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태릉,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편집 김태홍 기자] "열심히 준비한 만큼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다른 대회와 다르게 생각하지 말고 올림픽은 어떻게 보면 축제의 장이니까 즐기고 긴장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언니도 열심히 응원할게 파이팅!"

2009년 당시 13살이었던 박소연(21, 단국대)은 최연소 국가 대표가 됐다. 동갑내기 경쟁자인 김해진(21, 이화여대)과 '포스트 김연아'로 주목을 받던 그는 2014년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했다.

박소연은 김연아(28) 김해진과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다. 시니어 데뷔 시즌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선 그는 큰 긴장감으로 프로그램 클린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해 3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위를 차지했다. 박소연은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박소연은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위에 올랐다. 2011년과 2012년은 경쟁자인 김해진에게 밀렸고 2013년과 2014년에는 소치 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던 김연아가 이 대회에 출전했다.

▲ 박소연 ⓒ 태릉, 조영준 기자

박소연은 2015년 처음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16년 2월에 열린 ISU 4대륙선수권에서는 4위에 올랐고 그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는 개인 최고 점수인 185.19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때까지 박소연의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은 유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해 12월 13일, 뜻하지 않은 불운이 찾아왔다. 박소연은 태릉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스텝 훈련 도중 발목 골절을 입었다. 이후 그는 세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 눈앞에 닥친 올림픽 선발전을 준비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웠다.

지난해 7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년 평창 올림픽 1차선발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박소연은 선전하며 2위에 올랐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긴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후반부 여전히 남은 통증을 이겨내지 못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를 마친 박소연은 아쉬움을 눈물을 쏟았다.

1차 선발전에서 6위에 기친 박소연은 올림픽 출전이 힘들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막을 내린 3차 선발전에서는 선전하며 5위에 올랐다. 비록 올림픽 출전에는 실패했지만 예전보다 한결 나아진 경기를 펼친 점에 만족했다.

"제가 워낙 큰 수술을 받아서 점프를 비롯한 기량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매우 힘들었어요. 발목에는 계속 핀도 박혀있었고 통증도 있어서 준비 기간도 짧았죠. 연습 때도 연결 점프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프로그램 후반부에서는 더 힘들었죠."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점은 아쉬웠지만 지금은 큰 후회는 없다. 무엇보다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점이 감사했다.

"저 자신도 뿌듯했고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리고 놀랐습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시간이었는데 비록 올림픽은 못 갔지만 그래도 3차 선발전에서 그런 점을 보여드린 점은 만족스러워요."

박소연은 4년 전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경험했다. 이번에는 맏언니로써 후배들이 좋은 경기를 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 박소연 ⓒ 곽혜미 기자

동생들, 올림픽에서 긴장 털고 준비한 것을 마음껏 보여줬으면

4년 전 소치 올림픽 무대에 섰던 박소연은 "작은 무대에 있다가 갑자기 큰 무대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대였다"며 "특히 (김)연아 언니와 출전한 올림픽이라 영광스러웠고 추억도 많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은 후배 최다빈(18, 수리고)과 김하늘(16, 평촌중)이 출전한다. 회다빈은 어린 시절부터 박소연과 많은 대회에 출전했다. 박소연은 "어릴 때부터 (최)다빈이와 훈련했기에 친동생 같은 느낌이다"며 "다빈이는 웃을 때도 예쁘고 밝은 아이다. 그리고 보는 것과는 달리 장난도 잘 친다. 그래서인지 다빈이와 얘기할 때는 항상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동생들에게 최다빈은 "올림픽도 다른 대회와 같다고 생각하고 많이 긴장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또 "올림픽은 어떻게 보면 축제의 장이다. 쉽게 경험할 기회가 아니기에 마음껏 즐기고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박소연

지금은 '뛰어난 선수'보다 '모범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다.

박소연은 올림픽 3차 선발전이자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선전하며 1년 만에 태극 마크를 되찾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어느덧 9년째 국가 대표가 됐다. 박소연은 김연아 이후 가장 오랫동안 국가 대표로 뛴 선수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시니어 때까지 5시즌 동안 꾸준하게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대회에 나섰다.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한국 여자 싱글을 대표해온 그는 올림픽 시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수술대에 올랐다.

이런 점은 여전히 아쉽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고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점에 만족하고 있다. 오랫동안 빙판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온 김해진은 올해 전국종합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했다.

"해진이가 떠나니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함께했고 추억도 많았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옆에 없으니까 허전하고 빈자리가 큰 것 같습니다.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김연아는 24살까지 맏언니 소임을 했다. 이제 그 바톤은 박소연에게 넘져졌다. 박소연은 "제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언니가 될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 저보다 기량이 뛰어나다. 이제는 무조건 잘한다기보다 매번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감동을 받았어요. 지금은 무조건 잘한다기보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많아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관리를 잘해야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언니가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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