게 역습으로 공략할 준비를 해야 한다.

◆ 키플레이어③ - 위협적인 중거리 슛 리영직(16번)

리영직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격 진여엥서 더 많은 볼 터치를 기록했다. 리영직이 기록한 34회 볼 터치 가운데 공격 진영에서 67.65%(23회)를 기록해 수비보다 공격에 더 무게를 둔다. 리영직은 팀 내에서 패스 비중은 낮지만(패스 비중 6%, 17회 시도) 88.23%(15회 성공)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보이는데 대부분이 공격 진영(12회 시도, 70.59%)에서 위협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리영직은 북한 전체 슈팅의 41.67%(5회)를 시도했다. 주로 세컨드볼이나 뒤로 내준 것을 중거리 슛으로 연결한다. 일본전에서 유효 슈팅으로 1차례 연결됐을 뿐이지만, 중거리 슛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축구는 상대성이 있다. 단 1경기 데이터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한국엔 강력한 체력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북한과 경기는 중국전보다도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전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무승부로 인한 심리적 문제를 극복한다면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신문선 SPOTV 특별 해설 위원 ⓒ곽혜미 기자
정리=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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