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헌과 니퍼트. ⓒ롯데/kt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 시즌 두산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린드블럼은 입단 소감을 말하며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두산은 항상 이긴다. 이 팀은 목표가 항상 우승이다. 지난 3년간 두산을 상대하면서 느낀 것도 두산은 이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준우승을 하면서 이 팀은 2위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두산을 택했다. 나는 늘 이기길 원한다. 이적을 결심했을 때 우승할 수 있는 팀이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밖에서 느낀 두산엔 '승리 DNA'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저 밖에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두산 선수들에겐 지나 온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그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투수조 조장인 유희관은 "내가 입단했을 때부터 투수조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앞서 조장을 맡은 선배들이 솔선수범하면서 선수단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왔다. 배운 점도, 느낀 것도 많다. 모든 선배들을 귀감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선배들처럼 잘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뒤에 물러나 있기보다 앞에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형과 동생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좋았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일. 내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다. 투수조는 이 분위기만 잘 유지한다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두산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이 한국시리즈에 나간 팀이다. 많이 이겨보기도 했고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이기는 DNA를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기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지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강팀이 가질 수 있는 정신적 조건을 두산 선수들은 어느 팀 선수들 보다 잘 갖추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DNA 중심에 서 있던 선수들이 올 시즌 유독 많이 새둥지를 틀었다는 점이다. 모두 정신적인 중심축이 필요한 팀들로 옮겨갔다.

우선 김현수는 옆집 LG로 이사를 갔다. LG는 그동안 야구 실력 못지 않게 정신력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던 팀. 세대교체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하는 시기이기에 김현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박용택은 "우리 젊은 선수들은 지금 살아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이럴 때 김현수 처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그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헌은 우승이 목표가 된 롯데 유티폼을 입었다. 롯데엔 주전으로 우승 경험을 가진 선수가 없다. 민병헌이 알려줘야 할 것들이 많은 팀이다.

민병헌은 "우승은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이오프가 목표라고 하면 딱 거기까지 밖에 못 간다. 내가 자꾸 우승을 얘기하는 이유다. 우승을 말하면서 그에 걸맞는 선수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운이 롯데 선수들에게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자신이 했던 몫을 kt서도 이어가고 있다. 두산 시절 니퍼트의 별명은 '퍼트 형'이었다. 외국인 선수라기 보다는 한 식구로서 노릇을 제대로 하려 많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투수조를 모아 밥을 사고 따끔하게 혼낼 땐 인상도 쓸 줄 아는 진짜 형이었다. 니퍼트가 두산 불펜에 대해 "외부에서 약하다고 한다고 진짜 기가 죽어있으면 정말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kt는 여전히 젊은 투수들이 주축인 팀이다. 니퍼트의 조언이 그 어느 팀보다 필요한 팀이 kt다. 니퍼트 역시 그 몫을 피하려 하지 않고 있다.

과연 두산의 승리 DNA를 온 몸으로 전수받은 선수들이 새로운 팀에서 그 힘을 제대로 전수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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