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엔테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초동, 한준 기자] 스페인 대표 팀의 등번호 10번, 그리고 레알마드리드에서 라울 곤살레스와 투톱으로 세 차례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골잡이. 라리가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축구 레전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41)가 23일 한국을 찾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세 번째 방문. 라리가는 23일 열린 2017-18 스페인 라리가 17라운드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의 뷰잉파티를 서울에서 열었다. 라리가 트로피와 함께 내한해 300명의 레알, 바르사 한국 팬들과 엘클라시코를 보며 축구 파티를 가졌다. 

뷰잉파티에 앞서 모리엔테스는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모리엔테스가 경험한 ‘지상 최대의 축구쇼’ 엘클라시코, 최고의 공격수로 세계 최고 무대를 누빈 노하우, 한국 축구에 대한 시선까지. 모리엔테스와 나눈 ‘축구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한다. 

-2002년에 한국에 왔고, 최근에도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어요. 이렇게 자주 한국이라는 나라와 만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것 같다. 체류 기간이 짧지만 한국에 대한 느낌이 어떤가요?
월드컵이 끝나고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은 아주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에요. 월드컵 기간 대표 팀 선수로 뛰면서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에 몇 번 왔는데, 올 때 마다 많이 변해있더라고요. 좋은 것 같습니다.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한국 사람들이 너무 잘해줘서 좋아요. 올 때마다 긍정적인 마음입니다.

-한국 음식이 스페인 음식과 비슷하기도 한데, 한국 음식은 먹어봤나요?
항상 여기 올 때마다 한국 음식을 먹어봤어요. 아주 좋고, 충분히 즐겼습니다. 물론 스페인 음식과 비슷한 음식도 꽤 있지만, 아무래도 동양 음식이라 완전히 다른 것도 있던데요. 지금까지 먹어본 한국 음식은 다 맛있었어요. 저는 원래 여러 나라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 음식을 먹는 것도 늘 즐거운 일이죠. 

-라리가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는데, 오늘 이렇게 엘클라시코를 같이 보는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은데 아시아 팬들이 보기 좋은 시간에 엘클라시코가 열리는 건 처음입니다.
라리가의 시도는 글로벌 전략의 위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과거에 라리가는 아시아에서 보기 쉬운 시간대에 경기를 하지 않았죠. 아시아 팬들에게 좋은 기회다. 오늘처럼 한국이나 아시아 팬들이 보고 즐기기 쉬운 시간에 열린 것은 좋은 소식이 분명합니다.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죠. 더 많은 나라, 도시, 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보이고 알릴 수 있는 기회니까요. 모두에게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본격적인 질문입니다. 레알마드리드 출신이니 어려운 질문은 아닐 것 같기도 한데요. 호날두와 메시, 둘 중 누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나?
말씀하신 것처럼, 당연히 난 레알 출신이고 레알 팬이니까요. (웃음) 매주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플레이를 잘 보고 즐기고 있습니다. 아주 훌륭한 선수입니다. 물론 메시 역시, 당연히 고민할 필요 없이, 아주 훌륭한 선수죠. 개인적으로 선수끼리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두 선수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스페인 선수 입장에서는 외국 선수가 엘클라시코를 주도하는 게 아쉬울 거 같기도 합니다. 스페인 국적 선수 중에 주목하는 선수가 있다면? 
엘클라시코에 나오는 선수라면 스페인 선수든 아니든 누구든 주목을 받을 만 하죠. 레알에서 꼽는다면, 팀의 주장인 세르히오 라모스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선수로는 수비로도 잘 하고 있지만, 팀의 리더로 이끌고 가는 선수이고,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는 선수이기도 하죠. 바르셀로나에선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꼽고 싶습니다. 중원에서 부스케츠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바르셀로나의 플레이가 달라집니다. 팀의 영향력이 큰 선수죠. 

▲ 엘클라시코의 별이었던 모리엔테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렸을 때 처음 아버지가 선물해준 유니폼이 바르셀로나 미겔리 유니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직접 구입한 첫 유니폼은 무엇인가?
난 축구 유니폼을 나를 위해 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운이 좋게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기 때문에. 선수로 생활하니까 내가 유니폼을 살 일은 없었죠. 유니폼은 항상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친구들이나 팀에서 선물 받거나, 프로가 되고 나선 경기를 하고서 교환해서 받았죠. 내 친구들, 유벤투스, 리옹 등에 있는 선수들이 선물해주기도 했는데, 직접 사본 적은 없습니다. 아버지가 내 형에게 레알, 사촌동생에게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사줬고, 나에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사줘서 아주 어렸을 때 바르셀로나와 인연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웃음)

