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이장석 서울히어로즈프로야구단 대표가 구속되면서 구단의 앞날도 안갯속에 싸였다.

이 대표는 2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부는 특별경제범죄(사기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이 대표에게 징역 4년, 남궁종환 부사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이 대표는 법정 구속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8년 당시 투자금은 구단 운영을 위해 불가피했고 지분이 넘어갈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분 양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대법원의 판결에도 주식을 양도하지 않은 점을 비춰보면 미필적으로나마 양도할 의사가 없이 금액을 편취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자금 반출 경위 및 회계 처리 과정이 일관되지 못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2008년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서 현대 유니콘스 인수자금 50억 원 중 20억 원을 빌렸다. 홍 회장은 2012년 이 금액이 단순 채무가 아니라 주식 40%를 양도받는 투자였다며 주식 40%를 요구했다. 구단은 당시 "2008년과 현재를 비교할 때 히어로즈 구단의 가치가 크게 달라졌고, 홍 회장의 주식 40%는 구단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줬으나 히어로즈 구단은 "홍 회장이 제시한 계약서의 주체는 이 대표 개인이 아닌 구단이지만, 구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없어 현금으로 배상하겠다"고 합의를 시도했다. 홍 회장은 이를 거부했고 구단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었다. 긴 소송 끝에 지난달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도 구단이 패소했고 홍 회장은 "이 대표가 구단의 실질적인 주인이면서도 지분을 양도하지 않는다"며 사기죄로 검찰에 이 대표를 기소해 2일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 대표는 구속됐지만 고등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 항소심에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판부가 지적한 점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첫 번째 해법은 지분 양도. 구단의 주장대로 주식을 1%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구단이 홍 회장에게 40%의 지분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67.56%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가 개인 지분을 구단에 공탁해 홍 회장에게 양도해야 한다. 이 경우 홍 회장이 40%, 이 대표가 27.56%가 돼 홍 회장이 최대 주주가 된다.

KBO 규약 상 구단의 최대 주주가 변경되면 KBO 총회에서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KBO 이사회는 규약에 따라 최대 주주의 재정 상황과 구단 운영 계획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승인한다. 삼성 라이온즈도 제일기획으로 지배 주주가 바뀌면서 KBO의 승인을 다시 받은 바 있다. KBO 관계자는 "히어로즈의 최대 주주가 변경될 경우 새 최대 주주가 진정성 있는 운영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KBO의 승인을 받는다 해도 구단 운영 의사가 없을 경우 이때는 구단을 넘어 야구계 전체의 문제가 된다. 10개 구단 체제 유지를 위해 매수자를 빨리 구해야 하겠지만 최근 야구 구단, KBO는 얼어붙은 광고 시장 속 스폰서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고척 스카이돔 테이블석 광고판도 비어 있던 상황에서 한 해 운영비가 2백억 원에 달하는 프로야구단을 선뜻 매수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홍 회장에게 지분을 넘겨주면서도 이 대표가 최대 주주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40%를 신주 발행으로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신주 발행이 이뤄질 경우 이 대표는 67.56%의 지분이 40.5%로 줄어들지만 여전히 홍 회장에 근소하게 앞선 최대 주주다. 그러나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크고 절차상 복잡해 현실화되기 어렵다. 히어로즈 구단은 현재 이 대표에 이어 2대 주주 박지환(24.39%), 그리고 조태룡 강원FC 대표(4.88%), 남궁 부사장(3.17%)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현재 구단 경영 체제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 회장과 구단이 현금으로 합의를 하는 방안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개인 재산을 구단에 공탁할 의지도 전했지만 홍 회장은 구단 지분 양도에 대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경영권을 지키고 형량을 줄이기 위해 항소심에서 어떤 카드를 꺼내들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지게 됐다. 구단을 물론 KBO 리그 전체도 넥센 지분 싸움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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