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팬을 사랑하는 김영욱ⓒ정찬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양, 이종현 기자] "전남은 제게 아픈 손가락이에요."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김영욱(28, 전남 드래곤즈)의 눈시울이 여러 차례 붉어졌다. 지난 시즌 팀의 부진한 성적을 이야기하며 전남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드러낼 때. 그의 큼직한 눈망울이 떨렸다.    

광양 15년, 전남 드래곤즈 9년 차. 김영욱은 새로 부임한 유상철 감독 체제에서 주장으로 낙점받았다. 전남이 새롭게 코치진을 개편했지만, 전남이 그에게 보내는 믿음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김효일 코치는 새롭게 부임한 유상철 감독 체제에도 남았다. 때문에 현재 전남 코치진 중 김영욱을 가장 잘 아는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효일 코치에게 김영욱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했다. 김영욱 이야기를 시작하자 김효일 표정이 애틋해졌다. 김효일 코치는 "(김)영욱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여기서 컸기 때문에 팀에 희생하려는 마음이 커요. 사실 전부터, 그리고 올해도 좋은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도 안 가고 팀에 남아 희생하더라고요. 그 점이 제가 가장 높게 보는 거예요. 팀에 희생하려는 마음. 올해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부담감 있겠지만, 희생하는 마음이 예쁜 거죠"라고 이야기했다. 

김효일 코치 이야기를 듣고, "왜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전남에 남았을까"라는 질문을 답은 직접 듣고 싶었다. 김영욱은 "작년 저희가 아쉬운 성적을 내서 팬들에게 죄송했어요. 제 이익 말고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이적과 잔류를 놓고) 상의하면 10명 중 10명 전부 이적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결정은 제가 하는 거잖아요. (남아 달라는) 팬들의 말이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제가 전남의 노란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는 걸 팬들이 보면 속상해하실 것 같았어요"라고 고백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응당 그의 충혈된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다음은 김영욱과 일문일답.

▲ 지난 시즌 말미 중요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비겼던 전남 ⓒ프로축구연맹

◆키워드① 김영욱에게 2017시즌은:'미안함'

부진했던 지난 시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2016시즌 상위스플릿(5위)에 진출했어요. 지난 시즌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죠. 팬들도 마찬가지셨을 테고요. 지난 시즌엔 많이 어려웠어요. 한계를 많이 느꼈던 시즌이었어요. 매 경기 많이 힘들었죠.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고요. 팬들에게 죄송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임 노상래 감독님이 정말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제일 힘드셨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노상래 감독님이 선수를 많이 의지하시고 믿음을 주셨는데, 선수들이 성적을 못 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에 대한 아픔을 올시즌에는 하루빨리 탈바꿈해서 '지난해 전남이 아닌 새로운 팀으로 발전했구나'라는 평가를 팬들에게 듣고 싶어요. 

유상철 감독이 전남의 패배주의를 많이 걱정하셨을 거 같은데요.
유상철 감독님께서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프로는 프로답게 경기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어요. "기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의 전남이 아닌 새로운 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죠. 유상철 감독님은 조직적인 패스나 빠른 전환을 기반으로 하는 축구를 원하세요. 급하지 말라고 하시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셨어요. 감독님의 축구를 저희가 빠르게 습득하면 재미있는 축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역시 감독님의 축구가 기대되고요.

지난 시즌 비약적으로 공격포인트 늘어난(2016시즌 2골→4골 8도움)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팀플레이에 집중했어요. 마무리보다 팀에 대한 희생을 먼저 생각했죠. 지난 시즌엔 개인 포인트가 많아지면 개인도 발전하고,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팀 순위도 오르고요. 희생의 가치는 동일한데, 결정적인 찬스에서 '내가 공격포인트로 연결하자'고 생각에 변화를 준 거죠.

