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아섭.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손아섭은 지난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홈런을 쳤다. 20홈런을 치며 개인 통산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25도루)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은 손아섭이 FA 자격을 얻게 되는 시즌이었다. FA 시즌에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FA 로이드'(FA+약물 효과)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때문에 손아섭의 20홈런은 숫자가 갖고 있는 무게감만큼 상대적으로는 커 보이지 않는다. FA 앞둔 집중력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데뷔 이후 최고의 기록을 내면 그 이후 성적은 커리어 하이보다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손아섭이 올 시즌에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지는 그래서 더 궁금한 대목이다.

세부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긍정적 예상이 가능하다. 손아섭의 홈런은 순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번 반짝한 활약이 아니라 기량과 기술이 뒷받침된 홈런이 많았다. 손아섭의 20홈런을 일과성으로 보기 힘든 이유다.

우선 손아섭은 패스트볼에 상당한 강점을 보였다.

 
시속140km와 145km 사이 구간에서 타율이 4할2푼7리(전 기록 모두 트랙맨 추적 가능 타구 한정)나 됐고 홈런도 4개로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추적하지 못한 타구를 제외하더라도 상당한 집중력이 이 구간에서 발휘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 빠른 공에서도 강점을 보였다. 시속 145km~150km 구간은 한국 프로 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전혀 굴하지 않았다. 타율은 4할7푼8리로 오히려 올라갔고 홈런도 3개나 치며 강점을 보였다.

손아섭의 배트 스피드가 광속구를 따라가기에도 충분하다는 걸 보여 주는 수치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으면 빠른 볼은 물론이고 변화구 대처도 유리해진다.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가 변화구 대응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아섭이 가장 빠른 구간에서도 강세를 보였다는 건 그만큼 그의 배트 스피드가 수준급이라는 증거다.

손아섭의 패스트볼 상대 타구 스피드는 모두 146km를 넘어섰다. 그만큼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는 걸 뜻한다. 일반적으로 시속 150km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전체 타구에 대한 계산인 만큼 안타 타구는 더 빠르게 날아갔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로는 발사 각도다. 손아섭은 거포형 선수는 아니지만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좋은 발사각도를 가졌다.

손아섭의 뜬공 타구 평균 발사 각도는 19.58도다. 발사 각도가 매우 이상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두산 김재환(19.27도)보다도 조금 더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홈런 구간은 25~35도, 20도 이상 40도 이하는 이상적 발사 각도라고 말한다. 라인드라이브를 포함하고도 19.58도의 발사 각도를 그렸다는 건 손아섭이 타구를 띄우는 데 좋은 재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안타가 아닌 전체 플라이 타구를 계산하면 각도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홈런 각도는 매우 이상적이다. 홈런 타구의 평균 발사각은 27.35도를 기록했다.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구간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이상적인 발사 각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손아섭의 장타력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빠른 타구 스피드에 이상적인 발사 각도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20홈런을 단순히 FA 효과에 가둘 수 없는 이유다.

손아섭은 공부하는 타자다. 20홈런 역시 타구를 멀리 보내는 법에 대한 자각이 뒷받침됐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앞으로 더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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