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FA 이적 첫해 맘고생을 해야 했다. 마무리 투수가 7승(3패)이나 거두는 기형적 상황에서 세이브는 20개에 그쳤다. 평균 자책점도 4.26이나 됐다. 마무리 투수로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손승락은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61경기에 등판해 62이닝을 던졌고 1승3패 37세이브를 기록했다. 최다 세이브 타이틀도 그의 것이었다. 롯데는 그런 그를 팀 MVP로 선정했다.

화려한 부활의 뒷면엔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있었다. 손승락은 명예 회복을 위해 유망주들이 주로 참가하는 마무리 캠프에 자원해서 합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땀 흘린 뒤 얻게 된 영광이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그러나 단순히 열심히만 했다고 결과가 달라졌던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프로는 프로가 아니다. 손승락에겐 또 다른 무기가 있었다. 좌타자 상대 백 도어 커터가 비장의 무기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 손승락이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 낸 구종 그래픽이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패스트볼로 몸쪽을 찌르거나 바깥쪽으로 변하는 주 무기 컷 패스트볼(커터. 노란색)을 주로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종종 바깥쪽으로 휘는 변화구 각도와 스피드 조절을 위해 슬라이더(녹색)도 섞었다는 사실도 나타나고 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좋으니 역으로 눈 높이로 솟아오르는(듯 느껴지는) 패스트볼에 헛스윙도 많았다.

좌타자는 몸쪽 승부가 많았다. 역시 주 무기는 커터와 슬라이더였다. 몸쪽을 패스트볼로 윽박지르기보다는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커터와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많이 유도해 냈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마지막에 휘는 커터와 슬라이더는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는 매우 효과적인 무기가 됐다.

하지만 야구에선 결코 한쪽만 공략해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손승락의 몸쪽 승부가 먹힌  것은 타자에게 바깥쪽에 대한 인식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바깥쪽을 의식하게 만든 뒤 몸쪽을 던졌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손승락이 선 채 삼진을 돌려세운 그래픽을 살펴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우타자 상대 그래픽엔 특별한 것은 없다. 패스트볼로 몸쪽과 바깥쪽을 고루 공략한 것 정도만 눈에 띈다.

중요한 건 좌타자 상대 볼 배합이다. 손승락은 좌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잡을 때 바깥쪽을 자주 사용했다. 주목할 내용은 구종이다. 바깥쪽으로 패스트볼과 함께 커터를 주로 활용했다.(점의 개수는 총 투구수가 아닌 잦은 빈도수를 뜻함)

2016년 시즌까지 자주 보지 못했던 볼 배합이었다. 우투수가 좌타자 바깥쪽으로 던지는 커터나 슬라이더 앞엔 '백도어'라는 설명이 붙는다.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커터나 슬라이더는 가운데서 몸쪽으로 휘어 들어간다. 하지만 백도어는 바깥쪽으로 벗어날 듯 날아가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걸쳐 들어온다. 타자로서는 멀리 보이며 빠져나갈 것 같았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니 시선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손승락은 좌타자의 몸쪽으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커터와 슬라이더가 있다. 타자로서는 스트라이크존 양 사이드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 고약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손승락은 칼 같은 제구를 가진 투수는 아니다. 좌타자의 바깥쪽을 패스트볼로만 공략하려 했으면 빠져나가는 볼이 늘어나며 효과가 반감될 수 있었다. 빠져나갈 듯 돌아들어오는 백도어 커터가 맞춤 무기였던 이유다.  

손승락은 2016년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4할1푼6리나 됐다. 그러나 2017년 시즌엔 이 수치를 2할5푼으로 뚝 떨어트렸다. 좌타자를 압도하기 시작하며 부활도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원형 롯데 수석 코치는 "투수들에게 포수들과 보다 많은 대화를 하라고 요구한다. 포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의 잘못된 볼 배합 습관 등을 알 수 있다"며 "(손)승락이가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백도어 커터나 슬라이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좌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하기 시작하며 장기인 몸쪽 승부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깊은 고민과 많은 땀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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