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마에스트로' 김동현(29,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이 UFC 3연승을 달성했다.

김동현은 11일 호주 퍼스아레나에서 열린 UFC 221 언더 카드 마지막 경기에서 데미안 브라운(33, 미국)을 3라운드 종료 2-1(29-28, 29-28, 28-29) 판정승으로 꺾었다.

지난해 12월 브랜든 오라일리전에서 UFC 첫 승을 신고한 김동현은 지난해 9월 고미 다카노리에 이어 브라운을 잡았다. 옥타곤에 진출하고 2연패 뒤 3연승. 한국인 파이터로 UFC 3연승은 '스턴 건' 김동현, '코리안 좀비' 정찬성,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에 이어 5번째다.

또 김동현은 이번 승리로 라이트급 랭킹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산 전적은 16승 3무 8패.

김동현과 브라운은 난전을 즐기는 타입. 그러나 김동현은 지난 2016년 폴로 레예스와 치열한 난타전 이후 경기 스타일을 바꿨다. 아웃파이팅에 무게를 싣는 전법. 이번 경기에서도 거리 싸움에 집중했다. 브라운과 치고받지 않고 먼 거리에서 로킥과 잽으로 기회를 노렸다.

김동현은 상대보다 긴 리치를 활용했다. 먼 거리에서 치고 빠지는 공격이 주효했다. 1라운드 막판부터 2라운드, 3라운드로 갈수록 거리 감각을 살려 공격 빈도와 정확도가 높아졌다. 

김동현은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거리를 유지했다. 브라운은 가까운 거리에서 펀치 연타, 어퍼컷 등으로 카운터를 노렸지만 김동현이 타격 거리 밖에 있어 속수무책이었다.

전략적인 운용의 승리였다. 김동현은 링네임 '마에스트로' 답게 자신이 그렸던 방식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그런데 김동현은 경기가 끝나고 "경기 도중 부상이 있어 어렵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김동현의 체육관 부산 팀 매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김동현은 1라운드에 브라운의 레그킥을 맞아 왼쪽 다리가 부러졌다. 그런데도 김동현은 3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기 전까지 레그킥, 미들킥, 헤드킥을 아끼지 않았다. 통증을 참고 10분 이상을 싸웠다. 투혼의 승리다.

요엘 로메로 루크 락홀드에게 승리

요엘 로메로(40, 쿠바)는 1라운드에 공격하지 않았다. 루크 락홀드(33, 미국)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장기인 레슬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2라운드. 락홀드가 일자로 뒷걸음질 친다는 패턴을 읽은 로메로는 라운드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달려들었다. 락홀드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파고들어 펀치 연타로 락홀드를 흔들었다. 불붙은 로메로는 위력적이었다. 락홀드는 휘청였다.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3라운드 로메로는 다시 판을 짰다. 락홀드의 잽을 받아주다가 어느 순간 슬금슬금 다가갔다. 락홀드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로메로가 뛰어들었다. 왼손 훅을 락홀드의 턱에 강하게 터뜨렸다. 엄청난 탄력에 락홀드는 피할 틈도 없었다. 풀썩 쓰러졌다. 로메로는 락홀드의 얼굴에 왼손 펀치로 경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단 로메로는 잠정 챔피언은 되지 못한다. 로메로는 전날 187.7파운드(약 85.14kg)로 계체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전료의 30%를 락홀드에게 넘겨 주고, 이기더라도 잠정 챔피언벨트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이번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7월 로버트 휘태커와 잠정 타이틀전에서 패배했던 로메로는 통합 타이틀전으로 휘태커에게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통산 전적은 13승 2패. UFC에서 7번째 KO로 티아고 산토스, 앤더슨 실바(이상 8회)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해당한다.

락홀드는 2016년 6월 이후 다시 잡은 기회에서 쓴잔을 마셨다. 타이틀 전선에 다시 다가가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통산 16승 4패.

