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왼쪽)과 박병호. ⓒ스포티비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2018년 한국 프로 야구는 시대를 대표하는 두 거포의 홈런 대결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홈런왕 2연패를 한 최정이 박병호가 빠진 굴에서 호랑이 노릇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정과 박병호 가운데 누가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을지가 포인트다.

최정에겐 적이 하나 더 있다. 박병호가 KBO 리그에서 뛰던 시절 겪었던 편견과 싸움이 그것이다.

박병호는 규모가 가장 작은 목동 구장을 홈구장으로 쓴다는 것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다른 구장에 비해 홈런이 잘 나오는 환경이 그를 홈런왕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그것이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박병호는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는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게 된다. 지난해 고척돔에서는  모두 120개의 홈런이 나왔다.

반대로 최정은 10개 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규모가 작은 문학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게 된다. 문학 구장에선 지난해 무려 217개의 홈런이 터져 나왔다. 고척돔에선 두 자릿수 홈런을 친 팀이 2개뿐이었지만 문학구장은 6개나 됐다.

최정과 박병호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구장 규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박병호는 같은 논란을 비거리로 잠재운 바 있다. 평균 110m를 넘는 비거리를 앞세워 편견을 잠재웠다. 박병호는 목동 구장에서 53개 홈런의 절반 이상인 28홈런을 쳤지만 그의 파워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정은 어떨까. 최정 역시 구장 규모에 대한 부담은 덜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홈런 파워에 대해 의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정은 박병호와 같은 조건에 놓이더라도 충분한 파워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했다.

최정이 원정 경기에서 때려 낸 홈런을 고척 구장에 대입했을 때 기록을 나타낸 그래픽이다. 외야의 곡선이 고척돔의 외야 펜스다.

비거리와 홈런이 떨어진 지점을 분석한 결과 최정의 원정 홈런은 목동 구장 대입 때 모두 홈런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잠실 구장에서 아웃이 됐던 타구 한 개가 홈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그래픽대로라면 최정의 시즌 홈런은 47개, 원정 홈런은 19개가 된다.

이처럼 최정의 파워는 문학 구장을 벗어나도 그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척돔이 홈구장이었어도 충분한 홈런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 고척돔에서 붙더라도 박병호와 좋은 승부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 레전드' 이승엽은 "구장 규모에 대한 논란은 정말 쓸모없는 것이다. 나도 한때 작은 대구 시민구장 논란이 따라다녔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구장을 썼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했을 수도 있다. 누구도 해 보지도 않고 선을 그을 수 없다. 선수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두 선수 모두 쓸데없는 소모적인 논란은 신경 쓰지 말고 멋진 승부를 펼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정과 박병호의 홈런 레이스는 이승엽 은퇴 등으로 꺼져 가는 프로 야구 흥행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좋은 재료다. 둘 사이의 빅뱅이 흥행 레이스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SK 최정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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