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수호신 손승락은 등번호 1번이 가장 잘 어울리는 투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에이스 같지 않나요."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는 이번 시즌 등번호를 61번에서 1번으로 바꿨다. 지난 시즌 1번의 주인이었던 오현택이 2차 드래프트로 롯데로 떠나자 빈 번호를 냉큼 집었다. 1번이 에이스 같다는 이유에서다.

넥센 사이드암스로 투수 한현희는 경남고 시절 달았던 1번을 지난 시즌 유니폼에 새겼다. 프로에 입단하고 6년 만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1번이었던 손승락이 롯데로 이적했고 2016년 1번을 달았던 양훈에게 양해를 구했기에 가능했다. 또 2015년 55번에서 1번으로 바꾼 KIA 왼손 투수 심동섭은 "강렬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로 야구 초창기에 등번호 1번은 주로 야수들의 등번호였다. 해태 김일권 장성호, MBC 김인식 이해창, 두산 이광환 박종훈, 롯데 전준호 김대익, 삼성 류중일 강동우 등이 1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0년대에 들어선 1번을 단 투수들이 부쩍 늘었다. 삼성 윤성환은 프로 3년째인 2007년부터 계속 1번을 달고 있다. 2010년부터 넥센의 1번이었던 손승락은 2016년 롯데로 이적해서도 같은 번호다. LG 임찬규는 우규민이 제대했을 때 1번을 내줬다가 우규민이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하자 다시 1번을 찾았다. kt 고영표는 2015년 장성호에게 1번을 양보했다가 장성호의 은퇴로 다시 1번을 받았다. 17일 현재 등번호 1번 10명 가운데 SK 조동화와 NC 박민우를 제외한 8명이 투수다.

▲ 세이부에서 18번을 달았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2007년 보스턴에 입단하면서 등번호 18번 유니폼을 받았다. 2008년 보스턴과 오클랜드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도쿄돔에서 마쓰자카의 보스턴 유니폼을 판매하고 있다.

등번호 1번이 에이스 색깔을 띠게 된 계기는 일본 고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 이 대회엔 등번호가 없다. 포지션 번호를 유니폼 뒤판에 새겨 구분한다. 야구에선 투수를 1번으로 표기한다. 다시 말해 대회 첫 경기에서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의 등번호가 1번이었다. 또 언어적으로는 'No.1'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1번이 팀 내 핵심 투수를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일본 프로 야구에선 1번이 에이스 번호가 아니라는 점. 일본 야구 에이스들은 주로 18번을 달았다. 요미우리의 전설적인 투수 사와무라 에이지를 비롯해 마쓰자카 다이스케, 구로다 히로키, 다나카 마사히로, 마에다 겐타 등이 18번이었다. 17세기 일본에선 연극 가부키가 인기가 많았는데 18가지 작품 가운데 18번째가 가장 재미있고 인기가 많았다는 점에서 18에 '으뜸'이라는 뜻이 담겼다. 한국에서 노래방 애창곡을 18번으로 말하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 1번은 투수가 아닌 타자 왕정치가 유명하다.

등번호 1번

- 투수 : KIA 심동섭(2015~), 두산 함덕주(2018~), 롯데 손승락(2016~), LG 임찬규(2017~), 넥센 한현희(2017~), 한화 심수창(2016~), 삼성 윤성환(2007~), kt 고영표(2016~)

- 야수 : NC 박민우(2018~), SK 조동화(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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