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현이 출전하는 UFC 221은 오는 11일 오전 8시 30분부터 스포티비 나우, 스포티비 온에서 생중계된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마에스트로' 김동현(29,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은 지난해 9월 고미 다카노리와 대결을 앞두고 식겁했다.

"계체 한 시간 전이었다. 몸무게를 뺄 만큼 다 뺐다고 생각했는데 500g이 남았더라. 다 짜낸 상태였다. 그때의 당혹감과 절망감은 감량해 본 선수들은 알 것이다."

김동현은 지난 3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감량은 자신 있었다. 매일 감량 목표를 세워 두는데, 이전 경기에선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루하루 정한 몸무게를 뺐고 계체를 무난히 통과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뜻대로 안 됐다. 사우나로 달려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물이 차갑게 느껴졌고 '정말 큰일 났다' 싶었다. 허허허."

다행히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156파운드가 나왔다. '저스트(just)'였다.

감량과 살 떨리는 사투를 펼쳐서였을까. 외려 경기는 쉽게 풀렸다. 1라운드 시작 90초 만에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고미에게 TKO로 이기고 옥타곤 2연승을 달렸다. UFC와 계약서를 새로 썼다.

오는 11일 호주 퍼스에서 열리는 UFC 221에서 데미안 브라운(33, 호주)과 맞붙는 김동현은 "너무 자신했었나 보다. 이제 방심은 없다. 여유를 두고 몸무게를 줄여 나가겠다"며 웃었다.

2007년 데뷔하고 26경기(15승 3무 8패)를 뛴 김동현은 실수하면서 깨우쳤고 성장했다.

2015년 11월 UFC 데뷔전에서 임현규의 대체 선수로 웰터급 경기를 펼칠 때는 정신이 없었다. "일주일 전에 계약서 작성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다가 번뜩 정신을 차렸더니 옥타곤 위더라. 앞에는 고릴라 같은 무시무시한 파이터가 서 있었고…."

2016년 6월 마르코 폴로 레예스와 싸울 땐 너무 뜨거워졌다. 난타전으로 맞서다가 3라운드 KO로 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다 보니 치고받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고 뒤돌아봤다.

패배에서 배웠다. 이제 김동현은 머리가 차갑다. 2016년 12월 브랜던 오라일리를 판정으로 눌러 옥타곤 첫 승을 거뒀을 때처럼 냉정한 승부사가 된다.

김동현은 "브라운은 난전에 강하다. 하지만 내가 그의 게임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내 스타일대로, 내가 준비한 게임을 한다. 물론 브라운이 내 게임만 해서는 이기지 못할 강자라면 진흙탕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모든 경우에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올해 자주 경기를 뛰어 라이트급 랭킹 15위 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파이트머니도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목표는 양성훈 감독을 웃게 하는 것. "평소 훈련하고 있다가 감독님이 이런 작전을 쓰자고 지시하면 그에 맞게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유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최)두호 패배 이후 여러 댓글 때문에 감독님 마음이 무거운데, 내가 기쁘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9일 UFC 파이트 나이트 119에서 특별 해설 위원으로 중계석에 앉았던 김동현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걸 안다. 방송 출연 경험도 더 쌓고 싶어 했다.

"언젠가 다시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잘하면 안 된다. 나중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고 농담하더니, 기자에게 "해설 잘 보고 있다. 계속 노력하시면 언젠가 시청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설을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현은 "이제 옥타곤에 오르는 게 크게 긴장되지 않는다. 프로 파이터의 일이니까. 자연스러워졌다"며 "더 강한 선수가 되겠다. 승리 소식을 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동현의 별명은 마에스트로(Maestro). '명지휘자', '거장'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렇게' 마에스트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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