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고영표 임기영 이재학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현역 시절 프로 야구를 대표하는 '옆구리' 투수였던 조웅천 코치의 무기는 체인지업이었다. 그는 체인지업이 있었기 때문에 왼손 타자와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잘 나가는' 옆구리 투수들은 체인지업을 던진다. 지난 시즌 리그를 넘어 한국시리즈와 국가 대표까지 섭렵한 임기영(KIA)와 kt 국내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고영표(kt)가 그렇다. 두 선수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각각 32.87%, 33.74%였다. 사이드암스로 선발투수의 대표인 이재학은 변화구가 체인지업뿐이다. 그의 체인지업 구사율은 48.93%다. 이재학은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투 피치로 잠수함 투수로는 이례적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을 쌓았다.

고영표는 순위를 매겨달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다른 투수들과 궤적, 던지는 방식, 활용 방법 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역 시절 유명한 잠수함 투수였던 김진욱 kt 감독은 "셋 다 뛰어난 체인지업을 가졌다. 그러나 그립이 같을지라도 차이는 분명하다. 고영표와 임기영은 낮게, 이재학은 슬라이더처럼 높게 간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폭이 크고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임기영-고영표-이재학 투구 분석표. 회색이 직구, 하늘색이 체인지업. 겹쳐 있지 않은 다른 한 구질은 커브다. ⓒ애슬릿미디어

최고 구속/평균 구속(km/h)

임기영 136.02/112.48
이재학 132.89/123.42
고영표 123.50/116.69

수직/수평 무브먼트(cm)

고영표 -10.27/42.89
이재학 19.45/46.27
임기영 -2.40/47.78

릴리스 포인트(높이/좌우/익스텐션 m)

이재학 1.58/0.77/1.91
임기영 1.25/1.06/1.81
고영표 1.16/0.76/2.09

회전수(RPM)

이재학 2701.77
고영표 1926.88
임기영 1792.36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는 세 선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의 차이를 설명한다. 수직 무브먼트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면서 중력의 영향 없이 일직선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일직선의 궤도를 따라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높이와, 실제로 던져진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높이의 수직거리 차이를 말한다. 양의 값일 때 공이 위로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고 중력의 영향이 있었을 때 떨어지는 정도보다 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타자는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두고 "스트라이크 존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낙차 폭이 가장 크다. 낮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팔 스윙을 빠르게 해 각도를 키운다. 최고 구속은 123.5km로 빠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 존에서 큰 각도로 빠르게 떨어져 헛스윙을 유도한다. 지난 시즌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유도율이 58%에 달했다.

임기영은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76이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했을 때 피안타율(0.295)보다 낮다. 그러나 좌우 무브먼트가 좋아 범타를 유도하기에 효과적이다. 한 좌타자는 "임기영의 패스트볼은 멀어진다는 느낌을 준다"며 "배트 중심에 맞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팀 투수 코치는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가 볼 끝이 휘니까 정타가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조금 특별하다. 이재학은 궤적이 특이하고, 회전수가 독보적이다. 수직 무브먼트가 양수다. 투구 분석표에 따르면 고영표와 임기영과 확연히 차이 난다. 마치 횡 슬라이더 같은 움직임이다. 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비롯됐다. 또 이재학은 스리쿼터로 던지기도 한다. 이재학의 체인지업이 특별한 또다른 기록은 회전수. 고영표와 임기영(1,792.36회)을 크게 압도한다.

또 김 감독은 "포심이 돼야 변화구가 산다. 요즘 타자들은 포심을 던질 때 팔 속도와 체인지업의 팔 속도가 다르면 곧바로 반응을 한다. 세 선수는 패스트볼도 좋기 때문에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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