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얼굴들이 많지만 빈틈이 없는 전북의 선발 명단. 후보가 들어와도 똑같이 무섭다. 송범근(윗줄 왼쪽)도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일찌감치 시작한 시즌에서 2경기만에 전북 현대가 큰 승리를 거뒀다. 시작이라서 결과보다 더 중요한 수확들이 있었다.

전북은 20일 홍콩 홍콩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리그 2차전에서 키치SC를 6-0으로 대파했다. 아드리아노가 혼자 페널티킥 2골을 포함해 3골을 몰아넣었고, 티아고와 김진수가 한 골씩 기록했다. 경기 종료 직전엔 이동국도 득점 대열에 합류했다.

귀중한 2연승. 전북은 이번 시즌 ACL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꼽았다. 최강희 감독은 조별 리그를 1위로 통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 그 시작이 좋다. 다음 상대인 톈진 취안젠과 경기가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산뜻한 출발이다.

특히 키치SC와 경기에선 얻은 것이 많다. 신입생인 티아고, 아드리아노가 선발에 이름을 올렸고, 골키퍼 송범근은 아예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전술적으론 홍정호, 최보경, 이재성(1988년생)이 스리백으로 출전하면서 '패'를 하나 더 늘렸다. 완승 속에서 승점 3점 외에도 얻은 것은 있었다.

◆ 티아고와 아드리아노 데뷔 골

검증된 선수들이다. 이미 K리그에서 좋은 기록을 쌓아놨다. 아드리아노는 2015년과 2016년 대전시티즌과 FC서울 소속으로 60경기 32골을 넣었다.티아고도 2016년 성남에서 19경기에서 13골 5도움을 올렸다. 최 감독의 공언대로 살아나기만 한다면 무서울 선수들이다. 예상보다 두 브라질 선수의 부활은 빨랐다. 아드리아노는 전반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티아고도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데뷔 골을 기록했다. 

아직 최상의 경기력은 아니지만 일단 결과를 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수로서 데뷔 골이 늦어지면 심리적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약팀이긴 하지만 일느 시점에서 득점을 터뜨렸다. 이제 당분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덜 수 있다.

두 선수의 연착륙은 전북의 명실상부 '더블스쿼드'를 의미한다. 더구나 아드리아노와 티아고는 기존의 같은 포지션 선수들과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 전북 데뷔골 티아고(가운데)와 뒤를 따라오는 '데뷔전 해트트릭' 아드리아노(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 송범근의 무실점 데뷔

전북의 고민인 골키퍼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홍정남은 선방 능력은 뛰어나지만, 때로 불안한 플레이를 펼칠 때가 있다. 팀 전체가 워낙 공격적이라 든든한 뒷문이 중요하다. 당장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지만, 예상보다 조금 이르게 대안이 등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이름을 알린 송범근이 데뷔전을 치렀다.

첫 경기부터 좋은 인상을 남겼다. 키치는 확실히 한 수 아래 상대였고, 전반 5분 만에 이승기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면서 쉽게 풀렸다. 그렇다고 송범근이 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디에고 포를란을 비롯해 외국인 선수들은 확실히 '한 방'이 있는 선수들. 송범근은 안정적인 선방으로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전반 23분 크리스티안 바도츠의 강력한 슛은 팔을 뻗쳐 막아냈다. 전반전 상승세 흐름을 잇는 중요한 방어였다. 후반전 막판에는 무실점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42분 로콴이의 헤딩슛을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후반 추가 시간 알렉스 아칸데의 강력한 슛도 침착하게 막았다. 주연이 될 선수들이 많았지만 송범근은 훌륭한 조연이었다.

▲ 부상에서 복귀한 이용. 공격적인 스리백을 만드는 측면 수비수. ⓒ한국프로축구연맹

◆ '닥공' 전북이 쓰면 스리백도 다르다

전북의 주전술은 4-1-4-1 포메이션이다. 지난 1월 전지훈련 당시에도 최 감독은 "전북은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놓는 4-1-4-1을 가장 선호한다. 공격에 많은 숫자를 둘 수 있고 전방 압박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 수비수 3명에 측면 수비수 2명까지 놓으면서 사실상 파이브백이 되는 경우가 많아 스리백 전술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부연설명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키치전에서 최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홍정호, 이재성에 최보경을 더했다. 수비력을 갖췄고 동시에 발밑이 좋은 선수들. 전북이 쓰려고 했던 '공격적 스리백'을 구현하기에 좋은 구성이었다. 홍정호는 때로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전진하기도 했다. 키치가 공격수를 적게 뒀는데 많은 인원을 남겨둘 필요가 없다는 뜻. 전북은 물러서는 팀을 만날수록 더욱 강하게 몰아붙인다.

전북은 공격을 펼칠 땐 중앙 수비수 3명을 두고 오른쪽의 이용과 왼쪽의 김진수는 공격수와 다를 바 없이 전진했다. 날카로운 킥과 돌파 능력으로 좌우 측면을 흔들었다. 김진수는 직접 한 골을 넣었고, 이용도 강력한 슛으로 전반 14분 아드리아노 추가 골의 시발점이 됐다.

전북은 대신 중앙에 투톱을 꾸릴 수 있었다. 김신욱과 함께 아드리아노가 호흡을 맞췄다. 이른바 '빅 앤 스몰'이다. 후반전에 김신욱을 빼고 이동국을 투입한 뒤에도 투톱 실험은 이어졌다. 뒤를 받친 이승기, 티아고 조합도 매우 공격적이었다. 

사실상 밸런스를 맞춘 손준호를 제외하곤 모두 공격적으로 전진했다. 3-1-4-2 포메이션으로도 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스리백도 전북이 쓰면 달랐다. 예상보다도 훨씬 강하게 키치를 눌렀고 저력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에도 K리그에선 수비적인 팀들을 만나야 한다. 지난 시즌엔 측면 공격수 줄부상 속에 어쩔 수 없이 스리백을 택했다면, 이번 시즌엔 전략적으로 스리백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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