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차준환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기술 발전은 빠르게 발전했다.

1988년 헝가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는 새롭게 열렸다. 이 대회 남자 싱글에 출전한 커트 브라우닝(52, 캐나다)은 4회전 점프를 실전 대회에서 최초로 성공했다. 이후 30년이 흘렀고 남자 싱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적게는 2~3개 많게는 5~7개의 4회전 점프를 뛰고 있다.

다음 달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진행된다. 이번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은 역대 최고 수준의 ‘점프 경연’이 펼쳐진다.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난이도의 점프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에 17살 소년 차준환(휘문고)이 도전장을 던졌다.

평창 올림픽은 그동안 차준환이 출전했던 대회와 비교해 차원이 다른 무대다. 올 시즌 부진했던 그는 국제 대회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도 힘겹게 이뤄냈다. 1, 2차 선발전에서 고전했던 차준환은 마지막 3차 선발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했다. 쉽지 않게 얻은 올림픽 출전권은 차준환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 평창 올림픽 우승 후보인 '점프 괴물' 네이선 첸 ⓒ GettyIimages

4회전 점프 없으면 명함 못 내미는 현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현주소

차준환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많은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은 그는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로 떠나기 전에 취재진을 만났다. 차준환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더벅머리'를 깨끗하게 깎았다. 헤어 커트를 하기가 쉽지 않은 토론토에서 차준환은 오로지 훈련에만 집중했다.

이 자리에서 차준환은 "최고 기술 난이도로 올림픽에서 클린 경기에 도전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10위권 진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는 얘기하지 않았다. 차준환은 "지금의 기술 구성으로 올림픽에 갈 수 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으면 (브라이언) 오서 코치님과 상의해 기술 난이도를 올릴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17살인 차준환에게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은 큰 부담이 없는 대회다.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최고 전성기는 20살 이후에 나타난다. 평창 올림픽은 차준환의 최종 목표인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이다. 메달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국내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상의 경기를 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올림픽을 앞둔 차준환은 "할 수 있다면 난이도 구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는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챔피언십 2018(전국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올림픽 3차 선발전)이 막을 내렸다. 이 대회에서 차준환은 총점 252.65점으로 우승했다. 7일 열린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이 열리기 전까지 1위를 달렸던 이준형(22, 단국대)은 2위 차준환에게 총점 20.29점 차로 앞섰다. 차준환은 이 점수를 뒤집으며 극적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차준환은 이번 3차 대회에서 지난 2016~2017 시즌 주니어 무대에서 뛸 때의 기술 구성을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악셀 그리고 트리플 플립을 시도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한 번 뛰었다. 트리플 악셀은 2번, 3+3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 하프 루프 +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플립, 트리플 루프 등을 시도했다.

이러한 기술 구성은 평창 올림픽 경쟁자였던 이준형과 김진서(22, 한체대)와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올림픽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 세계챔피언인 하뉴 유즈루 ⓒ GettyIimages

지난해 12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 출전한 6명의 선수 가운데 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뛰는 이는 6위에 그친 제이슨 브라운(24, 미국)을 제외한 5명이었다. 5위 애덤 리폰(28, 미국)은 비록 다운그레이드 판정을 받았지만 쿼드러플 러츠를 시도했다.

1위부터 4위까지 선수들의 점프 구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점프 괴물' 네이선 첸(18, 미국)은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최고 난이도인 쿼드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쿼드러플 점프를 5번 이상(콤비네이션 점프 추가) 시도했다. 2위를 차지한 우노 쇼마(20, 일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5번 뛰었다. 우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84.5점을 받으며 첸(183.19점)을 앞섰다. 그러나 총점에서 첸이 286.51점을 받으며 286.01점을 기록한 우노를 근소한 점수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3, 일본)가 부상으로 빠졌다. 현재 하뉴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지만 그와 또 한 명의 강자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26, 스페인)가 평창 올림픽 무대에 설 경우 남자 싱글 상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 쇼트프로그램 곡 '집시의 노래'에 맞춰 경기하는 차준환 ⓒ 곽혜미 기자

또 다른 4회전 점프를 준비하는 차준환, 올림픽 10위권 진입 가능성은?

차준환은 올 시즌 발에 맞지 않는 부츠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3차 선발전에서 그는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렸다. 그러나 차준환은 3차 선발전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여전히 몸 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11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클린 경기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점수, 순위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 전부 뛰어나고 나보다 잘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차준환이 평창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기존에 뛰던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률을 높이고 여기에 쿼드러플 토루프를 비롯한 새 점프를 추가하면 10위권 진입은 바라볼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차준환은 쿼드러플 토루프 연습을 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이 점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대회가 있어서 쿼드러플 토루프 연습은 많이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마의 총점 300점'을 넘은 이는 총 5명(하뉴, 우노, 페르난데스, 첸, 진보양)이다. 역대 남자 싱글 점수 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은퇴한 선수를 제외하면 차준환(ISU 역대 최고점 : 242.45점)은 15~20위 정도에 위치한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와 최근 상승세를 볼 때 차준환이 250~2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경우 첫 올림픽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차준환은 평창 올림픽에서 선보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일 포스티노'를 선택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올 시즌 차준환은 새로운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The Planets'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창작자는 세계적인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캐나다)이다. 윌슨의 새로운 역량이 들어간 만큼 차준환은 포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시즌 좋은 기억에 담긴 '일 포스티노'를 선택했다. 이 작품의 창작자 역시 윌슨이다.

차준환은 "올림픽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일 포스티노로 간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시즌에 계속 해왔던 프로그램이라 잘 맞는 것 같다. '행성(The Planet)'을 좋아했지만 부상 등으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일 포스티노로 하면 좀 더 편하다"고 설명했다.

'일 포스티노'를 다시 들고나온 선택은 '신의 한수'였다. 3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가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지적된 것 외에는 모든 요소를 깨끗하게 해냈다.

▲ 프리스케이팅 곡 '일 포스티노'에 맞춰 경기하는 차준환 ⓒ 곽혜미
기자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이 기간에 많은 것을 새롭게 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볼 때 차준환은 기존에 했던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쿼드러플 살코의 성공률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훈련 성과가 좋고 컨디션이 올라가면 쿼드러플 토루프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다. 차준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어린 나이에 비교해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안무 표현은 물론 정상급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스케이팅 스킬과 스텝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PCS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어야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다.

선수들의 기술 구성이 올라가면서 남자 싱글의 상위권 진입은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워졌다. 국내 선발전에서 차준환은 '도전' 대신 '안정'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올림픽은 '안정'만으로는 최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인터뷰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던 차준환은 이러한 올림픽의 수준을 알고 있기에 '최고 난이도 기술'을 언급했다.

차준환은 남자 싱글에 앞서 열리는 팀 이벤트에도 출전한다. 12일 오전 출국하는 그는 다음 달 초까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훈련에 집중한다. 그리고 팀 이벤트 일정에 맞춰 다음 달 3일에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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