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방에서 한국에 1-4로 대패한 일본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한준 기자] 한국의 2회 연속 우승, 그리고 통산 4회 최다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다른 3개 참가국에는 어떤 대회였을까?

북한, 중국에 1골 차 신승을 거두며 한국을 만나 안방에서 1-4로 대패한 일본은 숙제를 확인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은 꽤 많은 주력 선수가 빠진 팀이다. A매치 경력이 없는 선수가 전체 23인 엔트리 가운데 8명에 달했다. 

순수 J리그파 가운데에서도 FIFA(국제축구연맨) 클럽 월드컵에 나간 우라와 레즈 선수들과 초기 엔트리에 들었으나 부상으로 빠진 기요타케 히로시 등 리그 정상급 선수가 10명 이상 합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 팀 감독은 “일본 축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한국 대표 팀이 보인 경기력을 칭찬했다. “베스트 멤버가 왔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통렬하게 반성했다.

◆ ‘준우승’ 일본, 본질적인 한계와 마주하다

일본의 목표는 한국을 꺾는 것이 아니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폴란드, 콜롬비아, 세네갈을 상대로 16강 티켓을 얻는 것이다. 세 팀 모두 체력에서 강점을 갖췄다. 비교적 무난한 조 편성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성향으로 볼 때 일본에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다.

일본 수비는 김신욱의 힘과 높이에 속수무책이었다. 이재성의 돌파와 패스에 와르르 무너졌다. 본선에서 일본은 더 뛰어난 수비수, 더 노련한 미드필더를 내세우겠지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 같은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상대의 수준이 더 높아지는데, 일본 축구의 기본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일본 대표 팀은 기요타케까지 빠지면서 중원 2선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가 없어 어려운 경기를 계속했다. 그 점을 차지하더라도 일본 축구가 가진 수비적 완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한국과 경기에서 드러났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구체적으로 “힘에서 압도당하고 경기 운영 능력에서 열세였다”고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일본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줄곧 일대일 싸움에서 약한 것이 일본의 문제라고 했다. 공을 소유하고 돌리는 데 능하지만, 파괴력이 떨어져 경기를 주도하지 못했다. 공격도 수비도 직선적 플레이가 부족해 비효율적인 경기를 해 왔다. 경기 운영 능력은 볼을 오래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 강점을 약화하고 자기 장점을 극대화하는 경기 흐름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일본은 그런 유연성과 대처 능력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 축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일본 축구가 세계와 대적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포인트이기도 하다. 유럽에 나간 일본의 톱클래스 선수들은 그런 점을 갖춰 가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J리그 선수들이 국제 경쟁력이 있는지 보겠다”는 것을 이번 대회 목표로 삼았다. 

북한, 중국전에 J리그 선수들은 투쟁심을 보이며 승리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훈련 시간도 부족했고, 빠진 선수도 많아 기대치가 낮은 가운데 성과가 좋다고 자평했다. 한국전은 한계를 확인한 것뿐이다. 그는 “감독의 문제라고 본다면 그렇게 쓰시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정신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능력의 한계가 한국전에서 나왔다.

중국은 북한과 마지막 경기에서 1-1로 비겨 승리 없이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애초에 이 대회 우승을 바라지 않았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열릴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 참가할 6명의 주축 선수를 뽑아 매 경기 출전시켰다. 그 선수들이 한국과 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를 하면서 골을 만들고 2-2로 비겼다.

일본전도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내 1-2로 석패했다. 경험 부족이 나타났지만 웨이스하오, 양리위, 허차오, 덩한원 등은 측면과 중원에서 빠르게 국가 대표 팀 수준에 적응했다. 위다바오와 자오슈르는 리피가 추구하는 축구를 끌어 갈 베테랑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


◆ ‘3위’ 중국, 미래를 위한 기틀을 다지다

리피 감독은 11월 초 리그 일정이 끝나 휴식기가 길었던 슈퍼리그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우승이 어렵다고 봤다. 리피 감독의 기대보다 중국 대표 팀은 좋은 내용과 결과를 보인 것이다. 리피 감독은 2019년 AFC 아시안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새로운 중국, 젊은 중국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아시안컵은 그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회 목적은 22세 이하, 젊은 선수들을 5-7명 정도 투입해 실험적으로 기용해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팀을 구성하기 위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선수들이 잘했다. 플레이도 만족한다.역시 국제 대회 경기라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경험을 쌓게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에서 선수들이 잘해 줬다."

▲ 북한 중원의 중심 리영직 ⓒ한준 기자


◆ ‘4위’ 북한, 아시아 정상과 격차를 확인하다

북한은 1무 2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일본과 첫 경기에서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고도 결정력 부족 속에 후반 추가 시간 실점으로 0-1 패배. 한국과 경기에는 자책골로 0-1 패배. 중국과 경기에선 선제골을 내줬으나 정일관의 오른발 프리킥 득점으로 1-1로 비겨 첫 득점과 첫 승점을 얻었다.

매 경기가 접전이었지만, 안간힘으로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공격수 안병준은 믹스트 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 1점 차 경기였고 오늘(16일 중국전)은 비겼다. 세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4등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1골 차이지만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팀으로도 선수 각자가 성장해야 한다”며 냉정하게 돌아봤다.

예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은 일본전을 치르고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며 이번 대회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0-1로 진 뒤에는 차이를 실감했다. 한국도 수비를 단단히 하고 경기하니 북한의 강점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실험을 거듭한 중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정신력에서 앞섰으나 선제골을 준 뒤 간신히 비겼다.

정신적으로 강하고, 조직적으로나 전술적으로도 유럽 출신 감독을 데려와 발전한 북한. 실제로 리영직은 “세계에서 경함을 많이 가진 감독이고, 그 경험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며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안병준도 “열성적인 감독이라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열세, 특히 골을 만드는 과정의 창조성은 숙제였다. 안병준은 “오늘(16일) 중국 경기에는 좀 앞 선부터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는데, 일본, 한국하고 할 때는 그런 것을 못했다. 그런 수비를 할 수 있으면 일본이나 한국하고 할 때도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며 더 높은 라인에서 경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공격으로 가는 거리가 멀어 득점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골문 가까이서 더 냉정하게 플레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정력 자체의 문제도 얘기 했다.

리영직은 “수비를 많이 하지만 찬스 때 넣을 수 있어야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한 명 한 명이 골에 대한 의식을 바꿔야 한다”며 기회가 왔을 때 집중력 문제를 더 강조했다. 기회가 많지 않는 북한은 역습 상황의 속도와 결정력을 보완해야 한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뛰는 정일관은 환상적인 프리킥 득점으로 북한이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치지 않게 했다. 안데르센 감독의 진짜 목표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 3월에 예선전이 이어지고, 이 대회에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탈리아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광성이 가세하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3경기 내내 주력 선수가 그대로라 체력적으로 어려웠다. 아직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강과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북한 축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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