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김건일 기자] 그런데 2010년 2월 16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시상대 맨 위엔 모태범이 올랐다. 

성인 국제 대회에선 단 한 개의 메달도 없었던 그가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62년 역사상 첫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생일에 '대형 사고'를 쳤다.

모태범은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 은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 빙속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리고 8년 뒤, 모태범에 이은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쓰여졌다.

주인공은 차민규(25, 동두천시청).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 4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 했을 땐 올림픽 신기록을 새로 썼다. 1위와 차이는 단 0.01초였다.

차민규는 2011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그런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국가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 인대를 다쳤다. 이때 회복 불가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머릿속이 까매진 순간. 차민규는 눈을 질끈 감았다.

"국가 대표는 한 번 하고 은퇴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로지 '복귀하자'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차민규는 피나는 재활 끝에 다시 스케이트 화를 신었다. 그러다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 나가 이름을 알렸다.

차민규는 깜짝 스타.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500m에서 34초31로 은메달을 땄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깜짝 은메달이었다.

빙상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모태범 김준호 차민규 가운데 차민규가 가장 메달권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 그리고 일을 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이루어 진다.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난 25살 청년 차민규가 증명한 올림픽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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