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국이 지난해 11월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 일본에 7-8로 역전패했을 때 마운드에 서 있던 투수는 두산 함덕주였다. 그는 대표 팀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투수 가운데 하나였다.

경기가 끝난 뒤 선동열 대표 팀 감독은 "함덕주가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지나며 조금 지친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함덕주는 전천후 투입이 예고됐던 2017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2.2이닝 동안 2실점하며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당시에도 함덕주는 "지친 것 같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함덕주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함덕주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 끝난 뒤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경기를 할수록 힘이 떨어진 것이 느껴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힘이 떨어진 함덕주는 팬들이 아는 함덕주와는 거리가 좀 있다. 푹 쉬고 나왔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함덕주는 좋았을 때(6이닝 3실점 이하)와 나빴을 때(6이닝 4실점 이상)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볼 끝의 무브먼트 차이가 먼저 눈에 띄었다. 좋았을 때 수평 변화랑(좌우 변화)은 2cm 정도 차이가 났다. 수직 변화량(위아래 변화)도 2cm 정도 차이가 났다. 배트의 스윙 스폿을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수치였다.

볼의 회전수도 차이가 났다. 안 좋았을 때는 2099rpm에 그쳤지만 좋았을 땐 2119rp을 기록했다. 좋았을 때 충분한 회전수를 기록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았을 때 더 좋은 볼 끝 움직임을 보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중요한 건 휴식일에 대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함덕주는 올 시즌 5일 휴식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평균자책점은 좋지 못했다. 4.19로 등판 간격 성적 가운데 가장 안 좋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세부 성적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일 휴식 후 등판 때 함덕주는 9이닝당 볼넷 허용이 3.21이었다. 하지만 4일 휴식 후 등판에선 8.31로 크게 높아진다. 휴식이 짧으면 제구가 흔들렸다는 걸 뜻한다.

이닝당 출루 허용도 큰 차이를 보인다. 5일 휴식 후 등판에선 1.40에 불과했지만 4일 휴식 후 등판에선 1.77로 수치가 높아졌다. 휴식일 간격에 따라 제구력 또는 볼 배합 차이가 나타났다는 걸 보여 주는 숫자다.

일반적으로 휴식이 길면 감각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힘은 있지만 손끝의 미세한 감각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함덕주는 하루라도 더 쉬면 더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걸 뜻한다.

패스트볼 구위가 결정적 차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함덕주는 좋았을 때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1.82m였지만 안 좋았을 땐 1.80m로 짧아졌다. 그만큼 타자들에게 여유를 안겨 줬다.

좋았을 때 패스트볼의 스트라이크 콜이나 헛스윙 비율이 특별히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12.53%에서 15.97%로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패스트볼로 승부를 과감하게 들어가며 맞춰 잡는 투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좋았을 땐 땅볼 비율이 42.08%였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경기서는 37.51%에 그쳤다.

함덕주는 "푹 쉬고 나오면 공이 가는 것이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됐건 잘 쉬고 나왔을 때 패스트볼로 과감하게 승부를 많이 들어갔고 그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숙제는 함덕주의 등파 간격을 잘 조절해 주거나 함덕주가 보다 힘을 키우는 것으로 좁혀질 수 있다.

함덕주는 부족했던 체력 보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시즌 막판이 될수록 아무래도 힘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는 반성 아래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함덕주는 등판 간격 별로 차이가 났던 지난 시즌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의 노력과 함께 코칭스태프의 관리도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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