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UFC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35, 미국)가 신흥 강자 프란시스 은가누(31, 카메룬)의 도전을 저지했다.

미오치치는 21일(한국 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TD가든에서 열린 UFC 220 메인이벤트 은가누와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5라운드 종료 3-0(50-44, 50-44, 50-44)으로 판정승했다.

2016년 5월 파브리시우 베우둠을 꺾고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미오치치는 알리스타 오브레임, 주니어 도스 산토스에 이어 은가누를 잡고 UFC 헤비급 최초로 3차 방어를 해냈다.

1997년 초대 챔피언 마크 콜먼을 시작으로 브록 레스너, 케인 벨라스케스, 베우둠 등 당대 강자들이 도전했지만 3차 방어에 실패했던 UFC 헤비급이다.

시작과 동시에 은가누의 주먹이 옥타곤 중앙을 매섭게 갈랐다. 은가누의 주먹은 안드레이 알롭스키, 오브레임 등 전 챔피언들을 실신시킨 무기. 미오치치는 전면전을 펼칠 생각이 없었다. 주먹을 내지 않고 한 발 빼면서 더킹으로 피했다.

괴물을 잡기 위한 그의 전략은 레슬링이었다. 미오치치는 싱글렉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처음엔 은가누가 대비가 돼 있었던 듯 모두 방어를 해냈다.

하지만 은가누의 체력이 빠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미오치치가 파운딩과 잽으로 은가누를 몰아세웠다. 미오치치는 테이크다운을 비율을 높였다.

은가누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미오치치의 레슬링은 시간이 갈수록 더 효과적이었다. 은가누를 손쉽게 넘어뜨리고 파운딩했다. 4라운드에 은가누는 주먹 한 번 내지 못했다.

체력이 방전된 은가누는 5라운드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앞선 라운드와 같이 미오치치가 클린치로 은가누를 묶고 공격했다.

'맹수 조련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 미오치치의 경기였다. 공격 횟수 200-33, 유효타 70-21, 테이크다운 6-0으로 미오치치가 은가누를 압도했다. 저지 3명이 모두 6점 차 승리를 채점했을 만큼 일방적인 승리였다.

미오치치는 승리 판정을 받고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을 때, 챔피언벨트를 빼앗아 코치에게 넘겼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UFC가 은가누를 지나치게 밀어줬다는 불만 섞인 행동이었다.

10연승으로 거침없이 전진하던 은가누는 마지막 관문에서 미오치치를 넘지 못했다. 2014년 12월 이후 처음이자 UFC에서 첫 패배. 통산 두 번째 패배(11승)다.

코미어 3차 방어

볼카 오즈데미르(28, 스위스)는 오빈스 생프뤼, 미샤 커쿠노브, 지미 마누아를 연달아 KO로 잡고 순식간에 타이틀 도전권을 얻은 파이터. 그의 오른손 펀치는 묵직하고 다양한 궤적에서 뻗어간다. 정석적인 형태로 궤적이 보이는 앤서니 존슨과 다르다. 희박하지만 오즈데미르가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38, 미국)를 이길 수 있는 무기였다.

오즈데미르의 강한 펀치 러시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코미어를 압박했다. 코미어가 레슬링을 시도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날 만큼 타이트했다. 코미어는 뒷걸음질 치면서 잽으로 거리를 벌리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코미어는 '천상계' 경기를 여러 번 치첬던 베테랑.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코미어는 복싱 강도를 높였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코미어는 복싱 실력도 수준급이다. 잽이 쌓여가자 오즈데미르가 뒷걸음질 치고 코미어가 옥타곤 중앙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1라운드 막판 킥 캐치 후 테이크다운을 했다. 이어 리어 네이키드 초크를 걸었다. 1라운드가 끝나고서야 코미어의 '족쇄'가 풀렸다. 시간이 오즈데미르를 살렸다.