▲ 전남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김영욱 ⓒ프로축구연맹

◆키워드② 김영욱에게 전남은:'아픈 손가락'

이적설이 있었지만, 2020년까지 남기로 했는데요.
선수생활을 하다보니 개인적이나 팀으로나 매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순간이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볼 땐 좋은 조건의 이적 제의가 있었어요. '한 팀에 오래 머물면 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에 (이적을 고려했죠). 하지만 작년 저희가 아쉬운 성적(10위, 최다 실점, 마지막 14경기 무승)을 내서 팬들에게 미안했어요. 제 이익 말고 팀에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죠. 새로운 감독님이 부임하셨고, 전남이 힘들 때 제가 어떻게 같이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이적과 잔류를 놓고) 상의하면 10명 중 10명 모두가 이적해야 더 클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결정은 제가 하는 거잖아요. (남아 달라는) 팬들의 말이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제가 전남의 노란 유니폼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는 걸 팬들이 보면 속상해하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팬들을 위해 보답을 하고 더 큰 선수가 돼서 이적하게 되면 팬분들도 보람을 느끼실 거로 생각했죠. 

김영욱에게 전남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어요(웃음). '(전남은) 아픈 손가락'이라고 생각해요. 아프고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전남은 타 구단에 비해 팬층이 두텁지 않아요. 작지만 정말 우리 선수들을 사랑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요. 가족 단위로 많이 오세요. 아이들을 데리고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저희가 작년 가장 힘들었을 때 지지를 보내 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운동장에 오셔서 힘내라고 하시는 팬들이 있으셔서 (감사하죠). 저희가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스럽죠.

▲ 프렌차이즈스타 김영욱 ⓒ프로축구연맹

◆키워드③ 김영욱에게 프렌차이즈스타는:'책임감'

어느덧 광양 15년, 전남 9년 차가 됐네요. 프렌차이즈스타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1년, 2년, 3년에 이어 벌써 9년 차가 됐네요. '프렌차이즈스타'는 한국에서 생소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해외 이적한 선배들이 부럽긴 한데, 팀이 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원클럽맨으로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에 감사하죠. 기회가 되면 당연히 해외 진출을 하고는 싶지만, 원클럽맨으로 남는 것도 나중에 은퇴하고도 축구 인생에 뿌듯한 의미가 될 거 같아요. 원클럽맨에 대한 단어를 해마다 듣다 보니 더 뿌듯한 거 같네요. 팀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것 같고요. 

혹시 해외이적 이후 K리그 복귀하면 전남으로 돌아올까요?

전남에서 저를 원한다면 저는 (전남으로 복귀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죠. 저를 이렇게 만들어준 팀이 전남이고,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팀도 전남이니깐요. 제가 축구를 하면서 제 직업이지만 뿌듯하고 힘든 상황에서 이겨내고 있는 곳 자체가 전남이에요. 나중에 해외 진출 이후 K리그에 복귀하면 당연히 전남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 2018시즌 전남의 주장이 된 김영욱 ⓒ프로축구연맹

◆키워드 김영욱에게 2018시즌 주장은:'가장'

지난 시즌 부진했어요. 2018시즌 반등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제가 전남 2년~3년 차에 피지컬 코치가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올시즌 이거성 피지컬 코치가 새로 오시면서 우리가 안 해본 훈련 생소한 훈련을 하게 됐어요. 몸은 힘들고 피로감은 크지만 훈련이 쌓이다 보면 경기장에서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개막전(3월 1일)에 초점을 맞춰서 운동하고 있어요. (유상철 감독님의 주문으로) GPS를 차고 경기하면서 체계적인 훈련을 처음 하다 보니 기량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피지컬 코치가 오면서 먹는 것, 훈련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제가 체지방이 4%였는데, 체지방은 없는 게 좋다고만 생각했었거든요. (제몸엔) 7~8%가 최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주니 선수 개개인, 팀 모두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주장 완장을 차게 됐어요. 어떤가요?
아무래도 (최)효진이 형이 나이가 있으시고, 힘들었던 시즌을 보내기도 했어요. 유상철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시는 의향이 있으셨어요. 효진이 형은 주장의 역할을 잘하셔서 부담되네요. 아직도 결정을 하기 전에 효진이형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효진이형의 짐을 덜고, 중간에서 고참과 신인의 활발한 소통을 하려고 해요.

본인에게 주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나중에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 이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정할 때 (나보다) 팀을 생각해야 하고, 제가 사람이기 때문에 지칠 수 있지만 그걸 표현하면 안 되잖아요. 의지하고 믿음 줄 수 있는 주장이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6시즌 5위, 2017시즌 10위. 2018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중위권 안착이 목표에요. 6~8위요. 그래야지 6위 이상에 오를 수 있는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상위스플릿에 들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싸우고 싶어요. 더 큰 목표는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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