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후오쿠돔.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부자 구단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말하게 두세요."

소프트뱅크 호크스 손정의 구단주는 지난해 11월 열린 구단 후원 감사 모임에 보낸 축전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3년 연속 일본 프로 야구 연봉 총액 1위에 올랐고, 연봉 총액은 최근 4년 동안 약 21억 엔 증가했다. 올해 추정 연봉 총액은 무려 약 61억 9,000만 엔. 2위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약 47억 3,000만 엔으로 두 팀의 차이가 15억 엔 가까이 벌어졌다. '성적을 돈으로 샀다'고 지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프트뱅크는 연봉 1억 엔 이상 일본인 선수가 14명이다. 12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일본 프로 야구를 통틀어 11명인 4억 엔 이상 선수 가운데 무려 7명이 소프트뱅크 소속이다. 연봉 공동 1위 데니스 사파테(5억 엔)를 필두로 릭 밴덴헐크, 알프레도 데스파이네,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주니치), 와다 쓰요시, 셋쓰 다다시, 마쓰다 노부히로가 4억 엔을 받았다. 올해는 마쓰자카가 이적했지만 우치카와 세이이치, 야나기타 유키가 새로 합류해 '4억 엔 클럽'은 더 늘었다.

하지만 일본 주간 베이스볼은 앞서 나온 손정의 회장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야구계에서 부자 구단은 자금력이 있는 모기업의 힘을 빌어 '닥치는대로' 선수를 보강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에 이 호칭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수 연봉에 큰 돈을 들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 보면 건전(?)하게 총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돈을 들여 외부 선수를 영입하기 보다 기존 선수들의 연봉을 후하게 쳐준 경우가 많다. 사파테는 2014년 연봉 1억 엔에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성적을 내면서 연봉이 뛰었다. 주전 유격수 이마미야 겐타는 2013년 연봉 2,200만 엔이었는데 5번의 재계약을 거처 2억 2,000만 엔이 됐다. 소속 선수가 FA 권한을 얻었을 때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보통 '우승을 돈으로 샀다'고 하면 외부 영입에 큰 돈을 들인 경우인데, 소프트뱅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 야후오쿠돔 ⓒ SPOTV NEWS
연봉 총액의 증가가 구단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카사 스기히코 총괄 본부장은 "일본 제일을 위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4년 동안 3번이나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니 문제 없다는 의미다. 또 구단 매출은 흑자다. 야후오쿠돔을 직접 소유하면서 임대료(연간 약 50억 엔)를 아꼈다. 동시에 구장 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확보했다. 2017년 3월 자료에 따르면 2016년의 순이익은 12억 8,100만 엔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야후오쿠돔을 개보수해 좌석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구장 안에 있는 구단 사무실과 '오 사다하루 베이스볼 뮤지엄'을 2019년 여름 완공되는 외부 건물로 이전해 2~3,000석을 증설할 계획이다. 연간 250만 명 수준인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퍼시픽리그 최초로 연간 300만 관중을 목표로 삼았다.

2009년 이후 일본 프로 야구에서 300만 관중을 달성한 팀은 요미우리(2013~2016년)와 한신 타이거스(2009~ 2010년, 2017년), 센트럴리그의 전통적인 인기 팀뿐이다. 신흥 강호 소프트뱅크가 여기에 도전한다. 이제는 돈으로 우승을 산 게 아니라, 우승이 돈을 만든다고 바꿔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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