주도권을 잡은 코미어는 경기를 오래 끌지 않았다. 2라운드 싱글 렉 테이크다운으로 오즈데미르를 눕혔다. 그러면서 '코미어 타임'이 시작됐다. 풀 마운트 뒤 왼팔을 오즈데미르의 등 뒤로 감아 그의 오른팔을 묶었다. 이어 무방비가 된 오즈데미르의 얼굴에 파운딩을 쳤다. 오즈데미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맞기만 했다. 존슨이 당했던 그 장면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가 끝냈다.

코미어는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존슨에 이어 오즈데미르를 꺾고 라이트헤비급 3차 방어에 성공했다. 통산 20번째 승리(1패). 그는 역시 존 존스의 이름을 꺼냈다. "날 두 번이나 이겼다. 그와 경기하고 싶다."

마르지 않는 페더급

UFC 페더급에 떠오르는 신성 둘이 2018년 첫 페이버 뷰 대회 메인 카드 세 번째 경기에서 만났다. '허리케인' 셰인 버고스(26, 미국)는 10전 전승이자 UFC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보스턴 피니셔' 캘빈 카터(29, 미국)는 9연승. 지난해 7월 UFC 데뷔전에서 최두호의 대체 선수로 투입돼 안드레 필리를 꺾고 이름을 알렸다.

UFC의 기대답게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졌다. 버고스가 빠르고 변칙적인 공격으로 몰아붙이면 카터는 잽과 힘이 실린 카운터로 침착하게 받아쳤다. 1라운드는 카터, 2라운드는 압박 강도를 높인 버고스가 가져갔다.

한 치 앞을 모르게 전개되던 일진일퇴 공방전은 마지막 3라운드가 시작하자마자 끝났다. 침착하게 기회를 노리던 카터의 오른손 훅이 터졌다. 버고스가 순간 허리를 굽히자 이때를 놓치지 않고 카터가 어퍼컷으로 버고스의 턱을 들어쳤다. 버고스는 옥타곤 바닥에 머리를 강하게 찧었다. 카터가 파운딩을 몰아쳤다. '보스턴 피니셔' 다운 한방이었다.

카터는 고향 보스턴에서 10연승이자 통산 18번째 승리(2패)를 달성했다. 7번째 (T)KO 승리다. 버고스는 종합격투기 11번째, 옥타곤 4번째 경기 만에 처음으로 졌다. 그러나 경기력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알메이다의 몰락

여성 스트로급 페이지 밴잰트, 라이트급 세이지 노스컷, 페더급 최두호까지.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주목하고 밀어 줬던 각 체급 내 유망주들이다. 그러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동거리가 늘어나듯, 빠르게 달리던 이들은 한번 무릎을 꿇자 좀처럼 다시 올라 서지 못하고 있다.

UFC가 밴텀급에서 키웠던 유망주는 토마스 알메이다(26, 미국). 그는 데뷔하고 20번 싸워 모두 이겼다. 무려 16승을 KO로 장식한 괴물이었다. TJ 딜라쇼, 도미닉 크루즈 양분 체제를 무너뜨릴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았다. 타이틀 꽃길이 눈앞이었다. 단 2016년 5월 코디 가브란트를 만나기 전까지. 가브란트에게 생애 첫 패배를 당한 알메이다는 지난해 7월 지미 리베라에게마저 판정패했다. 최근 3경기 1승 2패. 하늘 모른 줄 모르고 치솟던 랭킹이 10위로 떨어졌다.

알메이다에게, 그리고 그를 밀었던 UFC에 14위 롭 폰트는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폰트와 치고받던 알베이다는 특유의 거리 감각을 살려 1라운드 후반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2라운드에 무너졌다. 후속 공격에 연달아 정타를 허용했다. 첫 번째 다운을 당했을 때 일어섰으나 두 번째 다운엔 일어나지 못했다. 2, 3차 방어가 되지 않는 약점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알메이다는 생애 첫 연패에 빠졌다. 21승 3패. 랭킹이 더 떨어지게 됐다. 폰트는 통산 15번째 승리(3패)를 챙기고 포효했다. UFC 4번째 (T)KO 승리로 코디 가브란트에 이어 체급 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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