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메로(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리니고르, 발데스, 쿠슈차크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축구 포지션 중 한 번 주전이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자리가 있다. 바로 골키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세르히오 로메로(30)가 임대 이적을 요청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위해 경기 출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로메로는 이번 시즌도 다비드 데 헤아(28)에 밀려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5경기 출전이 전부다.

맨유는 2000년대 중반 확고한 주전 골키퍼가 없어 고생했다. 2005년 풀럼에서 에드윈 판 데르 사르(현 아약스 CEO)를 영입하며 주전 골키퍼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2인자 골키퍼들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역사가 시작됐다.

세컨드 골키퍼가 아닌 서드 골키퍼였던 벤 포스터(WBA), 벤 아모스(찰턴), 톰 히튼(번리), 론 로베르트 칠러(슈투트가르트) 등은 일찌감치 떠나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샘 존스톤(아스톤빌라)의 경우 여전히 임대를 전전하고 있다.

◆ 팀 하워드

▲ 많은 이들의 환대 속에 에버턴을 떠난 하워드, 맨유 서브 골키퍼 중 가장 잘 풀린 케이스다.
팀 하워드는 판 데르 사르 입단 전까지 주전급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맨유라는 팀에 걸맞은 주전 골키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판 데르 사르가 영입된 후 후보로 밀려났다. 결국 2006년 에버턴으로 임대 이적했고, 다음 시즌 완전 이적했다. 에버턴에서 활약을 뛰어났다. 줄곧 주전으로 나서며 10년 동안 활약했고 2016년 콜로라도 래피즈에 입단하며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 토마스 쿠슈차크

▲ 판 데 사르와 경쟁에서 밀렸던 쿠슈차크
본격적인 맨유 세컨드 골키퍼 불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하워드는 빠른 판단으로 맨유를 떠나 자신의 자리를 찾았지만 쿠슈차크는 긴 시간 동안 후보에 머물렀다.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맨유에 입단했다. 하지만 판 데르 사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주로 벤치에 있었다. 맨유에 있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마저도 비중 없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는 왓포드, 브라이턴, 울버햄튼을 거쳐 버밍엄 시티에서 뛰고 있다.

◆ 아네스 리니고르

▲ 판 데 사르와 데 헤아, 2명의 경쟁자에 밀린 리니고르
리니고르는 1명도 아닌 2명에게 밀렸다. 판 데르 사르와 다비드 데 헤아다. 리니고르는 노르웨이 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2010년 맨유에 입단했다. 40줄에 접어든 판 데르 사르를 대신한 골키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 데르 사르는 마지막 시즌인 2010-2011 시즌도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뛰었다. 리니고르는 주로 벤치를 지켰다.

시즌이 끝나고 판 데르 사르가 은퇴를 선언했다. 리니고르에게 길이 열리는 듯 했으나 이번에는 데 헤아가 막아섰다. 데 하아는 입단 초 슈퍼 세이브를 연달아 보여준 것과 달리 안정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이를 두고 '미적분은 푸는데 인수분해를 못 푼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날을 거듭할 수록 안정감까지 늘어나면서 리니고르는 후보로 밀렸다. 맨유에 머문 5년 간 29경기 출전에 그쳤다.

리니고르는 맨유 세컨드 골키퍼 중 가장 안 풀린 케이스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임대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5년 WBA로 이적했으나 그곳에서도 잘 풀리지 않아 프레스턴으로 임대됐다. 현재는 번리에서 뛰고 있으나 톰 히튼, 닉 포프에 밀려 서드 골키퍼로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 빅토르 발데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아름답지 않게 맨유를 떠난 발데스.
가장 이름값 있는 맨유의 세컨드 골키퍼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다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자리를 잃었고 자유계약으로 맨유에 입단했다. 부상이 있긴 하지만 주전인 데 헤아를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데 헤아의 활약은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엄청났다. 발데스는 간간이 출전하는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역시 발데스다'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출전 기회는 간헐적으로 주어졌다. 여기에 당시 감독이 루이스 판 할 감독의 2군 경기 출전 지시를 거부해 불화까지 생겼다. 상황이 급해진 발데스는 팀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으나 이미 사이가 틀어질 만큼 틀어져버렸고 2016년 6월 벨기에 주필러 리그의 스탕다르 리에주로 임대됐다. 하지만 부상으로 세 달 만에 맨유로 복귀했고 시즌이 끝난 후 방출됐다. 이후 미들즈브러에 입단해 옛 명성에 걸맞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막판에 후보로 밀렸고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다. 계약은 해지됐고 은퇴를 선언했다.

◆ 세르히오 로메로

▲ 반 석차 1등과 2등의 확연한 표정 차이.
현재 맨유의 서브 골키퍼다. 데 헤아가 확고한 주전이 된 2015년 이적했다. 데 헤아가 최고의 골키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간헐적인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도 자신의 몫을 다했다. 특히 지난 시즌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전담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 당시 데 헤아를 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주제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는 로메로가 맡았기 때문에 결승도 로메로가 나가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로메로는 무리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러시아 월드컵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벤치만 달구고 있는 선수가 나갈 순 없다. 결국 로메로는 임대라도 떠난 경기 출전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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