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터시티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레스터 시티의 색깔은 확실했다. 단단하고 투박했다. 하지만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레스터는 14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23라운드에서 0-0으로 비겼다. 전반부터 후반 초반까지는 레스터가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후반 23분 벤 칠웰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해 수적 열세에 놓여 주도권을 내줬다. 퇴장만 아니었다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경기력이었다.

레스터의 장점이 고스란히 나온 경기였다. 특유의 단단한 수비는 일품이었고, 공격 과정은 투박했지만 날카로웠다. 퇴장으로 인해 생긴 변수는 재빠른 판단과 행동으로 손실을 최소화했다.

◆ 레스터의 최대 강점, 단단한 수비

▲ 모라타를 봉쇄한 머과이어
레스터의 장점이 수비라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날도 레스터는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해리 머과이어를 중심으로 포백 라인은 견고한 수비진을 구축했다. 머과이어는 첼시의 최전방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를 완벽하게 막았다. 모라타는 최근 부진한 경기력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지만 머과이어에 번번이 막혀 짜증스러운 표정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에덴 아자르를 막는 전술도 뛰어났다. 아자르의 플레이 특성상 자리는 크게 상관 없다. 아자르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프리롤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아자르는 자리에 상관없이 경기장 이곳저곳을 오가며 뛰었다. 레스터의 대응은 협력 수비였다. 라인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선에서 아자르를 감쌌다. 중앙 미드필더인 윌프레드 은디디와 매튜 제임스도 적극적으로 내려와 아자르를 막는 데 힘을 보탰다. 몸으로 거칠게 밀어붙이거나 반칙으로 끊는 것이 아닌 공만 툭 건드리고 빠지거나, 바싹 붙어 드리블 반경을 좁혀 자유롭게 공을 가지고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데 집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아자르는 후반 13분 만에 교체됐다.

◆ 투박하지만 날카로운 공격

▲ 골은 없었지만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준 바디(오른쪽)
공격 전개는 투박했다.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니다. 주로 측면 크로스가 뒤에서 한 번에 길게 찔러주고 최전방 공격수 바디가 특유의 빠른 발을 이용해 공을 잡아 공격했다. 기존의 레스터 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웠다. 과거 2015-16시즌 우승을 차지할 당시 투박했지만 날카로운 공격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레스터의 날카로운 공격은 전반 초반부터 첼시 수비진을 흔들었고, 한 번 흔들린 수비는 후반 초반까지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다. 첼시 수비진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투박하지만 계속해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 퇴장 변수, 재빠른 변화로 대처

▲ 레스터 전술에 부드러움을 더한 퓌엘 감독
클로드 퓌엘 감독의 부드러운 전술 대처도 눈길을 끌었다. 경기를 주도한 레스터는 후반 23분 칠웰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해 변수를 맞았다. 수적 열세에 놓여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퓌엘 감독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를 빼고 수비수 크리스티안 푸흐스를 넣어 칠웰의 자리를 대신하게 했다. 최전방은 제이미 바디를 그대로 두고 리야드 마레즈에게 2선에서 지원하게 했다. 공격 숫자를 1명 줄이고 수비 숫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선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최선의 선택이기도 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칠웰이 퇴장한 직후다. 퇴장 당할 것을 예상하고 경기하는 감독은 없다. 칠웰의 퇴장은 갑자기 생긴 변수였다. 푸흐스가 몸을 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칠웰의 퇴장 후 푸흐스 투입 전까지 약 5분의 시간이 있었다. 이때 퓌엘 감독은 유기적인 전술 변화를 줬다.

퓌엘 감독은 왼쪽 윙어 마크 올브라이턴을 칠웰 자리로 내렸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판단이다. 여기에 바디를 수비 라인으로 내리는 변화를 더했다. 퇴장으로 수비진이 흔들린 상황에서 바디를 수비 라인에 합류시켜 수비수 숫자를 늘렸다. 올브라이턴을 수비로 내린다 한들 전문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수비진의 약점이 생긴다. 이를 바디를 내려 숫자를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바디는 179cm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탄한 체격과 강한 신체를 갖고 있다. 몇 분 정도는 수비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대신 그 몇 분 동안 공격을 포기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바디는 푸흐스가 교체된 후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갔다.

과거 중소 구단이자 대표적인 셀링 클럽인 사우샘프턴에서 없는 살림에도 유기적인 전술로 꾸준히 팀을 중위권으로 이끈 퓌엘 감독이다. 퓌엘 감독은 시즌 중반 레스터 부임 후 기존의 레스터 색깔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전술을 더해 변화를 주고 있고 첼시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퓌엘의 부임으로 레스터는 기존의 투박하고 단단한 팀 컬러에 부드러움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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