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석 ⓒ스포티비뉴스

2018시즌을 맞이하는 스포티비뉴스는 성실한 발걸음으로 현장의 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K리그 12개 구단의 국내외 프리시즌 훈련을 현장에서 취재해 밀도있는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방콕(태국), 조형애 기자] "저 나서는 거 별로 안좋아합니다. 감독님!"

강압적(?)으로 2018시즌 포항스틸러스 주장이 됐다는 김광석(34)이었다. "올해 주장은 너야"라는 최순호 감독 말에 즉각 고사 의사를 전했지만 결국 항복. 그는 주장 완장을 받아들고 태국 방콕 1차 전지 훈련에 나섰다. 어느덧 17년차, 포항 원클럽맨은 생애 첫 그렇게도 안좋아한다는 나서는 일을 하게 됐다.

원래 그는 묵묵히 뒤를 지키는 스타일이다. 수비 한 축으로, 그라운드 내에서는 '정신적 지주'라 불리기도 한다. 팀내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지난 시즌 초반 포항이 돌풍을 일으키다 상승세가 꺾었을 때가 공교롭게도 김광석 부상 이후였다. 하지만 "나 있었어도 똑같았을 거다. 누구 하나 때문에 좌지우지되는 팀은 아니다"는 '광캡'. 방콕에서 만난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주장으로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 '주장 김광석'이 되기까지…그 비하인드 스토리

김광석 성향을 아는 이라면 '주장 김광석'이 낯선 게 어쩌면 당연하다. 자원한 건 아니었다. 주장이 된 과정에 대해 "말하면 안된다"면서 손사레를 치던 그는 최순호 감독의 명령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이 어느날 슬쩍 불러 주장 임무를 줬고, 김광석이 "어린 선수나 중간급 선수들이 하는 게 좋겠다. 윗선에서 보좌만 하겠다"는 나름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힘들면 이야기 해, 지금은 안 돼"라 했다고 한다.

"제가 한다고는 안했습니다?!"

극구 떠밀려 주장이 됐다는 걸 강조한 김광석. 하지만 이미 완전한 주장이 된 듯해 보였다. 숙소에서도 운동장에서도 늘 팀 생각 뿐이라는 '고민왕'이다.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신예 권기표가 "광석이 형이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와 응원을 해준다. 지금처럼만 해달라"고 쑥스럽게 말했지만 "힘들다"면서 웃는 낯으로 고충을 쏟아냈다.

▲ 권기표(왼쪽)과 김광석 ⓒ스포티비뉴스

"머리가 복잡합니다. 선수층도 많이 어려지고 할 게 너무 많아요. 방에서도 머리 아프고, 운동장에서도 머리 아프고 그렇습니다.(웃음)…사실 팀이 잘나가면 주장이라도 할 일이 별로 없어요. 팀이 안좋으면 주장 책임감이 커지는 겁니다. 선수도 많이 바뀌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11명 정도 밖에 없어요. 조직력을 끌어 올려서 개막전을 잘 보여야 하니 걱정이 큽니다."

◆ '솔직' 광캡이 말하는 2018 포항의 현재

김광석 고민의 정점은 '조직력'으로 향해 있었다. 포항은 참 바쁜 겨울을 보냈다. 지난 시즌 중후반부터 남몰래 준비를 한 2018시즌 선수단 구성은 겨울 공식 발표로 현실이 됐다. 나간 선수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선수가 들어왔다. 타자공인 K리그원(1) '알짜 영입' 구단. 하지만 조직력은 과제로 안은 상황이다.

김광석은 솔직했다. 1차 전지 훈련 효과에 대해 '관찰 중'이라고 표현했다. 조직력에 대해서는 '제로'라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선수들이 많이 바뀌는 바람에 1차 전지 훈련 성과를 이야기 하긴 그렇습니다. 지금은 이 선수가 어떤 스타일인지, 관찰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야 경기장에서 선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알 수 있는 거니까요. 조직력은 현재 제로라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코칭스태프 모두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 할지 생각 중이시고요. 베스트도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연습 경기 치르면서, 거기서부터 하나 하나씩 고쳐 나갈 것 같습니다."

▲ ⓒ포항스틸러스

◆ 큰 그림? 눈 앞 그림 먼저!…"후배들에게 우승의 단맛을 보여주고 싶다"

과제가 크다고 해서 꿈이 작아지는 건 아니다. 포항은 올시즌 공공연하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광석 역시 ACL 진출로 명가 부활을 알리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선수 생활 말년, 바라는 건 없다는 김광석이다. 리그 우승 2회, 리그 컵 대회 우승 1회, FA컵 우승 3회에 더해 ACL 우승 1회까지. "다 이뤄봤다"는 그의 말에 반박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만 원하는 게 있다면 후배들이 같은 기쁨을 맛보는 것이었다. 

"데뷔한 뒤 17년 동안, 우승은 다 해봤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이 못해봤죠. FA컵 우승하면 어떤 느낌인지 먼저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어떻게 경기 하면 우승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싶고요. FA컵은 녹아웃스테이지로 진행되니까 끝까지 올라가서 전승으로 이기는 그 희열이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먼저 그거부터 배우고 나서 K리그 우승 방법도 차차…"

한국 나이 36살, 만 34살. 어느 덧 은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는 나이가 된 그는 최장 38살까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의지를 드러냈다. 올시즌 역시 여느때처럼 부상 없이 보내는 게 목표다. 주장으론 큰 그림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편. 그의 목표는 보다 단기적이었고 또 가까웠다.

"개인적으론 안다치는 게 목표죠. 선수들이 확 꺾이는 이유가 부상때문이 많습니다. 작년 같은 부상없이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요. 팀적으로는 2년 연속 하위스플릿, 어렵게 살아남은 경험이 있습니다. ACL이 감독님 목표시기도 한데요.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첫 번째가 3월부터 월드컵 기간 전까지 2개월이 중요한 시기 같습니다. 눈 앞에 있는 그림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때 상위 6위 안에 드는 게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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