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3번째를 맞이하는 동계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은 여러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올림픽이 열린다. 또한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번째 동계 올림픽이기도하다. 3번의 도전 끝에 개최권을 따낸 평창 올림픽은 준비 과정 역시 험난했다. 역대 최고의 동계 올림픽을 완성하자는 정부와 대한체육회, 각 겨울철 종목 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도 평창 올림픽에서 녹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올림픽을 불과 20여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도 터졌다. 스포티비뉴스는 해피 엔딩을 위해 달려가는 평창 올림픽을 각 종목 별로 나눠 조명했다.


▲ 선수들을 지도하는 새라 머레이 감독 ⓒ 곽혜미 기자

[평창 G-20 on SPO 북한편] 女아이스하키 단일팀-27년 전 '코리아 탁구', 왜 다를까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1991년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새롭게 기억될 해다. 그해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팀은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됐다. ‘46일 간의 통일’로 불렸던 이 일은 스포츠가 정치 긴장을 푸는 데 열쇠가 되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도 남북 단일팀이 출전했다. 당시 단일팀은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북한이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결정되면서 '남북 화해 무드'가 일어났다. 그동안 남북 관계는 정치적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 이벤트가 과거처럼 큰 소임을 해낼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과거에 이뤄졌던 단일팀을 바라보는 시선과 현재의 시각은 많은 변화가 있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스포츠의 공정한 정신이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남북 화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단일팀 구성을 추진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함께 뛰는 종목으로 여자 아이스하키가 선택됐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문제는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팀은 27년 전 탁구 단일팀의 감동을 재현해 주길 원했다. 이를 위해 희생돼야 할 이는 분명 존재한다. 바로 척박한 환경에서 올림픽만 바라보고 뛰어 온 선수들이다. 북한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되면 몇몇 선수들은 희생양이 돼야 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기둥인 한수진(31)은 "북한 팀이 전력 뛰어나거나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높다면 저희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처지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과 북한의 실력 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27년 전 탁구 대표 팀에는 북한에 세계 정상급 선수인 리분희가 있었다. 여기에 다크호스였던 유순복이 맹활약하며 남북의 실력에 균형을 맞췄다.

▲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게임 스코어 3-2로 꺾은 남북 단일 팀 코리아 선수들 ⓒ 대한체육회

북한 선수가 가세해서 대표 팀의 전력이 높아지면 단일팀의 명분은 살아난다. 그러나 새라 머레이(캐나다) 감독의 지도를 받고 급성장한 한국은 주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점을 볼 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전력 향상을 위한 전략'보다 '정치적인 목적'이 강하다. 이런 점을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이는 바로 선수들이다. 북한 선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는 일은 매우 특별하다.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스포츠의 공정성’에 입각하면 문제점이 존재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광운대 특강에서 "북한 선수 5~6명이 대표 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북한 선수 10명 이상이 사전 연습을 한다. 이들 가운데 뛰어난 선수가 합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대표 팀에 합류하는 북한 선수는 2~3명이 출전한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엔트리는 23명이지만 한국만 예외적으로 29명으로 맞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될 일이 없어진다.

단일팀 문제로 가장 고민이 많아지는 이는 수장인 머레이 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할 때 단일팀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보다 한국 대표 팀의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려야 할지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대표 팀의 남북 단일팀 구성이 결정되자 머레이 감독은 "1~3조에서 뛸 북한 선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제아무리 북한에서 뛰어난 선수도 한국과 비교하면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 새라 머레이 감독 ⓒ 곽혜미 기자

득점력이 뛰어나고 에이스 임무를 해내는 선수들이 1조에 구성된다. 2, 3조는 그 뒤를 받쳐 주고 4조가 가장 마지막에 빙판에 나선다. 머레이 감독은 "북한 선수 2~3명을 포함하는 일은 괜찮다"고 말했다. 비교적 경기 비중이 크지 않은 4조에 북한 선수 2~3명을 넣는 점은 큰 피해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조직력이다. 머레이 감독을 비롯한 아이스하키 전문가들은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몇 가지 전술을 익히는 데 드는 시간이 꽤 길다"고 입을 모았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동안 손발을 맞추지 않은 2~3명의 선수가 들어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한수진의 말처럼 국제 대회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골잡이가 들어온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그러나 단일팀 구성을 위해 급조된 대표 팀은 많은 문제가 있다. 선수들이 단일팀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단지 자신들이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만이 아니다.

▲ 한수진 ⓒ 곽혜미 기자

단일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협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IOC는 20일 스위스 로잔의 본부에서 열리는 4자 회의에서 남북한 올림픽위원회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를 불러 회의를 한다. 이 자리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와 북한 선수단 규모가 결정된다.

단일팀 외에 북한은 평창 동계 올림픽의 최대 화제가 됐다. 북한은 선수단은 물론 공연 예술단과 참관자 그리고 응원단도 보내겠다고 밝혔다. 한류에 영향을 받은 젊은 북한 세대가 한국을 방문하면 미래를 위해 분명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남북 관계와 통일을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는 분명 큰 의미가 있다. 문제는 모든 일과 상황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코리아 감동'을 안겨 준 27년 전 탁구 대표 팀과 현재 아이스하키 대표 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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