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다이라 나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늦게 핀 꽃, '성난 고양이'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고다이라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6초 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 여자 팀추월 은메달 이후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자, 첫 개인 종목 금메달, 그리고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가장 중요한 대결 500m를 앞둔 그는 초조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12일 1,500m에서 1분 56초 11, 최종 6위로 경기를 마친 그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내 레이스를 했다.(주 종목인) 1,000m와 500m에서 흐름을 잇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500m 메달 실패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경기인 14일 여자 1,000m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운 요리엔 테르 모르스(네덜란드, 1분 13초 56)에 뒤진 1분 13초 82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 올림픽 대표 팀 주장은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는 징크스, 이른바 '주장의 저주'가 다시 빙판 위를 떠도는 듯했다.

하지만 가장 자신감을 가진, ISU(국제빙상경기연맹)월드컵 15연승을 자랑하는 종목 500m는 달랐다. 사실상 이상화(스포츠토토)와 '양강 대결' 구도였다. 시즌 베스트에서 36초 대를 끊은 선수는 이상화(36초 71)와 고다이라(36초 50) 뿐이었다. 개인 최고 기록으로 보면 세계 신기록 보유자 이상화(36초 36)가 고다이라(36초 50)를 앞섰다. 그래서 ISU도 이번 올림픽 여자 500m를 한일전으로 요약했다.

고다이라가 먼저 레이스에 나섰다. 캐롤리나 에르바노바(체코)와 경쟁한 그는 앞선 주자들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메달을 예고했다. 이어 이상화의 차례. 스타트는 이상화가 빨랐으나 페이스가 밀렸다. 이상화는 37초 33으로 2위에 올랐다. 

고다이라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500m 5위와 1,000m 13위에 오른 게 전부였다. 2010년 밴쿠버 대회를 포함해 올림픽 개인 종목 최고 순위도 5위였다. 그러나 소치 대회가 끝난 뒤 27살 나이로 떠난 네덜란드 유학에서 길을 찾았다. 2014년 월드컵 서울 대회에서 500m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성인 무대 데뷔 후 9년 만의 일이다. 2016-2017시즌부터는 이상화의 아성에 금을 내기 시작했다. 평창 올림픽 전 6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이상화도 만만치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개인 최고 기록 36초 71을 찍어 고다이라를 위협했다. 고다이라 역시 이상화가 가장 큰 경쟁 상대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마지막 승부'는 결국 도전자 고다이라의 승리로 끝났다. 이상화는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메달로 자존심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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