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람(왼쪽)과 장원준.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투수들의 캐릭터는 그가 갖고 있는 구종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확실한 주 무기가 있는 선수는 험난한 생존 경쟁을 뚫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보다 넓어지게 된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의 도움을 받아 구종별 강자들은 누구였는지 알아봤다. 평가 항목은 피안타율이었다.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먼저 패스트볼 최강자부터 일반적인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트랙맨 데이터가 측정한 투구 가운데 100구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패스트볼의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는 한화 정우람이었다. 정우람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1할6푼1리밖에 되지 않았다.

정우람은 패스트볼 회전 수에서 위력적인 유형의 투수다. 2017년 시즌도 개막 두 달까지는 2200rpm 수준에 머물렀지만 시즌 막판엔 2362rpm까지 회전수를 끌어올렸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시속 140km대 초반 수준이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회전수로 볼이 많이 움직이고 솟아오르는 듯 느끼게 하는 것이 정우람의 장기다. 한화 포수 최재훈이 "우람이 형은 몰렸을 때 패스트볼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 외에는 LG가 아쉽게 놓친 허프가 2위를 차지했고 임창민 심창민 함덕주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에선 함덕주의 이름이 낯설다. 하지만 함덕주 역시 회전 수로 패스트볼의 위력을 더하는 투수다. 함덕주가 푹 쉬고 나왔을 때 패스트볼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 그 증거다.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진 투수도 예상과 달랐다. 두산 장원준이 피안타율 1할8푼9리로 1위에 올랐다.

장원준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모두 잘 던지는 투수다. 대신 한 쪽이 특별히 강하다는 이미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파고들어 보니 그의 체인지업은 국내 최고 수준이었다.

장원준의 체인지업은 지난 시즌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졌다. 자신감이 생기며 구사율도 크게 늘어났다. 16% 정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후 20%를 넘어 30%까지 구사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회전 수가 늘어나며 볼 끝의 움직임도 점점 커졌다. 체인지업은 회전 수가 적었을 때 움직임이 더 큰 구종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장원준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많은 회전 수와 많은 무브먼트를 동시에 잡았다.

다른 권위자들로는 고영표와 임찬규, 피어밴드(너클볼 포함) 니퍼트 등이 있었다.

나머지 구종들에선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선수들이 많이 순위권 안에 포함돼 있었다.

스플리터는 롯데 신구 조화의 상징이랄 수 있는 박세웅과 박진형, 송승준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시즌 내내 스플리터로 좋은 결과를 냈던 선수들이다.

슬라이더 1위는 차우찬이었다. 슬라이더의 강세는 그를 이제 에이스급으로 끌어올려 주는 기폭제가 됐다.

니퍼트와 소사, 윤성환이 뒤를 이었는데 니퍼트는 정규 시즌에 비해 포스트시즌에서 슬라이더의 제구가 크게 흔들렸던 것이 두산과 재계약을 실패하는 한 이유가 됐다.

추적 구종 수를 50개 이상으로 낮춰 보면 새로운 이름들을 대거 만날 수 있었다. 올 시즌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패스트볼은 우규민의 피안타율도 2할1푼3리로 낮았고 체인지업은 투심 패스트볼이 함께 잡힌 최원태(.189)가 공동 1위였다.

슬라이더는 NC 이민호가 1할5푼6리로 1위에 올랐고 롯데 김유영도 1할8푼9리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플리터는 조정훈이 1위, 김원중이 2위를 차지해 롯데 투수들 대부분이 스플리터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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