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길 감독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같은 날. 정반대의 분위기와 결과까지. 23일은 한국 축구에 기쁘면서도 씁쓸했던 하루다. 

먼저 23일 오후 5시 한국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 팀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 카타르와 경기에서 120분의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먼저 실점하고, 다시 동점 골을 넣고, 다시 실점하고 동점 골을 넣는 과정이 반복됐다. 

베트남은 120분을 뛰는 동안 끝까지 헌신했다. 모두 절실해 보였다. 베트남은 이미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 최초로 4강 진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미 국가적으로 응원받는 베트남 선수들은 한 발 더 뛰었다. 국가를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그 대가로 결승행 티켓을 잡았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이 결승행을 확정하자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베트남은 영원하다"고 환호한 사실을 보도했다. 베트남이 꿈을 이룬 날 모두가 환호했다.

▲ 박항서 감독 ⓒ디제이 매니지먼트

반면 한국은 매 경기 고비였다. 생각해보면 조별리그 1차전 베트남과 경기부터 2차전 시리아와 경기, 3차전 호주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8강에 어렵사리 올랐다. 8강전 대진은 8강에 오른 팀 중 '최약체' 말레이시아와 경기였다. 여전히 무기력 끝에 이겼다. 후반 39분 한승규의 득점이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은 베트남의 결승 소식이 알려지고 1시간 뒤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을 치렀다. 한국 팬들은 내심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결승에서 겨루는 그림을 그렸다. 희망과 달리 한국은 기본적인 볼터치와 스로인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모세의 기적처럼 열린 수비로 선제 실점했다. 

후반 주장 황현수가 프리킥 '데드볼' 상황에서 만회 골을 넣었지만, 국내 팬들이 기대했던 공격다운 공격으로 득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뜬금포'처럼 터진 동점 골이었다. 무언인가 해보기엔 후반전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가 치명저이었다. 10명이 뛴 한국은 강현무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로 3골을 내주는 데 그쳤다. 1-4로 완패했다. 이 연령대에서 우즈벡에 첫 패배이기도 했다(7승 1무 1패).

▲ 우즈벡과 경기에서 고전한 한국 ⓒ대한축구협회

치욕적인 결과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될 수도 없다. 김봉길 감독은 지난해부터 12월 1일부터 9일까지 창원에서 1차 전지훈련을 했다. 1차 훈련으로 25명을 선발했고, 이어 12월 13일부터 1월 3일 2차 훈련 기간 중 2명을 골라내 지금의 23명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새로 부임한 약점은 있었지만 훈련 기간 자체가 적다고 할 수 없었다. 한 달을 넘게 온전히 선수단 전원과 훈련할 수 있었다.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충분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대표 팀 일정상 이례적으로 많은 시간이 주어진 건 사실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베트남 결승행을 이끈 박항서 감독도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 팀과 U-23 대표 팀을 감독직을 병행하는 자리에 앉았다. 박항서 감독도 지난해 12월 1일 지금의 대표 팀을 소집해 처음으로 태국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시간이 전부가 아니었다.

김봉길호가 소집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를 소집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프로에서 활약 중인 해당 연령대 선수도 있었지만, 23명의 스쿼드엔 대학생 수가 많았다. 물론 선수 소집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었다.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라면 결과로라도 증명하면 됐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1월 중국에서 대회가 열리고 4강전이 끝났다. 한국은 예선전부터 8강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나아진 게 없었다. 재미없는 축구는 결과도 과정도 가지고 오지 못했다. '하필' 베트남의 기적을 본 같은 날이어서 한국 축구 팬들의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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