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김재환에게는 주홍 글씨가 따라다닌다. 금지 약물 복용 경력은 그의 야구 인생에 씻을 수 없는 굴레가 되고 있다. 그가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려도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재환을 '약물'에만 가둬두기 힘든 이유가 있다. 그는 좋은 타자가 가져야 할 기술적인 조건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에 의한 '파워'를 지운다 해도 김재환이 좋은 타격 기술을 가졌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바로 발사각에 그 이유가 담겨져 있다.

김재환의 구종과 스피드 별 타구 각도를 조사해 봤다. 그 결과 김재환은 매우 이상적인 타구 각도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인플레이 타구의 평균 발사각이 16.97도였다. 땅볼 타구가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뜬공 타구(안타 포함)의 평균 발사각은 20.48도로 메이저리그서 통용되는 배럴(타구 속도 98마일(약 157.8km) 이상이면서 발사각 26~30도인 타구)에 근접해 있었다.

홈런 타구는 완벽히 배럴에 해당되는 모습을 보였다. 안타 타구의 평균 타구 속도는 150km였고 홈런 타구의 발사각은 27.44도를 기록했다. 매우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도로 홈런을 만들어 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타구가 배럴 안쪽으로 들어갈 순 없다. 땅볼 타구가 계산에서 마이너스 역할을 하기 때문에 평균 각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평균 각도가 16도 이상이면 그 중 배럴의 각도 사이에 들어가는 타구가 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전체 타구의 약 30% 이상이 배럴 각도에 들어가면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김재환은 대부분 상황에서 그 이상의 타구를 만들어 냈다.

특히 패스트볼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패스트볼의 평균 발사각은 20.22도로 매우 이상적이었다. 140km가 넘는 스피드 구간에서 두 구간 모두 20도 이상을 기록했다. 그에게 쉽게 빠른 볼 승부를 들어가선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타구 발사각이 아무리 좋아도 스피드가 따라오지 않으면 오히려 아웃 당하기 쉬운 각도로 변질될 수 있다. 때문에 김재환에겐 앞으로도 '약물'의 그림자가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김재환이 좋은 타격 기술을 가진 선수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처럼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도를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스윙 궤도가 만들어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재환은 여전히 '인정 받는 야구 선수'가 되긴 어렵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손대지 말았어야 할 약문의 힘을 빌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혹을 느끼고 있을 많은 선수들에게 울리는 경고의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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