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톈진취안젠과 원정 경기에서 키치의 수비를 리드한 김봉진(왼쪽) ⓒ디제이매니지먼트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전북현대가 속한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는 한국 선수들의 경연장이다. 전북은 13일 김보경이 뛴 가시와 레이솔과 1차전에서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같은 날 중국슈퍼리그 톈진 취안젠과 홍콩 프리미어리그 키치SC의 경기에도 한국인 맞대결이 펼쳐졌다. 톈진에선 권경원이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고, 키치의 수비 중심은 강원FC와 경남FC에서 활약했던 김봉진(28)이 잡았다.

톈진은 모데스트와 순커의 골로 키치를 3-0으로 제압하며 E조 선두고 치고 올라 왔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광저우 헝다로 떠났지만, 권경원은 파울루 수자 감독 체제에서도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신임 받고 있다. 권경원은 톈진의 반대로 1월 터키 전지 훈련으로 향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에 가지 못했다.

키치가 아시아 쿼터 대상 선수로 선택한 선수는 김봉진이었다. 키치는 독일 출신 지긴 람, 브라질 출신 페르난두와 루카스 실바, 헝가리 출신 크리스티안 바도츠, 우루과이 출신 디에고 포를란, 등 외국인 선수 면면이 화려하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김동진과 김봉진, 호주 출신의 제라드 룸, 필리핀 출신의 마크 슈바인스톤 등을 보유했다. 

자국 리그에는 외국인 선수를 제한 없이 내보낼 수 있지만 ACL 무대에는 3명의 외국인 선수와 1명의 아시아 쿼터 선수만 기용할 수 있다. 키치가 택한 3명의 외국인 선수는 야심차게 영입한 우루과이 레전드 포를란과 브라질 공격수 페르난두, 헝가리 베테랑 바도츠, 그리고 아시아 쿼터 김봉진이다. 김봉진은 동향 김동진과 호주 청소년 대표 출신 미드필더 자레드 럼을 제치고 추치광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결과는 0-3 완패였지만, 키치의 구단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경기였다. 홍콩 팀에 ACL 예선 출전권이 주어진 것은 2012-13시즌부터. 키치는 2013-14시즌 홍콩 퍼스트 디비전 챔피언이 되어 2015 ACL 플레이오프에 나섰으나 예선 2라운드에서 태국 촌부리에 1-4 완패를 당했다.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재출범한 뒤 다시금 우승해 예선 2라운드 출전권을 얻었으나 베트남 하노이T&T에 0-1로 석패해 조기 탈락했다.

◆ 투자하는 홍콩 축구, 포를란 영입한 화려한 키치 ‘외인부대’
◆ 아시아 쿼터 선택 받은 김봉진, 홍콩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수비수
◆ 2차전에 전북과 ACL 사상 첫 홈 경기, 이변 꿈꾼다

2015-16시즌부터 홍콩 프리미어리그는 우승팀이 ACL 본선에 직행하게 됐는데, 키치는 이스턴SC에 밀려 준우승했다. 다시 예선 2라운드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노이에 연장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둔 뒤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울산현대를 만나 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다. 김봉진은 당시에도 엔트리에 들었고, 울산의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2016-17시즌 우승을 차지한 키치는 마침내 2018 ACL에서 창단 후 첫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16-17시즌 홍콩 프리미어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김봉진이 본선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유럽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던 프랑스 공격수 모데스트와 브라질 공격수 알레산드리 파투, 벨기에 미드필더 악셀 비첼을 상대한 키치는 5-3-2 포메이션으로 수비에 중심을 뒀고, 김봉진은 스리백 중 오른쪽에 자리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이기도 했지만, 첫 ACL 본선 경기이자, 톈진 원정이라는 점에서 키치는 여러모로 최고의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키치는 전반 32분 모데스트에 선제골을 내줬고, 4분 뒤 자책골로 한 골을 더 내줬다. 다시 3분 만에 순커에게 세 번째 실점을 했다. 7분 사이에 세 골을 실점한 것이다. 김봉진은 “홍콩과 달리 기온이 낮았고, 잔디가 얼어붙어 정상적인 경기를 하기 어려웠다. 본선 무대에 대한 긴장감도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전체 90분 경기로 따지자면, 순식간에 무너진 7분을 제외하면 키치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특히 후반전에는 키치도 좋은 역습 공격 기회를 만드는 등 기세를 올렸고, 김봉진의 투지가 살아나 무실점 경기를 했다. 김봉진은 “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경기였다”고 했지만 “전북과 경기에서는 키치가 아시아 무대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희망의 증거도 찾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키치는 2월 20일 전북을 홍콩으로 불러들여 창단 후 첫 ACL 홈 경기를 치른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홍콩 축구, 그 중심에 있는 키치는 이번 경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 K리그 클럽 울산과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였고, 이스턴SC 역시 수원삼성과 홈 경기에서 접전 끝에 0-1로 석패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북은 가시와와 홈 경기에서 K리그 1강의 힘을 보여줬지만, 공격진에 포를란, 수비진에 김봉진이버티는 키치 원정은 고비가 될 수 있다. 16강 진출이 톈진, 전북, 가시와의 3피전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키치를 상대로 확실히 승점을 얻지 못하는 팀이 미끄러질 수 있다. 고춧가루 부대 키치의 중심에 한국인 수비수 김봉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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