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설치된 트랙맨 장비.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스탯캐스트'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2015년이다. 2014년 3개 구장에서 시험 도입한 뒤 2015년부터 전 구장에 설치됐다. 핵심 기술 트랙맨 시스템이 야구를 바꾼 게 그리 오랜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단순히 '좋은 기술', '독특한 방법'으로 여겼다면 이렇게까지 주목받을 수 없었다. 성공의 기억만큼 훌륭한 설득 수단은 없다. 스탯캐스트와 트랙맨 시스템이 새로운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보수적인 이들까지 흡수할 수 있던 배경은 역시 '성공 사례의 축적'이다.

6,105개. 지난해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에 나온 홈런 개수다. 이는 메이저리그가 생긴 뒤 최다 신기록이기도 하다. 이른바 '뜬공 혁명'이 불러온 변화다. 내야수 사이를 뚫는 빠른 땅볼을 만드는 건 수비 시프트가 일반화한 현대 야구에서 무의미하다. 여기에 투수들의 공은 점점 빨라지고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공을 띄워 홈런을 노리는 편이 낫다. 다운 스윙의 시대가 가고 어퍼 스윙의 시대가 왔다. 

2016년과 지난해 기록을 비교했을 때 발사각의 상승으로 가장 큰 변화를 이룬 선수는 욘더 알론소(오클랜드에서 시애틀로 이적)다. 평균 발사각이 2016년 10.3도에서 지난해 19.4도로 9.1도높아졌다. 그 결과 단 한번도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치지 못했던 선수가 지난해에만 28개의 대포를 터트렸다.

투수의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구위'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나타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변화구의 회전 수는 선수의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됐다. 가장 진보적인 구단 가운데 하나인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포심 패스트볼이 투수의 첫 번째 구종이라는 생각을 버렸다.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 콜린 맥휴의 커브가 높은 회전 수를 나타낸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커브를 던지도록 했다. 

▲ 다저스 리치 힐.
다저스 투수 리치 힐은 트랙맨으로 운명을 개척했다. 2015년 35살 나이에 트리플A에서 뛰고 있던 그는 브라이언 배니스터(현 보스턴 투수 개발부문 부사장)로부터 "커브의 회전 수가 좋다.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여 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전까지 14년 동안 누구도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없었다. 2016년과 2017년, 힐은 45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다.  

삼성은 "앞으로 트랙맨 시스템을 전력 분석,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선수 부상 방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선수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고 중장기 육성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코칭스태프의 손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다시 힐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니스터의 조언과 스스로의 결정이 브레이크아웃 시즌으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또 다른 예가 있다. 

피츠버그의 레이 시러지 코치는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올해 나이 63살의 베테랑 코치다. 그는 2015년 시애틀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한 J.A. 햅의 트랙맨 데이터를 보고 몸이 너무 많이 돌아가는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8월 5일 컵스전 4⅓이닝 4실점). 

트랙맨 데이터를 바탕으로 딜리버리를 수정한 햅은 바로 다음 등판에서 시즌 기록인 직구 최고 구속 94마일을 기록했다(8월 15일 메츠전 5⅓이닝 1실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데 나이나 지난 경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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