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마커스 알드리지(왼쪽), 그렉 포포비치 감독

[스포티비뉴스=조현일 NBA 전문기자] "온전히 내 실수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그렉 포포비치(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이 자신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13일(이하 한국 시간), 'NBA.com'의 보도에 따르면 포포비치 감독은 자신 때문에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부진했다고 밝혔다. 

"알드리지를 너무 많이 바꾸려고 했다. 그 친구는 9년 간 NBA를 누볐다. 그런데 나는 알드리지를 잭 시크마처럼 변화시키길 원했다. 알드리지 입장에선 아주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면서 베테랑에 대한 과잉 지도가 알드리지의 리듬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알드리지는 스퍼스 이적 이후 부진을 거듭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 감소를 떠나 실제 위력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적을 고민할 정도로 알드리지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포포비치 감독은 "시크마가 되는 건 알드리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명백히 내 잘못이다. 카와이 레너드나 토니 파커가 여기 왔을 땐 둘 다 매우 어렸다"면서 하지만 알드리지는 이미 베테랑이었다. 그런 알드리지를 억제한 건 감독으로서 전혀 옳은 결정이 아니었다. 내가 현명하지 못했다. 내 책임이다"고 말했다.  

포포비치 감독이 생각을 바꾼 건 2017년 비시즌이었다. 알드리지와 포포비치 감독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속내를 털어 놓았다고.

포포비치 감독은 "일종의 합의를 봤다고나 할까. 알드리지에게 일렀다. '수비에 관해선 다른 선수들처럼 똑같이 요구하겠지만 공격은 아예 전적으로 맡겨둘 것'이라고. 지금 알드리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알드리지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포포비치 감독의 말대로 알드리지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평균 22.7점은 개인 통산 3번째로 높은 기록. 슈팅 효율(야투 50.1%, 3점 38.1%, 자유투 85.2%)도 흠 잡을 데 없다. 

PER(Player Efficiency Rating)은 25.3으로 생애 최고 수치를 찍고 있다. 리그 평균 PER이 15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알드리지가 얼마나 생산적인 활약을 펼치는지 알 수 있다. 

현역 시절, 알드리지와 함께 포틀랜드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이메이 유도카 스퍼스 어시스턴트 코치는 "올 시즌 들어 알드리지가 유독 자주 웃는다. 스퍼스 농구에 많이 적응했다. 마음가짐,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13일 열리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원정경기를 통해 카와이 레너드가 복귀한다. 그 동안 1옵션 역할을 완벽히 해낸 알드리지는 자신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최고의 동료를 얻었다. '잭 시크마'가 아닌, 우리가 알던 '빈티지 알드리지'로 돌아온 그의 활약을 지켜보자.

조현일 농구 해설위원(chi@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