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화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아름다운 은메달, 행복한 은메달이었다. 이상화(스포츠토토)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7초 33을 기록했다. 고다이라 나오(일본, 36초 94 올림픽 신기록)에 0.39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고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관중들의 함성이) 뭐랄까, 저에 대한 선물이라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눈물을 흘렸다. 또 올림픽을 위해 달려 왔는데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루 뒤 눈물 아닌 웃음으로 기자회견장에 앉은 이상화를 만났다. 이상화는 "4년을 기다려 평창까지 왔다. 비록 은메달이지만 지금은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19일 강릉 올림픽파크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이상화와 일문일답이다. 기자회견에는 이석규 코치, 김지용 선수단장도 함께했다. 

-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선수는 연장 의사를 보였는데, 베이징 도전 가능한가.  

"아직 확답을 드릴 수는 없다. 어제(18일)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쉬고, 내려놓고 싶다. 베이징은 먼 얘기다. 나중에 다시 답하겠다."

- 경기 끝나고 나서와 지금의 감정이 다른가.

"똑같다. 경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 상황을 다시 되돌려 보면 지금도 울컥하다. 똑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

- 고다이라와 올림픽 전 나눈 대화가 있나. 

"저도 고다이라도 올림픽을 향해 왔다. 그렇게 얘기할 시간은 없었다. 저도 예민해 있었다. 지금은 다 끝났으니 축하를 주고 받았다."

- 어떤 의미의 눈물이었나. 

"끝났구나 싶었다. 소치 대회 끝나고 힘든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평창 올림픽이 순식간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동안의 압박감, 부담감이 없어져서 눈물이 났다."

-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생각인지.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다. 이제 다 끄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거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쉬고 싶다."

- 임원이 방문해서 컨디션 조절에 지장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미 깨어 있었다. 그런 일 때문에 컨디션 조절이 안됐다는 건 아니다. 이른 시간은 아니었고 일어나 있는 시간이었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 알람이 많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알람인가. 

"새벽 오전 오후 야간 . 아침에 일어나고 운동 나가고 낮잠 자고 다시 운동 나가는 시간이다."

- 어떤 것들이 힘들었나.

"소치 금메달 뒤 기자회견할 때 '4년 뒤에도 금메달 따실 거죠' 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는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답했다. 소치 때는 제가 정상이었고 몸상태가 워낙 좋았다. 스케이트 타는 게 너무 쉬웠다. 그 뒤로 부상으로 감을 잃었다. 감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컨디션을 올린 것 자체가 중요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 가장 감동적이었던 응원이 있다면.

"작년부터 은메달로 시작해서 은메달로 끝났다. 은메달을 따면 약간 죄인이 된 기분을 많이 받았다. 힘들었다. 어느날 친구가 댓글 캡처를 보내줬다. 그 댓글에 힘을 받았다. 경기장에도 응원 문구가 많았다. 그런 말 한마디가 저에게 큰 힘이 됐다."

- 인스타그램에 적은 해시태그의 의미는.

"#난나야 라는 해시태그는, 그동안 고다이라와 비교가 많이 됐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제 갈 길을 가려는 주문이었다."

- 가족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경기 전 부모님 오신 곳을 봤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부모님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 밴쿠버 삼총사(모태범 이승훈 이상화)가 다 나왔는데. 격려를 받았나.

"이승훈은 힘내라는 말 했고, 모태범은 떨지 말라고 했다. 저는 떨린다고 답했다."

- 가족 여행은 어디로 갈 생각인가. 이번 메달은 누구에게 선물할 생각인지.

"은메달도 색깔이 예뻐서 소장가치가 있을 것 같고, 저에게 굉장히 값진 은메달이라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캐나다에서 3년 동안 살았는데 이사를 위해 가야한다. 여름에 어머니와 함께 갈 계획이다."

- 세계 신기록에 대한 애착이 있을텐데.

"올림픽 신기록은 깨질 거라고 생각했다. 소치보다 강릉의 빙질이 좋다. 고다이라의 기록이 놀랍지는 않았다. 제 세계 신기록 역시 먼 훗날 깨질 거라 미련은 없다.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 김연아와 친분이 두터운데, 메시지가 왔었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편히 쉬고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 은퇴 결심을 유보한 배경은.

"능력이 있다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은 더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은퇴에 대해 생각해 본 게 없어서 더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미래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장 경기는 끝났다. 은퇴 문제는 나중에 결정할 일이다."

- 메시지는 몇 개나 받았나. 경기 영상은 다시 봤나.

"문제는 천 개 정도 왔고 영상은 보지 않았다. 아쉬울 것 같았다. 나중에 보려고 한다."

- 고다이라를 칭찬한다면. 

"누가 이기건 상관 없이 격려해주는 마인드가 대인배스럽다고 느꼈다."

-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많다. 케빈 크로켓 코치님, 이석규 코치님이 있다. 캐나다와 한국을 오갔는데 옆에서 많이 챙겨주셨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금메달이 아니어서 속상하지만 은메달에 칭찬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번 올림픽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 고다이라 선수와 즐길 생각이 있는지.

"고다이라 선수는 올림픽 뒤에 경기가 있다. 저는 쇼트트랙 계주와 아이스하키를 보고 싶다. 갈 예정이다."

-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냈나. 

"저에 대한 자부심을 떠올렸다. 두 개의 금메달과 세계 신기록. 그런 자부심으로 버텼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평창 올림픽도 노련하게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 조 배정 받았을 때 기분은.

"마지막 조에서 타지 않기를 바랐다. 15조에 걸려서 좋았다. 인코스 아웃코스 상관 없이 훈련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단, 앞에 고다이라가 있다는 게 신경은 쓰였다. 기록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모르고 들어가서 초반에 좋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으로 동기 부여를 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상화 선수의 경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나태해질 수 있다. 끝나도 경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

- 올림픽 전 스케이터로 몇 점 줄 수 있냐고 했을 때 100점이라고 했다.

"지금도 100점이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 후 좋아지는 걸 보면서 건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아닌 올림픽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올라가는 그래프를 보면서(만족했다). 100점을 주고 싶다."

- 앞으로 1~2년이라도 더 뛴다면 즐겁게 탈 수 있을 것 같은지.

"그럴 것 같다. 소치 끝나고 나서는 4년 뒤 평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있었다. 그래서 준비가 힘들고 부담도 컸다. 1~2년 더 한다면 순위에 상관 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경기 후 부모님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더 울컥했다. 올림픽 현장을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랬다. 경기 전 부모님이 앉아 계신 좌석이 어딘지 알았다. 그래서 손인사 하고 그랬다."

-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 재미있는 스케이팅은 무엇인지.

"성적의 압박을 받았던 전과 달리 제가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올림픽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남았죠 뭐."

-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은 어떻게 달랐나.

"올림픽이라는 느낌을 못 받았다. 아파트에서 지냈고, 저희가 사는 집 같았다. 밖에 나가도 외국인이 별로 없고. 오히려 그게 부담이 덜 됐다. 밴쿠버와 소치 도착했을 때는 올림픽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이번에는 그 전보다는 덜했다. 경기 준비 하기에 수월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