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수광.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SK는 홈런의 팀이다. 지난해 무려 234개의 홈런을 때려 냈다. 홈런 킹 최정(46개)을 비롯해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만 9명이나 된다.

그러나 화려한 기록에 비해 내실은 부족했다. 홈런은 2위 두산보다 60개 이상 더 많이 쳤지만 득점은 761개로 전체 4위였다. 팀 안팎에서 "홈런이 아니더라도 점수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가 꾀하고 있는 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발 야구다. 지난해 거의 힘을 쓰지 못했던 발 야구를 살려 득점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10개 팀 가운데 가장 적은 53개의 도루만 성공 했다. 성공률도 54.7%로 가장 좋지 않았다.

도루 성공률은 70%가 기준이다. 그 밑으로는 안 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통계가 있다. SK의 도루 수준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팀이 갑자기 발 야구를 한다며 도루를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홈런 타자들이 즐비한 팀 컬러에 방해만 될 수도 있다. 투런 홈런이 될 것이 솔로 홈런에 그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SK의 발 야구는 색깔을 다소 달리 해야 한다. 도루를 갑자기 많이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주자의 다리보다 머리가 더 좋아야 하는 이유다.

정수성 SK 주루 코치는 "주루사가 좀 나오더라도, 더 공격적으로 뛰어야 한다. SK가 홈런만 노리고 뛰지 않는 팀이라는 이미지보다 언제든 뛸 수 있는 팀이라는 인식을 상대 팀들에 심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시즌 SK 주루사는 33개였다. 가장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이는 잘 뛰어서가 아니라 안 뛰어서 만들어진 기록이다. 

정 코치는 SK형 발 야구를 말하며 "포수에게 바운드 된 공이 나왔을 때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그 틈에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코치가 넥센 주루 코치 시절 감독이었던 염경엽 단장은 감독 시절 주루에 관련된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해 작은 책자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 준 바 있다. 그 책자엔 이런 내용이 있다.

"주자도 같이 볼 배합 싸움을 해야 한다. 포크볼이나 슬라이더처럼 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각이 큰 투수는 언제 그 공을 던질지 타자와 함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땅에 공이 떨어지는 순간 바로 스타트를 끊고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다. 주자가 볼 배합을 연구하느냐 안 하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지금 SK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내용이다. 도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틈을 보였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된다면 SK의 홈런 생산 능력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 SK는 주자들에게 실전을 가정하고 볼 배합에 따라 스타트를 끊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팀 전체가 생각하는 야구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뜻이다. 주자의 볼 배합 싸움은 SK 발 야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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