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정우람.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한화 마무리 정우람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1km 정도가 나왔다. 대부분 패스트볼은 시속 130km대 후반에 스피드가 찍혔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당연히 정우람의 제구력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정우람의 9이닝당 볼넷 수는 2.90으로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 삼진은 9이닝 당 11.90개나 잡아냈다. 어지간한 파이어볼러들보다 빼어난 성적이다. 중요한 건 그 삼진의 대부분이 패스트볼로 잡아낸 것이라는 점이다.

정우람은 빠른 공을 지니진 않았다. 하지만 패스트볼 승부를 즐겨 한다. 그의 볼 배합의  약 64.4%가 패스트볼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를 보면 정우람이 얼마나 패스트볼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주요 마무리 투수들의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를 알아본 그래픽이다.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은 예상대로 컷 패스트볼 승부가 많았다. 올 시즌엔 백도어 컷 패스트볼을 익히며 옛 명성을 되찾았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정우람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구의 무려 74.8%가 패스트볼 승부였다. 칠 테면 쳐 보라는 배짱 투구로 한화의 뒷문을 지켜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부족했는지 "새 시즌엔 보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 141km를 기록한 선수의 각오가 그렇다. 마치 한국에서 뛰던 오승환을 보는 듯한 수준이다.

어지간히 공 좀 빠르다는 마무리 투수들도 정우람 수준의 패스트볼 배합은 하지 못했다. 정우람이 체인지업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볼 비율은 더욱 놀라운 수준이다.

상대 팀이라고 이런 배합을 몰랐을 리 없다. 정우람은 2스트라이크가 되면 3개 가운데 2개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나머지 1개는 체인지업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다 아니면 체인지업을 골라 내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계산일 뿐이다. 정우람의 패스트볼은 알고도 치기 힘든 힘이 있었다. 정우람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1할6푼1리에 불과했다. KBO 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비밀은 회전 수에 있다. 정우람은 빠른 공을 던지지는 않지만 매우 묵직한 직구를 갖고 있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우람이 형 공은 받아 봐야 그 힘을 알 수 있다. 끝까지 밀고 들어오는 힘이 정말 좋다. 위기 때 패스트볼 사인을 주로 내는 이유"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정우람은 지난 시즌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4월까지 평균 회전수가 2248rpm이었지만 8월 이후로는 2360rpm을 넘어서는 힘을 보여 줬다.

볼의 회전수가 많으면 볼 끝에 힘이 실리게 마련이다. 정우람이 오승환급 볼 배합을 하고도 좋은 성적을 내며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이유다.

표에서 알 수 있듯 정우람은 체력적인 문제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덥고 힘이 들 때 즈음의 회전수가 더 좋았다. 다가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이유다.

'보다 공격적 승부'를 선언한 정우람. 그의 느리지만 묵직한 패스트볼의 위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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