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평창특별취재팀 김건일 기자] 18일 네덜란드 팀추월 대표 팀은 레이스 중간 한 선수가 뒤처지자 기록 저하를 감수하고 속도를 낮췄다.

팀추월(team pursuit)은 가장 뒤에 있는 선수의 기록을 비교하는 경기. 여자 팀추월은 400m 레인을 6바퀴(2400m)를 돈다.

그런데 만약 상대 주자를 따라잡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팀추월'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대표 팀을 이끌고 있는 이승훈(30, 대한항공)은 팀추월에선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설명하는 팀추월은 이렇다. 첫째, 팀추월은 개인 종목이 아닌 단체 종목이다. 둘째, 세 명이 하나가 돼야 한다. 셋째, 마지막 선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승훈의 말에 따르면 마지막 주자가 앞 주자들보다 뒤처졌을 땐 뒷 주자가 '힘들다'는 사인을 보낸다. 소리를 지르는 게 일반적. 간단하게 "야"라고 한다. 그러면 앞에 있는 선수가 뒤로 가서 처진 선수를 밀어 격차를 최소화한다.

19일. 김보름(25, 강원시청) 박지우(20, 한국체대) 노선영(29, 콜핑팀)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 팀은 이를 간과했다.

레이스 2바퀴를 남기고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던 노선영이 맨 뒤로 빠졌다.

그런데 앞선 주자 김보름과 박지우가 갑자기 속도를 붙였다. 그러면서 노선영과 벌어졌다.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졌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2분 대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림픽 신기록(2:55.61)을 세운 상대 팀 네덜란드에 맞먹었다. 그러나 팀추월은 마지막 주자의 기록을 본다. 노선영은 약 4초 뒤 숨을 헐떡거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종 기록은 3:03.76. 안방에서 메달을 노렸던 한국은 7위로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잡지 못했다.

한 스피드스케이팅 출신 선수는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끄는 선수는 공기 저항을 많이 받아 체력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상황에 맞춰 순번을 바꿔가면서 레이스를 한다. 레이스 종반 선두에서 달린 노선영은 많이 지쳐 있었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이 봐줘야 했는데 한국 선수들은 안 했다"고 분석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빙상연맹의 행정 처리 미숙으로 출전 무산 위기에 놓였던 노선영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팀 추월 대표 팀은 (지난해) 월드컵 이후 훈련이 없었다"고 폭로했다. '한국체대 선수들과 비(非)한국체대 선수들의 차별도 있었다'고 돌려서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김보름은 "우리가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노선영이 출전권을 얻으면서) 팀추월 연습을 많이 했다.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뒤와 격차가 벌어졌다. 그래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말했다. 박지우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사실 (노)선영이 언니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록 욕심이 있어서 (이렇게 됐다)" 고 지적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 대표를 지냈던 한 지도자는 "팀추월은 세 선수가 같이 하고 한 호흡을 이뤄야 한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으면 밀어주면서 함게 골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런 (작전을 낸) 지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엔 이런 레이스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발 앞서 결승선을 통과한 김보름과 박지우는 가장 먼저 기록을 확인했다. 그러나 노선영이 여전히 달리고 있어 집계가 되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온 노선영은 대기하고 있던 미국 선수 옆에서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장을 떠났다. 홀로 남은 노선영을 대표 팀 밥데용 코치가 위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보름은 SNS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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