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씩씩하게 공을 던졌던 박준영은 이제 타석에 선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야구 지도자들은 프로 세계에서 포지션 변경을 '도박'이라고 말한다. 프로 무대에선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마추어 때와 다르게 세분화된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포지션을 바꾸면 원래 루틴이 어긋나 원래 능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야구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지션을 바꿀까 마음을 품고도 이내 접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올 시즌 치열한 경쟁을 뚫어 내고자 '도박'을 선택한 이들이 있다. 글러브를 내려놓고 배트를 잡거나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바꾼다. 타석을 바꾸려는 이들도 있다.

제2의 나성범 될까…NC 박준영

NC 박준영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다. 팔꿈치 수술로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준영은 메이저리그 러브콜을 뿌리치고 2016년 NC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기대주. 입단 당시 투수와 유격수를 놓고 고민하다가 투수를 선택했다. 입단 첫해인 2016년 시즌 중간으로 몇 차례 등판해 시속 150km짜리 묵직한 강속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지난해 팔꿈치 수술로 한차례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박준영은 내야수로 뛴다. 그는 경기고 시절 고교 4대 유격수로 촉망받았다. 타격에 재능이 있고 강한 어깨는 투수로도 증명했던 만큼 유격수로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NC는 이미 대학 시절 최고 투수였던 나성범을 입단 첫해 타자로 전향시켜 팀 내 최고 스타로 키워놓았다. 박준영이 나성범 박민우와 함께 향후 10년을 책임져 주기를 기대한다.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한화 외야수 최진행은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 글러브를 벗고 1루 미트를 꼈다. 1루수였던 윌린 로사리오가 일본으로 가고, 외야수 제러드 호잉이 오면서 1루수를 맡기로 했다. 지난해 로사리오와 같이 김태균과 함께 지명타자와 1루수를 번갈아 맡을 예정이다. 한화는 최진행이 수비 부담을 덜면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kt 내야수 오태곤은 외야로 나간다. 3루와 1루 수비가 가능한데 황재균이 오면서 자리가 꽉 찼다. 김진욱 kt 감독은 오태곤의 운동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가 가진 타격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포지션 변경을 결정했다. 마무리 캠프에서 오태곤을 지켜본 김 감독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고 웃었다. 롯데 2루수 정훈도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수 훈련을 했다. 포지션을 바꿔 지난 시즌 부진을 씻겠다는 다짐을 한다. NC 강진성도 3루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꾼다.

타석도 바꾼다 스위치히터에 도전장

펠릭스 호세, 장원진, 최기문, 박종호 뒤로 그라운드에서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를 겸하는 스위치히터는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홈런왕 최정을 비롯해 안치홍, 박준서 등 여러 타자들이 스위치히터에 도전했지만 포기했다. 야구 지도자들은 "시간을 들여 양쪽 타석을 가르치는 것보단 한쪽 타석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kt 심우준과 두산 장승현은 이렇게 어렵다는 스위치히터에 도전한다. 오른손 타자인 심우준은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 왼손 타석에 서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왼손 타자로는 경험이 적은만큼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땐 원래대로 오른쪽 타석에 나설 전망이다. 장승현은 인천 제물포고 시절 스위치타자로 활동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하고선 한쪽 타석에 집중했다. 3년 동안 왼손 타자로, 경찰청에서 2년은 오른손 타자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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