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이 고개를 떨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버풀은 최고 수준의 팀이다. 포뮬러원 자동차다. 하지만 오후 네 시 런던 한복판에 포뮬러원 차량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포뮬러원 차는 빨리 달릴 수 없다. 그것이 정확히 우리가 리버풀을 상대로 해야 했던 것이다." - 카를로스 카르바할 스완지시티 감독

리버풀은 지난 15일(한국 시간) '무패의 선두'였던 맨체스터시티를 4-3으로 꺾었다. 리버풀이 전방 압박으로 맨시티를 제압한 경기는 결과로도, 내용으로도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로 꼽혔다.

맨시티와 맞대결에서 모든 힘을 쏟아냈기 때문일까. 리버풀은 거짓말처럼 2경기를 연달아 패했다. 강등권까지 밀려난 스완지시티에 0-1로 패했고, 안방에서 열린 FA컵 4라운드에선 웨스트브롬에 2-3으로 졌다. 맨시티를 제압했던 리버풀엔 '역대 최고 몸값 수비수' 피르힐 판 데이크까지 합류하면서 상승세를 탈 것처럼 보인 상태였다.

영국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이자 전 리버풀의 선수인 제이미 캐러거는 "사람들은 선두 팀을 이기고, 그 다음 주엔 꼴찌 팀에 패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묻는다"며 "맨시티가 훨씬 전력은 강하지만 경기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맨시티는 끝까지 공격을 펼쳐 역습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스완지같은 팀 모두를 상대해 그런 장점을 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최전방 피르미누가 강력한 수비를 펼쳤던 맨시티전. 이번 시즌 최고의 명승부였다.

리버풀의 전술적 강점은 전방 압박으로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빼앗은 뒤 곧장 역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최전방의 스리톱은 빠르고 활동량이 많아 직선적 공격에 적합하다.

맨시티가 고전했던 이유도 이것이다. 맨시티는 어떤 팀을 만나서도 차분히 공을 돌리면서 압박을 푸는 것을 전술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SSC나폴리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경기에서도 전방 압박을 절묘하게 풀어내면서 모두 승리를 낚았다. 역설적으로 리버풀의 전방 압박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리버풀이 강력한 전방 압박에도 불구하고 맨시티가 전술적 색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28일 웨스트브로미치전도 리버풀의 장점은 같았다. 전반 5분 만에 기록한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선제골도 모하메드 살라가 웨스트브로미치의 백패스를 끊어내면서 시작됐다. 전반 45분에도 알렉스-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공을 끊어내면서 살라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리버풀이 찬스를 잡았을 땐 웨스트브로미치가 전진해 공간이 있을 때, 또는 전방에서 공을 끊어 역습을 펼칠 때였다. 

리버풀이 수비를 내려앉히고 역습을 노리는 단순한 형태의 팀을 만날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버풀은 우승권에 위치한 강팀. 대다수 중하위권 팀들은 개인 능력이 떨어진다. 리버풀이 전방 압박을 펼치려고 하면, 점유율에 미련을 갖지 않고 전방으로 공을 단순하게 연결한 뒤 높은 지역에서 공을 다툰다. 리버풀이 맨시티전에서처럼 전방 압박을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마련되지 않는다.

리버풀의 약점은 더욱 부각된다. 리버풀은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인다. 수비 뒤 공간이 약점으로 노출된 상황, 여기에 개개인이 불안한 수비진까지 더해지면서 실점이 늘고 있다. 여러 차례 지적됐던 세트피스 수비 문제도 있다. 중하위권 팀들에게 선제 실점할 경우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의 색채는 더욱 강해진다. 리버풀의 공격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다.

스완지와 웨스트브로미치도 비슷하게 승리를 낚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르바할 감독은 '포뮬러원 차량'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았다. 점유율을 주더라도 수비 라인을 좁혀서 버텼고 리버풀의 약점을 노렸다. 리버풀의 진영에서 공을 다퉜고, 세트피스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틈을 노렸다.

리버풀에 국내 팬들이 붙인 별명은 '의적'이다.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하기 때문. 맞불을 놓는 팀들은 전방 압박으로 제압할 수 있지만 물러서는 팀들을 상대론 고전한다. 반면, 맨시티는 수비적인 팀들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높은 공격 완성도로 밀집 수비를 뚫고 득점을 만든다. 

선두를 꺾어도, 꼴찌를 꺾어도 승점은 3점으로 같다.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 승점을 쌓지 못하면 우승은 없다. 지금의 리버풀이 '강팀 킬러'는 될 수 있지만, 리그 우승을 노릴 위치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결정적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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