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정현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 세계 랭킹 58위)이 '무결점'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를 잡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 준 조코비치에게 설욕한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상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처음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정현은 22일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를 만났다. 조코비치는 오른쪽 팔 부상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현은 세트스코어 3-0(7-6<4> 7-5 7-6<3>)으로 이겼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7-6<4>으로 따낸 정현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지난해 팔 부상으로 하반기 코트에 서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2세트가 끝난 뒤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치료를 받고 코트에 다시 섰지만 조코비치는 여전히 고전했다. 2세트를 접전 끝에 5-7로 내준 조코비치는 3세트를 내주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정현은 테니스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조코비치를 이기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정현은 2007년 US오픈에서 이형택(42, 은퇴)이 16강에 진출한 뒤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 대회 16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8강 진출에 도전한 정현은 16강에서 조코비치를 만났다.

조코비치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12번 정상에 올랐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앤디 머레이(영국)와 '빅 4' 시대를 이끈 그는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 2018년 호주오픈 16강전에서 백핸드 리턴을 하고 있는 정현 ⓒ GettyIimages

테니스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조코비치는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정현을 처음 만났다. 이 경기에서 정현은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2년 만에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만난 이들의 운명은 완전히 엇갈렸다. 정현은 3회전에서 세계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 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물리쳤다.

이변의 주인공이 된 정현은 최고의 상승세를 탔다. 반면 조코비치는 3회전까지 순항했지만 경기 도중 메디컬 치료를 요청하며 여전히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몸이 완전하게 회복하지 않은 조코비치는 정현을 상대로 고전했다. 정현은 1세트 초반부터 그라운드 스트로크 싸움은 물론 수비와 공격에서 조코비치에게 밀리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조코비치의 벽을 넘은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세트 첫 게임에서 정현은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초반 기선을 제압한 정현은 이어진 서비스 게임을 이기며 2-0으로 달아났다. 세 번째 게임에서는 두 번째 브레이크를 해내며 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경기 초반 서브가 들어가지 않은 조코비치는 0-4로 뒤졌다. 그러나 1-4로 추격하면서 조금씩 제 기량을 회복했다. 3-4로 추격한 조코비치는 5-5 동점을 만들었다. 11번째 게임을 이긴 조코비치는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 2018년 호주오픈 16강전 도중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괴로워하는 노박 조코비치 ⓒ GettyIimages

경기 막판 역전을 허용한 정현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정현은 세트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6-6 타이브레이크를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크 포인트 3-3에서 정현은 내리 3점을 올리며 1세트를 따냈다.

조코비치는 평소 좀처럼 하지 않는 더블폴트가 쏟아졌다. 1세트에서만 7개 더블폴트를 범했다. 또한 팔 통증이 사라지지 않은 듯 서브도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1세트를 따낸 정현은 2세트에서도 4-0으로 앞서갔다. 조코비치는 1세트가 끝난 뒤 응급처치를 받았다. 1세트보다 더 발걸음이 무거워진 조코비치는 스트로크 싸움에서 정현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조코비치의 서브는 여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네트플레이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장기인 다운 더 라인도 코트 밖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4-4 동점을 만들며 베테랑다운 저력을 발휘했다. 이 상황에서 정현은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침착하게 지키며 5-4로 달아났다. 조코비치는 5-5 동점을 만들었지만 정현은 11번째 게임에서 절묘한 앵글 샷으로 연속 득점을 올렸다.

▲ 호주오픈 센터 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노박 조코비치와 16강전을 치르고 있는 정현 ⓒ GettyIimages

6-5로 앞선 정현은 12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 싸움에서 조코비치를 완전하게 압도한 정현은 2세트를 7-5로 잡았다.

3세트 3-3에서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았다. 그러나 집중력을 발휘한 정현은 정교한 스트로크로 조코비치의 범실을 유도했다. 정현의 의도대로 조코비치는 연속 실점을 했고 정현이 4-3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6-6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이어갔다. 정현은 절묘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연속 득점했다. 3-0으로 앞서간 정현은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내리 3점을 따내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트 막판 랠리 싸움에서 앞선 정현은 3시간이 넘은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현의 전략은 주효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조코비치를 상대로 긴 랠리를 하는 경기를 펼쳤다. 상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의 정교한 플레이는 조코비치를 압도했다. 체력과 정신력, 여기에 전술에서 흔들림이 없었던 정현은 로드레이버 아레나를 꽉 채운 1만 5,00여 명 팬들을 열광시켰다.

정현은 8강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도미니크 티엠(24, 오스트리아, 세계 랭킹 5위)을 잡은 테니스 샌드그렌(26, 미국, 세계 랭킹 97위)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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