3경기 남은 헌트…블레이즈에게 덜미

안토니오 실바, 프랭크 미어, 로이 넬슨, 데릭 루이스…수 많은 거구들이 마크 헌트(43, 뉴질랜드)의 오른손 주먹에 나가 떨어졌다. 헌트의 주먹은 헤비급 가운데에서도 가장 강하다.

'꽝' '꽝' 헌트의 주먹이 1라운드에 두 번이나 커티스 블레이즈(26, 미국)의 얼굴에 터졌다. 첫 번째 펀치에 블레이즈는 호랑나비 춤을 췄다. 두 번째 펀치엔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블레이즈가 가까스로 헌트를 잡았다. 큰 위기를 벗어났다.

블레이즈는 몸도 정신도 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헌트의 백을 잡아 넘겼다. 블레이즈는 헤비급에서 손꼽히는 레슬러. 그의 레슬링 실력은 스티페 미오치치에 비견된다.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상위 포지션에서 헌트를 계속해서 파운딩했다. 헌트가 일어나자 곧 블레이즈의 태클에 다시 원상복귀가 됐다.

블레이즈의 전법은 같았다. 헌트와 주먹을 섞을 생각이 없었다. 2라운드와 3라운드, 서 있는 헌트를 계속해서 테이크다운했다. UFC 200에서 브록 레스너가 헌트를 제압한 방식 그대로였다. 헌트는 속수무책.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아래에 깔려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블레이즈는 3연승을 이어 갔다. 챔피언 미오치치(6연승)에 이어 헤비급에선 두 번째로 최다 연승 기록이다. 5위 헌트를 잡아 9위였던 랭킹 수직 상승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헌트로선 1라운드에 경기를 끝내지 못한 점이 패배로 돌아왔다. 원래 헌트는 빠른 회복력으로 전세를 역전하곤 했는데 이 경기에선 회복이 느렸다. 세월이 야속하다. UFC와 계약상 남은 3경기에서 챔피언이 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통산 전적은 13승 1무 1무표 12패가 됐다.

리틀 헌트 등장?

'슈퍼 사모안' 헌트는 "사모안인은 강하다"고 말한다.

타이 투이바사(24, 호주)는 아버지가 사모안인이다. 사모안피가 섞여서일까. 그는 마치 헌트처럼 강했다.

투이바사는 시릴 에스커(32, 프랑스)를 단 2분 18초에 끝냈다. 엘보와 펀치로 주먹 맛을 보여 주더니 펜스에 몰아 붙여 일방적으로 난타했다. 헌트의 전성기처럼 묵직하고 역동적인 공격이 옥타곤에 휘몰아쳤다.

투이바사는 이 대회가 끝나면 같은 사모아인인 헌트와 애프터 파티를 하기로 했다. 경기 뒤 옥타곤 인터뷰에서 "파티가 기대된다"고 웃었다.

투이바사는 UFC에서 2연승. 통산 7연승을 이어 갔다. 7경기를 모두 1라운드에 TKO로 끝냈다. UFC 헤비급을 뒤흔들었던 프란시스 은가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중국 좀비 리징량

리징량(29, 중국)은 후퇴를 몰랐다. 앞만 보고 전진했다. 빗발치는 제이크 매튜스(23, 호주)의 주먹을 신경 쓰지 않았다. 가드를 열고 주먹을 크게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가드를 연 리징량은 매튜스의 카운터에 무방비. 경기 내내 공격하다가 매튜스의 힘이 실린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턱이 크게 흔들린 공격도 수차례. 초크가 깊게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리징량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외려 눈을 부릅 뜨고 매튜스를 몰아세웠다. 마치 좀비 같았다. 상대의 아이러니한 행동에 매튜스는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나 매튜스도 전사였다. 포효를 하면서 리징량에게 맞섰다. 리징량이 공격하려 들어오면 태클로 저지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빼앗긴 리징량의 마지막 1분도 매튜스의 태클이 앗아갔다.

리징량은 비록 UFC 5연승에 실패했으나 경기력과 스타일은 명불허전이었다. UFC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핵심 카드로 부상할 확률이 크다.

매튜스는 2연패 뒤 2연승을 이어 갔다. 통산 12승 3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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