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빈이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신명철 기자] 윤성빈이 한국 동계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에서 메달을, 그것도 단숨에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윤성빈은 16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1~4차 합계 3분20초55를 기록했다. 2위와 1초63이나 차이나는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1928년과 1948년 생 모리츠(스위스) 대회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대회 이후 2014년 소치(러시아) 대회까지 6차례 열린 올림픽 스켈레톤에 출전한 아시아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중국은 평창 대회에서 올림픽 스켈레톤에 데뷔했다.

남자 6차례, 여자 6차례 열린 스켈레톤 메달리스트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러시아 스위스 등 모두 북미와 유럽 선수들이었다.

스켈레톤을 비롯해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 종목은 아시아 나라 선수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스켈레톤의 북미 유럽 벽을 윤성빈이 뚫은 것이다.

잠시 8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 본다.

2010년 2월 12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제21회 동계 올림픽은 한국 겨울철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대회로 평가된다.

이 대회 전까지 한국의 동계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동계 종목도 세계 ‘톱 10’ 대열에 올랐다고 자평하고 있었지만 외국 언론은 쇼트트랙 편중 현상을 지적하며 한국 동계 종목 수준을 얕잡아 봤다.

그와 같은 시각을 단숨에 깨뜨린 주인공들이 ‘은반의 여왕’ 자리에 오른 김연아, 세계 최고 스프린터가 된 모태범과 이상화, ‘빙판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1만m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이승훈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어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 3명의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획득한 금메달은, 말 그대로 쾌거였다.

모태범과 이상화의 남녀 500m 금메달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 올림픽을 치른 이후 86년을 이어져 오는 동안 한 차례도 없었던 이 종목의 ‘한 국가 남녀 동반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 대회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나라가 한국과 개최국이자 종합 우승국인 캐나다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한국 동계 스포츠로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동계 올림픽 메달 분포에서 빙상경기과 쌍벽을 이루는 스키를 비롯한 설상 종목은 물론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에서는 저조한 성적에 그쳤기 때문이다. 강광배와 김정수, 이진희, 김동현이 출전한 봅슬레이 4인조에서 19위, 조인호가 스켈레톤 22위에 랭크된 것을 선전한 결과로 불과 8년 전 한국 썰매 종목의 현주소였다. 12년 전인 2006년 토리노 대회 스켈레톤에서는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가 23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썰매 종목 발전에 희망의 빛이 보였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윤성빈이 16위에 오른 것이다. 일본의 다카하시 히로아츠(12위)와 함께 20위 안에 든 ‘유이’한 아시아 선수였다.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와 이후 3년여에 걸친 치열한 ‘스켈레톤 황제’ 쟁탈전을 벌인 윤성빈은 지난 시즌 역전의 신호탄을 쐈고 홈 트랙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메달의 꿈을 이뤘다.

윤성빈 개인의 성공이자 일제 강점기인 1936년 가르미시-파르텐키르헨(독일) 동계 올림픽에 이성덕과 김정연, 장우식(이상 스피드스케이팅) 등 3명이 일본 대표 선수로 참가한 이래 한국 겨울철 스포츠가 거둔 또 하나의 빛나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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