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김윤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제구력'이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좋은 구위를 갖고 있지만 제구력에 약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안정감 면에선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김윤동은 9이닝당 볼넷 숫자가 5.27개나 된다. KIA 주축 투수들 중 가장 안 좋은 성적이다. 제구력에서 훨씬 더 안 좋은 평가를 받는 한승혁도 5.31개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볼 갯수가 많아져 이닝당 평균 18.5개나 던져야 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살펴보면 김윤동이 어렵게 승부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가장 자신 있는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들어가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우선 좋았을 때(무실점 경기)와 안 좋았을 때(1실점 이상 경기)를 나눠서 비교해 봤다.

김윤동은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 때 땅볼 유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위 그래픽 참조). 여기까지는 다른 투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윤동의 특출한 면은 패스트볼 결과에서 도드라진다. 김윤동은 패스트볼이 좋았을 때 48.48%의 땅볼 유도율을 보였다. 안 좋았을 때 29.17%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구위가 좋다는 투수들도 패스트볼을 맞으면 주로 플라이볼이 되게 마련이다. 패스트볼이 장기인 NC 장현식도 좋았을 때 패스트볼의 땅볼 유도율은 32.81%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윤동의 패스트볼은 땅볼 유도에 적합한 무브먼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낸 경기에서 패스트볼로 땅볼 유도를 많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그는 좋은 공을 던졌을 때 안 좋았을 때보다 수직 변화가 2cm 가량 더 살아 올라간다는 걸 알 수 있다. 2cm의 변화는 정타를 빗나가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다.

수평 변화(좌우 변화)는 더 크다. 좋았을 때 21.12cm를 기록했는데 안 좋았을 때는 17.20cm를 기록했다. 오른쪽으로 4cm 가량 더 움직였다는 걸 뜻한다. 이 역시 배트 중심을 빗겨가기 좋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좋았을 때 변화 폭만 꾸준히 찍을 수 있다면 굳이 다른 변화구를 많이 섞지 않아도 타자를 맞춰 잡을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이처럼 자신 있게 자신의 공을 던졌을 때 김윤동의 패스트볼은 더욱 위력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김윤동이 자신의 공에 좀 더 자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는 또한 볼넷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다는 신호를 김윤동에게 보내고 있다.

좋은 결과를 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 차이점을 상황별로 구분해 봤다. 헛스윙률이 1% 정도 오르는 것을 빼면 실점 경기와 무실점 경기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스트라이크 콜과 볼이 되는 비율은 안 좋았을 때가 더 좋았다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볼이 되는 공이 많아도 막아 낸 경기가 더 많았다는 걸 뜻한다. 지나치게 스트라이크를 의식하기 보다 그냥 흐름에 맡겨 자신의 공을 던질 때 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데이터는 말하고 있다. 실점 경기에서 보다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졌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자신감은 실체가 없는 무기다. 하지만 김윤동처럼 분명한 데이터가 있다면 신기루 같은 자신감이란 무기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쉬워진다.

김윤동이 패스트볼을 앞세워 KIA의 뒷문을 더욱 강하게 걸어 잠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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