-교환한 유니폼 중에 기억 남는 게 있다면?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 미카엘 라우드루프를 좋아했어요. 프로 경력을 처음 시작해서 알바세테 선수로 레알과 경기를 했는데, 라우드루프와 유니폼을 바꾸고 싶었지만 못했어요. 그 다음에 내가 레알 입단했고, 나도 유명해졌죠. 한 인터뷰에서 라우드루프가 내 어린 시절 우상이라고 말한걸 들었나봐요. 라우드루프가 있던 아약스와 경기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라우드루프가 사인까지 해서 따로 내게 선물할 유니폼을 준비해 주셨더라고요. 너무나 기억에 남고 좋았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엘클라시코를 직접 뛰어본 느낌은 어떤가요? 치열하다고 상상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경기 자체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특별한 경기지만, 내 생각에 엘클라시코가 다른 것은 사람들이 경기에 대해 보이는 관심인 것 같아요. 엘클라시코가 열리면 1주일에서 10일 전부터 거리에서, 모든 장소에서 경기에 대한 최대치의 경쟁심과 기대감을 보내며 기다립니다. 그러 분위기가 선수들의 무의식에 침투하죠. 엄청난 긴장감이 선수들에게 다가옵니다. 다른 경기는 경기 당일 정도에 그 느낌을 받는데,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 전 세계에서도 가장 큰 라이벌전이니까. 챔피언스리그 결승, 준결승 같은 중요한 경기도 있지만 경기 단일로 본다면 엘클라시코만큼 큰 경기는 없죠.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받죠.

-가장 기억에 남는 엘클라시코 경기가 있다면?
가장 기억 남는 경기는, 2000년이었나,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던 경기를 꼽고 싶어요. 그때 내가 운 좋게 세 번째 골을 넣었죠. 그때 느낌은 잊을 수 없습니다. 엘클라시코는 많은 경기들을 생생하게 기억해요. 레알과 바르사 경기는 아주 중요하고, 선수들에겐 그 점에 가장 먼저 와닿는다고 할 수 있죠. 프로로 400경기 넘게 뛰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뛴 모든 클라시코는 다 기억이 나요. 잘했든 못했든 모두 잊을 수 없는 경기이고 순간들이죠. 특별한 기억이고 추억입니다.

-엘클라시코 경기가 끝나고 나선 유니폼 바꾸는 모습 보기 어려운데, 실제로 바꾼 적이 없나요?
공개적으로는 바꾼 적이 없죠. 그런다면 팬들이 이상하게 볼 겁니다. 최대의 적수니까요. 하지만 선수들끼리는 라커룸에서 여러 번 바꾼 적이 있어요. 클루이베르트, 지울리, 볼로 젠덴, 펠레그리노, 로랑 블랑 등 바르셀로나 선수 유니폼을 꽤 많이 갖고 있습니다. 경기할 때마다 사실 이렇게 따로 라커룸에서 만나서 바꿨어요. 공개적으로는 못했지만 많이들 교환을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갈락티코 군단이 생기면서 떠나는 선수들이 많고, 본인도 나가야 했고, 모나코에 가서 복수하기도 했죠. 그때 상황을 돌아본다면? 
레알에서 뛴다면, 누구든 얼마나 오래 뛸지 알 수 없어요. 최대한 오래,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누구에게나 유효기간이 있죠. 나도 레알에 짧은 시간 있던 것은 아닙니다. 꽤 오래 뛰었어요. 더 뛰고 싶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죠. 레알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 팀이니까요. 일반적인 일입니다. 시간이 가면 클럽은 다른 공격수를 영입하고, 그러면 뛸 기회가 줄어들 수 있어요. 선수들에게 제일 좋은 옵션은 출전 시간입니다. 내게 온 좋은 기회는 모나코 임대였어요. 프랑스 리그앙은 매력적인 무대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참가 팀이라는 점이었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 팀에선 주전으로 모든 경기를 뛸 수 있었죠. 아직 난 젊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레알이 날 보낸 건 실수한 거라고 느끼게 하고, 증명하고 싶었어요. 

-바르셀로나 이적 기회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였습니다. 그 대회가 끝나고 호나우두 나자리우가 영입됐죠. 클럽이 내게 나갈 팀을 알아보라고 했어요. 많은 제안이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제안도 있었죠.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분이 이상했어요. 바르사는 최대의 적수인데, 라이벌인데 내가 그 팀에 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팀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별로 저지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사실 기분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도 축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얘기는 있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어요.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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