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제골의 주인공 수아레스(가운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경기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문제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FC바르셀로나 감독, 경기 뒤 인터뷰)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23일 밤 9시(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메라리가 17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바르사의 3-0 완승이었다.

결과는 일방적이었으나 후반전 시작까지는 팽팽했다. 아니 오히려 레알이 우세한 경기였다. 중원 싸움이 핵심이었다. 전반전은 레알마드리드가 강하게 압박하며 경기를 주도했으나, 후반전 들어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역습에 실점하면서 균형이 순식간에 넘어가버렸다.


"선택을 해야 했다. 코바치치 기용이 달랐다. 메시를 잡아야 했고 그것을 잘했다. 이스코는 상황에 따라 기용할 수 있었다." -지네딘 지단(레알마드리드 감독)

홈팀 레알은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로스, 마테오 코바치치가 중원을 지켰다. 눈에 띈 선수는 코바치치. 보통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기 위해 기용하는 이스코 대신 활동량이 장점인 코바치치를 중원에 배치했다. 코바치치 배치로 재미를 봤다. 코바치치는 이스코가 출전했을 때보다 뒤에 배치됐고 카세미루와 함께 중앙에서 좌우 간격을 좁혔다.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바르사의 중원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도록 막았다. 코바치치는 지공 땐 메시를 전담 마크하면서, 메시가 홀로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플레이에도 대비했다. 중원이 바짝 힘을 주고서 바르사를 압박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쥐었다.

"레알은 시작부터 전방 압박을 했고, 중원을 강화했다. 맨투맨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가 익숙한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발베르데 감독

레알의 전략은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전반 35분까지 중원의 최후방에 배치되는 선수들의 패스 성공률이 이를 방증한다. 레알의 카세미루는 81%의 패스 성공률을, 반대로 부스케츠는 69%의 성공률을 보였다. 레알이 잘 버텼고 바르사는 활로를 열지 못했다. 파울리뉴가 활동량과 기동력을 더했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반 라키티치도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레알의 중원이 워낙 단단했다. 전반전 중원 싸움에선 레알이 한 수 위의 경기력을 뽐냈다.

레알은 미드필더의 활발한 2선 침투로 찬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반 10분 토니 크로스가 왼쪽 측면을 타고 침투해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호날두 앞에 배달했지만, 헛발질을 하면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전반 31분 루카 모드리치가 중원에서 압박을 벗어나면서 찬스가 생겼다. 왼쪽 측면 호날두까지 패스가 부드럽게 연결됐고, 호날두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직접 슛으로 마무리했다.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발을 쭉 뻗어 겨우 방어했다.

"전반전 득점을 했다면 경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후반전에도 전반전에 했던 것을 하기 바랐다. 실수를 저질렀고 수비를 잘하지 못했다." -지단 감독

문제는 득점까지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 레알이 주도하는 흐름에서 리드를 잡지 못한 것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아주 치명적인 '부메랑'이었다.

후반 9분은 경기의 분기점이었다. 토니 크로스의 공격적인 패스가 끊기면서 팽팽했던 승패의 줄이 끊어져 급격히 균형은 바르사 쪽으로 왔다. 라키티치는 바르사의 진영부터 직접 드리블하면서 센터라인을 넘어서까지 드리블했다. 오른쪽의 세르지 다시 반대의 수아레스에게 연결되면서 레알의 수비진을 허물었다. 나바스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수아레스의 슛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전 우리는 경기를 통제했고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고 경기를 따냈다." -발베르데 감독

득점 이후엔 바르사가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바르사는 추격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레알의 공격을 찬찬히 받아내다가 역습을 연결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게를 앞으로 옮긴 레알의 수비 뒤 공간을 노렸다. 후반 17분 헤라르드 피케가 공을 끊어 역습을 펼쳤다. 수아레스까지 슛까지 연결했지만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방어하면서 문전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골문으로 흐르는 공을 카르바할이 손을 뻗어 막으면서 곧장 퇴장 명령을 받았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메시가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직전엔 알레시 비달의 골까지 터뜨렸다.

"특정 시점에 두 팀 가운데 한 쪽이 우위에 서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균일했다. 경기력 유지의 문제" -발베르데 감독

바르사는 레알의 전방 압박에 분명 고전했지만, 레알이 90분 내내 강한 압박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언젠가 흐름이 바뀌는 때가 올 것을 알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찬스가 왔을 때 확실히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낚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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