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제가 지금 인터뷰를 해야 할까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성훈이 KIA에 새 둥지를 튼 18일은 선수단의 체력 테스트가 있던 날이다. 체력 테스트를 보기 위한 취재진이 광주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정성훈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있었다. 해를 넘기며 갈 곳을 찾지 못했던 정성훈의 이적. 게다가 그는 여전히 3할 이상(규정 타석 미만)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이었다. 그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을 만큼 KIA행은 큰 뉴스였다.

또한 정성훈은 김기태 KIA 감독, 조계현 단장과 LG 시절 사제의 연을 맺은 바 있다. 그의 선택지가 결국은 KIA가 될 거란 예상이 일찌감치 나왔던 이유다. 여기에 실질 연봉이 6억 원이나 삭감되면서까지 팀을 옮기게 됐다는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기자들이 그에게 궁금한게 많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정성훈은 홍보팀을 거쳐 정중히 인터뷰를 거절했다. 광주 현장에서 새 유니폼 착용과 사진 촬영 등 일정이 있었지만 팀 일정만 치른 뒤 돌아왔다. 기자들은 만나지 않았다.

계약이 성사된 뒤 "정말 많이 기쁘다. 오늘은 축하한다는 소리만 듣고 싶다"고 했던 그다. 하지만 그 좋은 기분을 인터뷰로 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문자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내가 여기서 인터뷰하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KIA는 지난해 우승 팀입니다. 그만큼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팀입니다. 또한 그런 선수들을 보며 꼭 이겨 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후배들도 많은 팀입니다. 난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선수입니다. KIA 선수들이 겨울에 처음 모여 준비한 걸 보여 주고 각오를 다지는 날 내가 주인공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팀에 합류한 만큼 처음부터,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강팀인 KIA의 일원이 된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성훈이 얼마나 낮은 자세로 KIA에서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성훈 정도의 커리어를 지닌 선수라면 새 팀에서도 중심에 서고픈 욕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정성훈은 문자 그대로 '밑바닥 부터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야구는 팀플레이다. 한두 명의 튀는 행동이 팀워크를 흔드는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경력이 있는 선수일수록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선수들이 팀의 중심에 서게 되면 팀워크는 급격히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베테랑 가운데 베테랑인 정성훈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때문에 KIA 선수단의 새해 첫 일정이 있는 날 자신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정성훈과 KIA의 동행,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은 듯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