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왼쪽)과 1,000m 동메달리스트 서이라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2개 종목에서 메달 2개다. 4년 전 소치 동계 올림픽 '노메달'은 이제 잊어도 된다. 

서이라(화성시청)가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얻었다. 10일 임효준의 1,500m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이다.  

역사적으로 1,000m는 한국이 최고였다. 1992년 알베르빌과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김기훈이 2회 연속 금메달에 성공했다. 이어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김동성이 1,000m를 제패했다. 2006년 러시아 귀화 전 빅토르 안(안현수)이, 2010년에는 이정수가 금맥을 이었다. 2002년 세부 종목에 추가돼 역사가 짧은 1,500m 보다 확실한 금메달 보증수표였던 셈이다. 

그러나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빅토르 안이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겼고 한국 남자 선수들은 대회를 통틀어 '노메달'로 올림픽을 마쳤다. 한동안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에 비해 주목 받지 못했다. 그래서 2016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가 열렸을 때만 해도 김선태 감독은 섣부른 자신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소치 노메달'을 언급하며 "세계 수준의 선수들을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있으니 응원해 주시면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찾아 나갈 거라고 믿는다. 쇼트트랙 강국의 자존심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결실은 2017-2018 시즌을 거치며 나오기 시작했다. 임효준과 황대헌이 1차 대회부터 돋보이기 시작했다. 서울 목동에서 열린 4차 대회를 앞두고는 "월드컵만 보면 개인 종목 메달은 여자  팀보다 우리가 더 많다"며 선수들도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10일 임효준의 금메달은 남자 선수들의 명예 회복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1,000m 준준결승에서는 서이라와 임효준, 황대헌이 같은 조에서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퉈야 하는 불운이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월드컵 1,000m 2위인 황대헌이 탈락했다. 하지만 서이라와 임효준이 준결승에 오른 뒤 함께 파이널 A에 올랐다. 

파이널 A에서 엉켜 넘어지는 일이 벌어져 동반 메달까지 이루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취약 종목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싶은 500m, 가장 따고 싶었던 5,000m 계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났을 때면 '소치 노메달'이라는 표현은 전화번호부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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